살라 데 아타카마 염호를 떠나 미니버스는 다시 먼지를 풀풀 날리며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의 고원 지대로 올라간다. 이 지역은 마치 공상 우주 영화에나 나올 법한 풍경들이 펼쳐져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듯 미니버스는 느릿느릿 점점 높은 고도로 올라가는데, 산이 가까워질수록 이상한 풀들이 대지의 숨통을 뚫고 여기저기 솟아나 있다. 이 지역은 해발 3000m가 넘는 고원지대다.
“저기, 사슴들!”
누군가 큰 소리로 외친다.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정말 사슴처럼 생긴 한 떼의 무리가 한가로이 풀을 듣고 있다. 자동차가 가까이 가는데도 그놈들은 전혀 놀라지 아노고 멀뚱히 쳐다보고 있다.
“저건 사슴이 아니라 구아나코라고 하는 안데스의 야생동물입니다.”
▲안데스 산맥 고산지대에 사는 야생동물 구아나코. 일반인의 눈으로는 라마, 비큐냐, 알파카가 다 비슷비슷하여 구별이 잘 안된다.
드라이버는 자동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는 시간을 주며 설명이 이어진다. 구아나코Guanaco는 낙타과 동물로 안데스 산맥에 서식하는 알파카나 라마, 비쿠냐와 비슷한 야생동물이다. 예전에는 안데스 산맥 전역에 서식하고 있었으나 고기나 털을 이용하기 위해 마구 잡아서 그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낙타보다는 사슴에 가까운 체형을 하고 있으나, 낙타와 달리 등에 혹이 없고, 다리와 목이 길며 꼬리가 짧다. 구아나코는 시속 50Km 이상을 질주하며 위험 할 때는 그 보다 더 빨리 달려갈 수 있단다. 이런 오지에서는 자동차보다 훨씬 빠른 속력이다. 구아나코는 마치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 앞에 모델이라도 된 듯 긴 목을 하늘로 치켜들며 뽐내고 서 있다. 사람이 목을 만져도 태연하다.
“그 놈들, 도망도 안가네.”
"구아나코야 이리와 놀자!"
구아나코와 비슷한 동물로는 비쿠냐 Vicuna라는 좀 더 작은 동물이 있는데, 연한 황갈색의 털이 달려있고 하복부는 백색으로 해발고도 3600~5400m에 서식하고 있으나 전멸 위기에 놓여 있어 구경을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라마Llama는 몸 크기나 뒤 발꿈치 아래쪽에 타원형 털이 없는 부분이 구아나코와 비슷하여 처음에는 같은 종으로 여겼으나 몸빛은 보통 흰색, 또는 흰색에 갈색으로 오늘날에는 구아나코와 별종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평지에서부터 해발고도 5000m의 반사막 지대에서 사육되며 짐을 운반하는 가축이 되었다는 것. 통상 50kg이하의 짐은 운반을 할 수가 있다고 한다.
▲황량한 안데스 고원에 야생하고 있는 구아나코 등은 털옷과 운반수단, 식용로 쓰이는 재원이다
알파카Alpaca는 라마보다 약간 작으며 머리가 비교적 짧다는 것. 털을 얻기 위해 4000~5000m고지에서 주로 방목되고 있다고 한다. 알파카는 2년마다 털을 깎는데 가볍고 열 차단 효과가 뛰어나 파카, 침낭, 고급옷의 안감으로 사용된다는 것.
"우리가 보기에는 비슷하여 구별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당신은 이 동물들을 다 구분 할 수 있나요?"
"그럼요. 우린 척 보면 무슨 종인지 알아보지요."
드라이버 겸 안내원 역할을 하고 있는 원주민이 열나게 설명을 해주었지만 아무리 보아도 우린 구별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구아나코의 목 줄기에는 페인트 같은 것으로 색깔을 칠해 놓고 있어 여기서도 방목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구아나코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지역을 지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2006년 4월21일 폭발했던 라스카르 화산(자료화면-동아일보)
▲ 지금도 분화구에서는 계속 연기가 솟아나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른다
멀리 보이던 라스카르 화산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라스카르의 봉우리에서는 여전히 연기를 펑펑 품어내고 있다. 최근까지도 수차례에 걸쳐 폭발하는 가장 활동성이 있는 활화산이라고 하는데… 혹시 우리가 여행을 하고 있는 중에 터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