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제주도 같은 이스터 섬

찰라777 2007. 12. 31. 10:42

여긴 제주도인가?

 

 

 

파도야 어쩌란 말이야?

파도는 영원의 그리움을 물고 밀려오더니 바위에 부서지며 사라져 간다. 항가 피고 선착장에는 고기잡이배가 옹이종기 묶여 있다. 그 모습도 낯설지가 않는 풍경이다. 우린 미히노아네 집에 머무는 동안 이곳을 자주 산책을 하였다.

 

바다는 고기를 잡는 어부가 있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것이다. 아니 팔딱팔딱 뛰는 고기의 심장이 있기때문에 생의 의미가 있고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여기 작은 섬에도 어부가 있고, 고기잡이 배가 있다. 때가 되면 어부들은 작은 배를 몰고 고기를 잡으로 망망대해로 미끌어져 나간다. 모아이의 신앙을 굳게 믿으며, 어떤 파고에도 견뎌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어부들은 스스럼 없이 바다로 나간다. 우린 미히노아의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들의 작은 방에는 마르타가 준 부겐베리아 꽃목걸이로부터 나오는 향기로 가득 차 있다.

 

 

 

 

 

 

"여긴, 어쩐지 제주도에 온 느낌이 들어요. 파도소리, 까만 바위색깔, 돌하르방 같은 모아이석상…… 이런 모든 것들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고 익숙하게만 느껴져요."

 

"그러니까… 나도 그래. 우리가 제주도에 신혼여행을 갔을 때 김녕 바닷가에 백년사의 요사 채에서 묶었던, 꼭 그 집 온 느낌이 든다니까."

 

  

세월의 파도가 오랜 시간을 흘려보냈지만 이스터 섬은 마치 제주도에 온 느낌을 강하게 불러일으키게 한다. 우린 30년도 넘은 세월,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던 때처럼 상기되어 있었다.

 

정말 돈이 없었지만 신혼여행만큼은 제주도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 우리는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그 때가 내 생애 처음으로 타보는 비행기였다.

 

  

  

 

 

  

우리는 김녕 바닷가 백년사란 절에서 일주일동안을 공짜로 먹고 자고하며 신혼을 단꿈을 보냈다. 우리들이 묶었던 요사채의 방은 이스터 섬의 마르타네 방보다 더 작은 방이었다. 그러나 바다가 너무 가까워 파도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 요란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바다가로 산책을 나가곤 했는데, 그때도 오늘처럼 달빛이 밝은 그런 밤이었다.

 

달밤에 파도소리를 들으며 바닷가를 산책하는 느낌이란... 저절로 사랑하는 마음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제주도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낮에는 버스를 타고 섬을 여행하고 밤에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닷가를 산책하곤 했다. 그러다가 파고소리를 자장가삼아 깊은 잠에 빠지곤 했었다.

 

 

 

 

 

한국에서 1만 6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태평양 한가운데의 섬이었지만, 제주도에서의 그 때 그 시절처럼 달빛이 흐르는 낭만, 자장가처럼 들려오는 파도 소리, 사랑하는 마음… 모든 것이 똑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여보, 우린 여기에 허니문을 온거야. 지금부터 우리들의 인생은 다시 시작되는 거야."

"백년사의 바닷가에서처럼요?"

"새로 시작하는 마음에 건강이 있어. 그러니 당신에게 있는 그깐 병마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아."

"지금 아무데도 아프지 않아요."

"바로 그거야!"

 

우린 미히노아네 집에 머무는 동안 제주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낮에는 걸어서 다니거나 지프차를 타고 섬을 여행하고 밤에는 오늘처럼 바닷가를 따라 항가 선착장까지 산책을 하곤 했다. 그러다가 태평양의 파도를 자장가 삼아 잠 속으로 빠져들어가곤 했다. 오늘밤 우린 부겐베리아의 향기 속에 허니문을 온 듯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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