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이스터 섬 여행 길라잡이

찰라777 2008. 2. 2. 09:42

 

꿈결처럼 지나간 시간, 그리고 이별

그녀는 조개로 만든 '이별의 조개목걸이'를 우리목에 걸어주었다!

 

 

 

△우리가 떠난다고 하자 시무룩해 하는 미히노아. 그동안 너무 정이 들었다. 

 

 

일주일간의 시간이 꿈결처럼 지나갔다. 마르타네 집에서 로저와 누렁이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로저는 여전히 표정이 별로 없다. 그러나 악수를 나누는 손에서 그의 마음이 따뜻하게 전달되어 온다.

마르타는 오지 말라고 해도 굳이 그의 딸 미히노아와 함께 마타베리 공항까지 배웅을 나왔다. 그새 정이든 미히노아는 우리와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 울상을 짓고 있다.

 

"마르타, 그간 고마웠어요."

"언제 또 오지요?"

"글쎄, 살아있으면 또 올거야. 미히노아, 잘 있어!"

 

글쎄다.

언제 다시 이스터 섬에 올 수 있을까?

이별이란 언제나 이런 거다.

아쉽고, 서운하고, 눈물이 날 것 같고….

 

 

 △헤어지기가 아쉬워 울상을 짓고 있는 미히노아와 함께. 마타베리공항에서

 

 

나는 울상을 짓고 있는 미히노아를 번쩍 안아들고 뽀뽀를 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그래도 미히노아는 여전히 시무룩한 표정이다. 섬에 여행을 갔다가 오후에 돌아오면 항상 미히노아 손을 잡고 항가로아 마을을 산책해서인지 정이 너무 듬뿍 들었던 것.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항가로아 마을을 돌아다닐 때가 많았다. 시장을 갈 때도, 기념품 가게를 갈 때에도 미히노아는 따라 나오곤 했다. "정 주고 떠나지 마오!" 미히노아는 그런 표정이다. 그래 정을 주고 떠나면 안 되지. 아내는 마르타와 포옹을 하며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공항까지 배웅을 나온 마르타와 미히노와 함께. 그렇게 잘 웃던 미히노아는 여전히 시무룩하다.

우린 마르타가 걸어준 이별의 조개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작별인사를 했다.

 

 

미히노아는 우리들 목에 조개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울상을 짓고 있는 미히노아를 마르타가 달랜다. 처음 공항에 도착을 하여 "하루밤 10달러, 아침 포함'이란 피켓을 들고 나와 우리가 그녀를 선택했을 때에는 황금색 꽃목걸이를 걸어주었는데 이제 조개로 만든 이별의 목걸이를 걸어준다. 

 

고마워! 마르타!  

사실 내 생애에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이스터 섬을 다시 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게이트를 빠져나가려하자 마르타와 미히노아는 손을 흔들며 외친다.

 

"올라!'

"올라!"

"요란나!"

"요란나!"

 "안녕!"

 

여행은 만남이다!

여행은 이별이다!

모든 것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여행이다!

 

그러나 공항에 서 있는 모아이는 입을 굳게 다물고 침묵을 하고 있다. 무언으로 작별인사를 나누듯 모아이는 말이없다. 마르타와 미히노아는 우리가 비행기 트랩에 오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대며 "올라"와 "요란나"를 번갈아 외쳤다. 이윽고 비행기가 이륙을 하자 섬의 모든 것들이 삽시간에 작아진다. 그리고 이내 삼각형의 섬이 한 점이 되더니 시야에서 사라지고 만다. 나는 목젖이 뜨거워지고 코가 시큰해졌다.

 

'요란나, 올라, 마르타, 미히노아, 그리고 모아이 석상님도  안녕!'

 

  

 

환경파괴로 자멸한 문명

 

정이 많은 라파누이의 후예들이다. 한 때 화려하고 장엄한 건축과 모아이 조각 등으로 눈부신 문명을 구가했던 이스터 섬은 이제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뿌리는 달러로 먹고 살고 있다. 엄청난 양의 모아이 석상을 세우느라 나무를 마구 베어내어 숲을 파괴하자 초목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이어서 냇물과 샘물이 마르고 토양은 황폐화 되어 갔다.

 

환경의 붕괴는 돌이킬 수 없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 식량이 부족하자 섬사람들의 인심은 각박해지고 전쟁과 파괴, 약탈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이스터 섬은 목재와 생물학적 자원을 너무 과다하게 써버린 결과로 빚어진 생태학적 재난 때문에 '자멸' 하게 되었다는 것이 학자들에 의해 서서히 증명되고 있다. 숲이 감소하자, 물이 마르고, 식량증산이 어렵게 되었던 것.

(사진 : 마타베리공항에 서 있는 모아이)

 

현재 남아 있는 후손들은 그들의 조상들이 이룩했던 탁월한 성취가 쓰러지고 남은 폐허 속에서 살고 있다. 마르타와 미히노아도 우리 같은 배낭여행객을 상대로 숙소를 제공하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이스터 섬은 지구의 작은 축소판이다. 환경을 파괴하면 스스로 자멸의 길을 가게 된다는 교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스터 섬 여행기를 21회째로 마감합니다. 그동안 애독하여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며 이스터 섬을 여행 하려고 하는 독자님들을 위하여 간단한 여행안내를 올립니다.

 

 

 

 

☞ 이스터 섬 여행 길라잡이

 

한국에서 1만 6,000km 떨어진 남태평양의 절대고도 이스터 섬으로 가는 길은 결코 싶지가 않다. 직항편이 없을뿐더러 항공편이 아무 탈 없이 잘 연결된다 해도 족히 2~3일는 걸린다. 거기다가 기후조건이 좋지 않거나 항공기사측의 사정으로 비행기가 결항 내지는 지연이 되면 시간은 더 걸린다. 그러나 모아이 석상을 만날 수 있다는 호기심이 충마난 여행자라면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기꺼이 이스터 섬 행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이스터 섬 가는 항공로]

●인천-LA-산티아고-이스터 섬 

●인천-도쿄-타히티-이스터 섬

 

 

언제갈까?

 

이스터 섬의 관광 성수기는 여름철 몇 달간이다. 즉 12월에서 3월말까지 관광객이 가장 많다. 그러나 이때는 칠레 학생들이 긴 방학을 이용하여 붐빈다. 거대한 크루즈 선박들도 이 시기에 들어온다. 주요 관광지역에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숙박료도 비싸다.

 

그러므로 차라리 봄철(9월에서 11월 사이)이 더 좋은 여행 시기가 될 수도 있다. 비용도 저렴하고 한적하여 섬을 차분히 돌아보기에 오히려 좋기 때문이다.

 

이스터 섬에는 1년에 두 번 축제가 열린다. 칠레 독립기념일인 9월 18일과 보통 2월 초에 열리는 '타파이 라파 누이' 축제가 그것이다. 이때는 라파누이 전통이 깃든 민속춤과 노래가 약 2주간 이어진다.

또한 일주일가량 머물 예정이면 일요일을 끼고 일정을 짜면 좋다. 일요일에는 '테 피토 테 헤누아' 동쪽의 가톨릭교회에서 거행하는 미사에 참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사는 종파나 교파에 관계없이 마치 축제처럼 열린다. 모든 관광객들이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타히티 사람들과 어울려서 찬송가를 부르며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떻게 갈까?

 

이스터 섬으로 가는 항로는 칠레 산티아고와 타히티의 파피테 공항 두 곳뿐이다. 란 칠레 항공이 두 곳 다 독점운행을 하고 있다. 물론 화려한 크루즈여행을 한다면 타이타닉 호 같은 호화로운 유람선으로 섬에 도착을 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칠레로 가는 직항편이 없으므로, 인천-LA-산티아고-이스터 섬 항공로를 경유하여 간다. 산티아고에서 이스터 섬 행 항공편은 주 1~3회 운행한다. 성수기에는 예약이 필수다. 항공기 운항시간은 수시로 예고도 없이 바뀐다. 따라서 출발시간을 반드시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한다.

 

타히티를 곁들여 여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인천-도쿄-타히티-이스터 섬 항로를 이용하면 일거양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타히티를 경유하는 패키지 투어가 간혹 있기도 하지만 모객이 어려워 드문 편이다.

 

산티아고에서 5시간 반, 타히티에서 5시간 걸린다. 요금은 왕복 1천 달러 전후다. 출국하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세관원이 여행 가방을 일일이 열어본다. 만일 고고학적인 유물이 될 만한 품목들-섬의 상인들에게 산 옛날 낚시 바늘, 작살, 투겁창(마티아)-등은 몰수 되므로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것 이외는 사지 않는 것이 좋다.

 

One world 항공권은 이스터 섬을 커버한다. 나는 원월드 항공권으로 이스터 섬을 갔다. 그러나 원월드는 시간이 문제다. 시간을 돈으로 살수 있는 사람은 원월드를 추천한다.

 

 

 

 

 

무얼 가지고 갈까?

 

여름일지라도 섬에는 강풍이 휘몰아치고 때로 장대비도 쏟아지기 때문에 바람막이 점퍼와 따뜻한 옷가지는 필수이다. 바람과 먼지, 강렬한 햇빛을 막아줄 길고 넓은 챙 모자와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제, 필요한 약은 꼭 챙겨야 한다. 여행가이드 북도 한권정도는 가지고 가라(예컨대 Lonely Planet 같은). 작은 섬에서는 책도 약도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섬의 공산품은 비싸다. 꼭 필요한 것은 출발하기 전에 사서 챙기는 것이 좋다.

 

옷차림은 무조건 편해야 한다. 거칠고 큰 바위들이 흩어진 땅을 돌아다니려면 튼튼한 신발은 필수다. 하이킹을 하려면 휴대용 식기세트도 챙겨야 한다. 항가로아 마을을 벗어날 때는 반드시 충분한 물과 비상식량을 챙겨야 한다. 항가로아 마을 말고는 섬에는 물도, 식량도 살 곳이 없다. 탈 수가되기 쉬우므로 꼭 챙겨야 한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여행자는 사전에 필름을 충분히 챙겨야 한다. 안감에 납을 댄 가방 속에다 넣어야 공항의 낡은 기계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여행자는 힘들여 찍은 필름이 모두 지워져버려 곤욕을 치른 경우도 있다. 과도 노출을 피하려면 편광 필터가 유용하다.

 

섬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칠레 페소이다. 그러나 달러도 사용한다. 섬의 유일한 은행은 '방코 델 에스타도'인데, 마스터 카드만 쓸 수 있는 유일한 현금인출기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영업시간에는 보통 환전을 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기 마련이다. 신용카드를 받는 곳은 대형 호텔뿐이므로 어느 정도 현금을 바꾸어 놓는 것이 좋다.

 

 

어디서 잘까?

 

마타베리 공항에는 여행국 안내 센터가 한 곳 있고, 투우 마헤케 거리에는 여행 안내소인 '세르나투르SERNATUR'가 있다. 이 두 곳에 가면 묵을 만한 숙소들이 소개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비행기가 도착을 하면, 호텔 매니저와 민박집 주인들, 그리고 많은 섬사람들이 공항에 마중을 나온다.

 

그러므로 공항에서 숙박시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섬사람들은 썩 친절하다. 그러나 섬사람들 모두가 영어를 할 줄 아는 건 아니다. 그리고 민박을 하는 경우 숙박여건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고, 바디랭기지를 써야 한다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허지만 민박은 라파누이와 멋진 추억 한 장은 남길 수 있다.

캠핑시설은 아나케나의 불쪽 해안에 마련되어 있다. 항가로아 마을 주변에도 야영시설이 있다. '캠핑 미히노아'는 항가로아 마을 가까운 바닷가 초원에 캠핑시설을 갖추고 있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야영을 하려면 반드시 물을 충분히 가지고 가야 한다.

 

 

 

 

 

어디를 둘러볼까?

 

탈것을 타고 가라.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미니버스 등이 그것이다. 마실 물을 짊어지고 험한 길을 걸어 다니기란 쉽지가 않다. 영화 '라파누이'덕분에 이 작은 섬에 돌아다니는 자동차가 2천대나 된다. 그 영화 작업에 가담했던 모든 사람들이 거기서 번 돈을 이 섬에서 신분을 상징하는 새로운 물건으로 등장한 자동차를 사서 중고차가 많다.

 

택시도 꽤 많다. 그러나 도로는 하나뿐이다. 주유소는 공항 근처에 단 한 군데 뿐이므로 주유를 충분히 하고 여분의 타이어를 준비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길이 험하므로! 필자는 스즈키 중고차를 렌트하여 섬을 일주 했다. 4륜 구동차인데 중고차이기는 하지만 힘이 좋고 고장도 나지 않았다.

 

말을 빌려 타고 섬을 일주 하는 것은 비용도 저렴하고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말들에게 익숙해지려면 꽤 공력을 들여야 한다. 말들은 별로 길들여진 말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자전거도 다리에 어지간히 힘이 있어야하고 땡볕에 익숙한 자라야만 된다. 길이 그리 쉽지가 않고 걸어서 갈 곳도 많다.

 

섬의 관광코스는 항가로아-오롱고-아나 카이 통가타 동굴-라노라라쿠 채석장-통가리키-포이케 반도-아나케나해변-테레바카 산-아후 아키비-아나 테파우 동굴-아후 타하이 유적-박물관-항가로아가 일반적이지만 일정한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그때 그때 가면 좋지만 시간이 제한적인 여행자는 이 방향으로 일주 하는 것이 시간 절약상 좋을 것이다. 작은 섬이지만 길을 잃기도 한다. 나도 테레바카 언덕에서 길을 잃고 말았는데, 사실 길을 잃고 나서 더 멋진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여행은 길을 잃고나서부터 더 진수를 느끼는 것이다!

 

 

무엇을 살까?

 

가장 인기 있는 기념품은 역시 나무와 돌로 만든 라파누이 특유의 조각품이다. 보통 초기 개척자들이 발견한 고대 유물을 복제한 것들이다. 기념품은 기념품점이나 중개인을 통해서 살 수 있지만 만든 사람에서 직접 살 수도 있다. 주로 수제품인데 많은 장인들이 주문 의뢰를 내면 불과 며칠 만에 만들어 낸다. 사실  나는 돌로된 모아이 석상을 사고 싶었는데 어디 배낭여행자가 그걸 짊어지고 다닐수 있겠는가? 그래서 가벼운 목각 모아이를 하나 샀다. 

 

교회 근처에 새로 생긴 기념품 가게에서 사는 것도 좋다. 그리고 우체국에 가서 모아이 석상이 새겨진 기념 스탬프를 찍는 것도 잊지 말자. 혹은 엽서를 사서 스탬프가 찍혀진 카드를 고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지에게 보낸다면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

 

만약에 당신이 정감이 넘치는 여행자라면 숙소의 주인으로부터 이스터 섬에 들어 갈 때 꽃목걸이를, 떠나올 때는 조개로 만든 목걸이를 선물로 받게 될 것이다. 너무나 인심 좋은 이 섬을 떠날 때 목걸이를 몇 겹씩 두르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이스트 섬에서 찰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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