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로켓포, 토레스 델 파이네

찰라777 2008. 6. 4. 16:32

바람을 일으키는 신의 머리칼 

 

파타고니아의 白夜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대낮처럼 훤한 파타고니아의 밤(푸에르토나탈레스)

 

푼타아레나스를 출발한지 4시간. 드디어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다 되어 간다. 그러나 아직 사방은 훤하다. 남극권에서 맞이하는 백야의 현상이다. 노르웨이 나르빅과 트럼쇠 부근에서는 북극권의 백야를 보낸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북극의 반대편 칠레의 파타고니아에서 또 다른 백야의 밤을 맞이하고 있다.

 

백야! 밤이지만 해가 지지 않는 곳. 백야를 맞이하는 기분은 묘하다. 같은 지구인데 지역에 따라 이렇게 기후와 낮과 밤이 다르니 말이다. 문득 체조선수의 탈출을 그린 영화 ‘백야’가 생각난다. 사랑을 찾아 국경을 탈출하는 밤. 사랑은 국경과 백야의 밤도 초월하는 모양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우리부부처럼 배낭을 멘 여행객들이 어슬렁어슬렁 걸어간다. 모두가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 모여든 배낭족들이다. 백야의 밤을 배낭을 걸머지고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어느 외계에 온 느낌이 든다. 호스텔에 도착을 하니 여행객들이 밤을 잊은 듯 웅성거리고 있다. 맥주를 마시는 사람, 독서를 하는 사람, 무언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

 

스페인계 여주인이 싱글싱글 웃으며 다가온다. 그녀에게 방을 배정받고 내일 투어를 신청했다. 파이네 국립원 1일 투어는 1인당 11,000패소란다. 입장료는 별도 800페소를 내야 한다고 한다.

 

“당일 돌아오는 버스가 있나요?”

“오후 4시에 돌아오는 버스가 있지요.”

 

우리는 그녀의 말을 믿고 당일치기 파이네 국립공원과 그레이 빙하 투어를 하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6시에 일어나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7시에 파이네 국립공원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회사 이름이 고메즈(Gomez)다. 50여명의 승객이 가득한 버스 안에는 대부분 트레킹을 가는 젊은 남녀 여행객들이다. 강열한 햇빛이 아침을 상쾌하게 비추인다. 안데스에서 흘어내리는 강물이 쿵쾅거리며 내려간다. 그런데 갑자기 해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비가 내린다. 그리고 강위에 무지개가 드리워진다.

 

“오우, 무지개!”

 

▲마치 로켓트 처럼 하늘로 치솟아 있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산 봉우리들 

 

승객들이 창가로 카메라를 들이밀며 무지개를 찍는다. 걷잡을 수 없는 날씨의 변덕이 시작된다. 로켓포처럼 생긴 안데스의 봉우리가 휘날리는 구름을 이고 있다. 강한 바람이 불어댄다. 눈이 덮인 봉우리들은 신의 머리칼을 휘어감은 듯 희한하게 보인다. 아니 안데스의 신이 머리칼을 풀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 신의 조화여! 그 신비한 조화의 풍경에 저마다 탄성을 지른다.

과연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가 뽑은 죽기 전에 가 보아야 할 50곳” 중 하나라는 것이 전혀 손색이 없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빙하

 

초원에는 구아나코와 난두가 가끔씩 뛰어간다. 양떼와 소떼를 몰고 가는 카우보이와 목동들의 모습도 이채롭다. 산골짜기에는 푸르디푸른 호수가 에메랄드 융단처럼 아름다운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모든 게 깨끗하고 신비하게만 보인다. 과연 디스커버리사가 가고 싶은 세계 10대 풍경으로 선정을 할만하다.

 

▲파에네NP의 어느 카페. 인디언 동상은 우리조상?

 

버스는 비포장도로를 한참을 달려가다가 어느 삼거리에 도착을 한다. 이런 곳에 산장 카페가 있다니!. 카페 앞에 서 있는 인디언 동상이 다정하게 느껴진다. 먼 옛날 우리의 조상이 베링해협을 건너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어쩐지 우리네 가까운 할아버지 같은 다정함이 엿보인다.

 

뜨거운 커피로 몸을 녹이고 버스는 다시 출발한다. 12시에 공원엔트리에서 입장허가를 받고 각 자가 갈 길을 간다. 거의가 파이네 국립공원 트레킹을 하기 위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로켓포 같은 산을 향해 걸어간다. 트레킹 코스로 유명한 파이네 국립공원은 보통 7일 또는 15일 정도의 일정을 잡고 트레킹을 한다. 그러나 산을 오르려면 상당한 장비가 필요하다. 장비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우리는 그레이 빙하투어를 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로 고향으로 떠내려가는 빙하

 

마지막 버스정류장에서 그레이 빙하까지 가는 길도 상당이 멀다. 아마 거의 6km는 될 것 같다. 나는 단 둘이서 산을 오르는 대신 평지를 걸어 빙하 선착장까지 걸어갔다. 드디어 빙하로 가는 선착장이다.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녹아내리며 그들의 고향으로 가려는 듯 천천히 떠내려 온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푼타아레나스에서 버스로 3시간정도 거리에 있다.

디스커버리사가 죽기전에 가고 싶은 세계 10대 풍경으로 선정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으로 가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작은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