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구 입구 풍경
청두 교통반점에서 토스트와 두유로 아침 식사를 했다. 함께 한 방에서 잤던 일본인들은 라사로 가는 비행기 표를 알아보고 있다며 며칠 더 머물 예정이란다. 그들과 헤어져 버스터미널로 갔다. 구채구로 가는 버스는 8시 정각에 출발했다. 버스는 더럽고 낡았다. 하기야 96위안을 주고 하루 종일 달려가는 완행버스이니 시설이 좋을 리가 없다. 버스 안에는 우리처럼 배낭을 멘 여행자들이 눈에 띤다. 청두 시내를 빠져 나오는데 무려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구채구로 가는 길에 찍은 사진
오전 10시 버스가 두장엔(都江堰),에 도착할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두장옌은 기원전 256년 전에 만들어진 고대 건축으로 수리관개 시스템이다. 민강 상류에 있는 두장옌은 진나라에 의해 건축된 것이라는데, 놀랍게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 지역 5,300㎡에 이르는 토지에 관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북서쪽으로 갈수록 산은 높고 계곡은 깊어진다. 북부 쓰촨은 해발 5000m가 넘는 산이 많다. 계곡의 물살은 빠르고 지형은 험하다. 이 지역은 티베트 고원 동쪽 3분의 1에 해당하는 '캄'지방의 한 부분이다. 여행자들은 공식적인 국경을 넘지 않고 티베트를 구경할 수 있는 지역이다.
▲쓰촨의 서북쪽은 산이 높고 계곡은 깊다.
이 지역은 몹시 추운 날씨가 많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200일 정도다. 여름에는 작열하는 태양이 강하게 비추어 해발이 높은 지역에서는 화상을 입을 정도로 따갑다. 캉딩에서 천장북로와 천장남로로 갈라지는 라사로 가는 고속도로가 있다. 말이 고속도로이지 세계에서 가장 높고 위험한 도로다.
1950년 착공되어 1954년 완공된 이 도로는 모택동이 티베트를 점령할 때 인민군이 쳐들어온 도로이기도 하다. 바탕이나 더거를 통해서 티베트로 넘어가는 도로는 여전히 통제가 심하다. 중국 공안국은 외국인들에게 통행을 허가해 주지 않고 있다. 더러는 뇌물을 주고 가기도 하지만 감시원에게 걸려 거액의 벌금을 물고 추방당하기 일쑤다. 나 혼자라면 죽기를 각오하고 한번 시도해 보겠는데 몸이 시원치 않은 아내까지 고생시킬 생각을 하니 고개로 흔들어 졌다.
구채구로 가는 길은 험하다. 이 길은 특히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위험지역이다. 그러나 위험한 만큼 풍경은 아름답다. 공사 중인 두로가 많고, 무너진 비탈도 많다. 길은 최악의 상황이다.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은 캐나다에서 온 리사라고 했다. 파란눈의 아가씨 리사는 아름다웠다. 늘씬한 키에 가냘픈 몸매를 가진 리사.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하게되니 지루함이 덜해 졌다. 남자란 그런거다.
▲하얀 야크에 장식을 달고 있는 장족
중간에 버찌를 파는 곳에서 버스는 잠시 정차를 했다. 사람들이 모두 내려 버찌를 샀다. 5위안을 주니 버찌를 한 바가지나 준다. 버찌는 달고 싱싱했다. 어디선가 하얀 야크를 몰고 장족이 다가왔다. 뿔에 알록달록한 장식을 단 야크는 묘하게 보였다 아마 야크를 태워주고 돈을 받는 모양이다. 쑹판을 지나 가는데 "나쁜 삼촌"이란 한국어 간판이 보였다. 나쁜삼촌?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 오지에 한국말로 된 간판을 걸어 놓고 있을까? 괜히 궁금중이 더해졌다. 나오는 길에 한번 들려봐야지.
구채구가 가까워질수록 비가 억세게 내리고, 5월인데도 산에는 눈이 녹지 낳은 채 하얗게 덮여 있다. 저녁 7시 30분 드디어 구채구 입구에 도착을 했다. 무려 12시간이나 걸린 버스여행길이다. 헉! 리사가 아니었더라면 무지 피곤할 뻔했다.
▲구채구 입구 저녁풍경-저녁식사를 했던 식당
▲구채구 입구 저녁풍경
▲구채구 입구 저녁풍경
우리는 리사와 함께 방을 구하러 다녔다. 구채구 입구에는 관광개발 붐을 타고 숙소와 호텔이 엄청나게 많다. 3인용 침대를 1인당 30위안을 주고 리사랑 함께 합숙을 하기로 했다. 배낭여행자들은 한방에서 자기가 일쑤다. 오히려 여럿이 함께 자는 것이 더 안전하다. 짐을 플어 놓고 리사와 함께 중국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리사는 캐나다 어느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데,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여 휴직을 하고 홀로 3개월째 중국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우수에 찬 파란 눈의 아가씨. 그녀는 인생에 무슨 고민이 있을까? 여행을 하며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는 리사의 표정이 점점 밝아져 가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루 종일 덜덜 거리는 버스를 타고 왔으니 피곤했다. 5월이라고는 하지만 고지대에다가 난방장치도 없는 방이라 추웠다. 그러나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구채구까지 무사히 오게된 것을 신에게 감사해야 했다. 잠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감사의 명상에 들었다. 티베트으 여신이여, 우리를 안전하게 라사까지 가게 해주소서....
명상에 잠겨 있다가 눈을 뜨니 리사는 이미 두꺼운 침낭을 둘러쓰고 잠이 들어 있었다. 리사의 침낭에 비하면 우리의 침남은 작고 얇았다. 중국 서쪽을 여행하려면 두꺼운 침낭이 필요하다. 아내와 나는 작은 침낭을 뒤집어쓰고 각자의 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워낙 피곤한지라 곤한 잠속으로 빠져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