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건 人災여, 人災..."
복원이 시급한 섬진강 "추억의 다리"
▲역가락처럼 휘어져 버린 곡성 섬진강 추억의 다리
비가 세차게 아침, 비옷을 걸친 20대의 여자 관광객 다섯 명, 그리고 노인 한 분이 추억의 다리를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다. 모두가 폭삭 주저앉은 추억의 다리를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습니다.
“저건 인재여, 인재…”
무너진 다리를 한 참을 바라보던 노인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노인은 이곳에 살고 있지는 않아 보이는데 무슨 사연이 있는지 다리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아니, 어르신 어디에 사시는데 이렇게 아침 일직 오셨는지요?”
“아, 나요? 나는 곡성에 사는디… 여기가 네 고향이거든. 뉴스로 듣기는 했지만 고향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서 왔수다. 그런데 집이는 어디에 사시유.”
“네, 저는 서울에서 사는데요. 지금은 간전면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간전면? 내가 오래전 교편을 잡은 곳이지요. 나는 우가라고 해요. 선생노릇을 하다가 정년을 했소. 그런데 저 다리가 저렇게 처참하게 주저앉다니 이건 당초 부실공사를 했거나, 아니면 섬진강 댐 방류를 엉망으로 해서 무너진 인재라는 생각이 드오.”
“아, 네.”
“20여 년 전인가? 저 다리가 있는 곳에서 나룻배가 뒤집어져 사람이 여섯 명이나 죽었어요. 그래서 다리를 놓았는디, 원 저렇게 몰골이 험하게 무너지다니 끌끌…….”
일기예보를 듣고 강우량을 미리 예측을 하여 섬진강 댐 물을 사전에 서서히 방류를 했더라면 저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노인은 연신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곡성군 오곡면 송정리와 고달면 두가리를 잇는 ‘두가 현수교’는 길이 168.m, 너비 2.75m로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섬진강을 건너며 기념사진을 촬영 하는 등 추억의 다리로 각인된 아름다운 다리입니다.
더욱이 곡성에 섬진강 기차마을이 들어서면서 “섬진강”, “추억의 증기관차”, “17번국도” 등 3개의 선이 강변 협곡을 따라 이어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두가 현수교는 청소년들이 추억의 기차와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레일바이크”에서 내려 가정리 녹색체험마을, 자전거 하이킹, 래프팅, 청소년 야영장 등 체험관광의 가교역할을 해주고 있는 매우 중요한 다리입니다.
“국내외로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섬진강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하루 빨리 저 다리를 복구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두가 현수교 입구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는 한 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강물이 거의 식당까지 넘칠 뻔 했다며 당시의 두려움이 역역이 얼굴에 나타났습니다. 키 큰 나무의 중간까지 물이 찬 흔적이 남아 있고, 무너진 다리 난간에는 쓰레기들이 너덜너덜 걸려 있어 보기에 매우 흉합니다.
▲추억의 기차마을 가정역
▲가정역에 쓸쓸히 서 있는 추억의 기차
▲수마가 할키가 흔적. 나무 허리까지 물이 범람했다
사람들로 붐비던 가정역에는 찾는 사람도 없고, 추억의 기차도 쓸쓸하게 멈춰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섬진강,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추억의 다리로 자리 잡고 있는 두가 현수교가 빠른 시일 내에 재건되어 섬진강의 명소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곡성 섬진강 추억의 다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