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블루베리의 꿈

찰라777 2011. 4. 19. 10:04

 

 

 

   

▲깨비농장 블루베리 묘목

 

 

아침 9시 깨비농장에 전화를 드렸더니 마침 주인장이 농장에 계실거라고 말했다. 우리는 9시 반쯤 깨비농장으로 출발을 했다. 구례 간전에서 GPS에 주소를 입력을 하니 40km정도의 거리다.

 

 

섬진강변엔 이제 벚꽃이 꽃비가 되어 휘날리고 있었다. 화무는 십일홍이라더니 엊그제 핀 꽃이 열흘을 가지 못하고 푸른 강변에 꽃비가 되어 휘날린다. 문척면 벚꽃 터널에서 아내와 나는 차를 멈추고 한동안 꽃비에 취해 서성였다.

 

 

▲꽃비 내리는 섬진강변(구례 문척면)

 

 

훨훨 춤을 추며 팔랑팔랑 떨어지느는 벚꽃은 미련도 없는 것 같다. 인생은 일장춘몽이요, 달도 차면 기운다더니... 섬강강강에서 낙화유수를 바라보노라니 문득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벚꽃처럼 화려하게 피었다가 미련없이 가는 것이 인생이야. 나는 휘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며 잠시 사샛에 젖었다가 아내의 독촉을 받고 다시 차를 깨비 농장으로 몰았다.

 

복사꽃 피어나는 월등을 지나 산을 넘어갔다. 복사꽃 마을인 월등에는 복사꽃이 이제야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곳은 하동이나 구례보다는 절기가 10여일 쯤 늦는 것 같다. 아직 매화도 싱그럽게 피어 있고, 벚꽃은 이제야 만개를 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깨비농장 쥔장의 그림 같은 전원주택

 

 

월등 고개를 넘어  네비가 가르키는 대로 달려가니 구강면 저수지가 나오고, 깨비농장 주인의 멋진 전원주택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뒤에 낮은 산(산이름은 뭔지는 모르진만)을 배산으로 하고 저수지를 임수로하여 남서방향으로 자리를 잡은 집은 매우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말하자면 배산임수의 풍수를 법칙에 따라 둥지를 튼 모습니다.

 

 

▲깨비농장으로 가는 길에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어 있다.

 

 

깨비농장으로 올라가는 언덕에는 때마침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어 있다. 언덕에 치렁하게 늘어져 핀 진달래는 <소월>의 시를 여상케 하는 길이다. 깨비 농장 부부는 날마다 살며시 즈려 밟으며 농장을 오르내리겠지. 뭉텅이로 피어 있는 영취산 진달래보다 훨 서정적이고, 시적인 느낌을 주는 진달래 길이다. 깨비 농장은 시가 있는 그런 길이다.

 

 

깨비농장에 핀 벚꽃

 

 

구릉에 위치한 깨비 농장에 도착하니 잘 정돈 된 블루베리 농장이 사열을 하듯 서 있다. 그런데 블루베리나무 두가 잎이 하나도 없다. "오메, 어쩐일이지요?" 아내가 놀라며 차에서 내렸다. 우리집에 돋아난 블루베리 잎파리만 생각을 하고 여기는 훨 풍성한 잎이 났을 거라고 상상을 했기에 아내가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와, 저 벚꽃은 이제야 만개를 했군요!"

 

농장 한 가운데 외로이 서 있는 벚꽃나무에는 벚꽃이 당당하게 피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수백그루가 도열해 있는 구례와 하동의 벚꽃들을 눈이 시리도록 보다가 단 한 그루 서있는 벚꽃을 보노라니 마치 귀부인처럼 곱고 아릅답다. 깨비 농장 쥔장께서 하우스에서 일을 하다가 웃으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오랜 만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어요?"

 

우리는 반가이 수인사를 하고 블루베리 농원을 돌아보았다.  뿌리를 더욱 튼실하게 하고 냉해를 방하기 위해서 강전정을 했다고 한다.

 

"아하, 저인 그것도 모르고... 그럼 지금 해도 되나요?"

"금년에 조금 늦었으니 내년에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신 거름을 좀 해야 좋을 것입니다."

 

 

 ▲깨비농장 온실에 핀 블루베리 꽃

 

 

 

쥔장은 두 가지의 거름을 우리에게 주며 주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을 하여 주었다. 가름 이름이 뭐라고 했는 금새 잊어 먹었다. 단지 하얀 거름은 1000배 정도 물에 타서 2주일에 한번 씩 주고, 토끼 똥처럼 생긴 거름은 큰 나무에는 세주먹, 작은 나무에는 한 주먹씩 주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는 깨비농장에서 분양을 받은 뭐라더라 '마그노리아'라고 하는 블루베리를 옮겨 심기위해 꺼적처럼 생긴 화분을 하나 사고, 초록색 화분도 하나 샀다. 마그노리아는 5년차이고, 정읍에서 분양은 받은 나머지 브루베리는(이름은 모름) 3년차에 들어간다. 깨농장 블루베리는 더 큰 화분이 필요 할 것 같았다. 원가로 주는 고마움과 공짜로 영농밥법을 배운 우리는 그저 깨비농장 쥔자엥게 감사를 드릴뿐이다.

 

마침 그때 깨비 농장 사모님이 예쁜 딸을 데리고 농장으로 올라왔다. 아마 진달래 길을 걸어서 온 모양이다. 젊은 부부가 함께 농장을 가꾸는 모습이 너무 아릅답게 보인다. 그러나 농장은 겉 모습은 언제나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항상 낭만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

 

 

▲깨비농장 전원주택에 열린 블루베리 열매

 

 

그것은 도심에만 살아왔던 내가 귀농을 하여 지난 1년동안 살아본 경험이다. 지난 1년동안 우리는 그 많은 벌레와, 파리 모기, 장마, 태풍, 그리고 추위에 떨어야 했다.  지내에 물리고, 모기에 뜯기고, 벌에 쏘이고, 장마에 시달리고, 태풍에 담자이 넘어가 블루베리 화분도 파손이 되었다. 혹독한 추위에 수도가 동파를 하고, 보일러가 터졌다.

 

그런 와중에서도 블루베리는 강추위를 견뎌내고 무사히 자라주었다. 말하자면 블루베리 일곱그루는 그렇게도 추운 날씨를 씩씩하게 견디며 겨울을 이겨내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봄을 맞이하여 희망의 씩을 틔어 주고 있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추위를 이겨낸 블루베리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렸다. 녀석들이 한없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보였다.

 

 

▲깨비농장 정문에서

 

 

"일곱개의 블루베리에 투자를 너무 많이 하지요?"

"그래도 사서 먹는 것보다 직접 길러서 직접 따서 먹는 맛이 쏠쏠 하실겁니다."

"하긴...그렇지요. 그러기에 블루베리는 우리들의 꿈나무랍니다."

 

아내는 블루베리를 몇 그루 더 분양받고 싶었지만 5월 말경이 되어야 분양을 한다고 했다. 우린 5월에 다시 방문을 하기로 하고 깨비본장을 떠났다. 내가 블루베리를 키우는 것을 보고 몇몇 사람이 자기들도 분양을 좀 받자고 하니 그땐 그 사람들과 함께 와야 할 것 같다.

 

우린 진달래의 환송을 받으며 깨비 농장을 내려왔다. 마침 깨비농장 사모님이 차를 몰고 우리뒤를 따라 내려왔다.

 

"여보, 우리 저 멋진 전원 주택을 좀 둘러보고 가지요?"

"그럴까?'

 

나는 사모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깨비농장 전원주택을 둘러보았다. 나무로 지은 집은 장미로 울타리를 쳤고, 안에는 잔디를 잘 길러 놓았다. 두 젊은 부부의 정성이 듬뿎 담긴 향기가 서린 집이다. 거실에서 바라보이는 저수지의 물빛이 환상적으로 보인다. 잠시 집을 둘러보고 우린 다시 구례로 출발을 하였다.

 

 

▲깨비농장 쥔장 집 블루베리 화분

 

 

오는 길에 구례읍에들려 상추와 치커리 씨앗을 샀다. 한다이 넘도록 감감 무소식인 텃밭의 씨앗을 다시 심기 위해서다. 종묘주인은남은 씰ㄹ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을 하라고 한다. 그렇디 않은 경우 발화가 되이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화엄사 미타암에 들려 솔잎 낙엽을 긁어서 두 박스을 담았다. 깨비농장 쥔께서 작녕에 화분 위해 햇빛을 가려주어야 한다고 하는 말을 잊어먹었는데, 잊버리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다.

 

미타암은 아내가 심장 이식수술을 하기전에 잠시 머물렀던 암자이다. 2007년 아내의 상태는 정말 암울했다. 2년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살아가야 하는 삶이 하루하루가 새롭기만 했다. 이식을 기다리며 잠시머물렀던 미타암에 이제 건강을 되찾은 아내와 다시 오게 되다니... 미타암 주지스님도 기적이라고 했다.

 

 

▲장미덩쿨이 감고 올라가는 낭만적인 깨비농장 쥔장 집.

그러나 낭만은 대가를 톡톡히 치뤄야 한다.

 

 

우리가 지리산 자락 섬진강변에서 살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인생이란 그런것이다. 정말 생각지도 않게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섬진강에 눌러 앉아 살게 된 우리들으 삶은 또 다시 하루하루 경이적이고 기적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봄이 되니 온 만물이 소생을 하며 마치 우리의 새로운 삶을 축복해주는 것만 같다.아내와 나는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하루를 평생처럼 살아가기로 약조를 했다.

 

그것은 마치 블루베리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새로운 싹을 틔우는 삶과 같은 것이다.

블루베리는 우리들의 꿈나무다.

우리는 머지않아 블루베리 꿈나무에 열린 결실을 따 먹을 것이다.

인생은 꿈과 희망이 있는한 항상 새롭다.

그러기에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절대로 포기를 하지말고 자신만의 작은 꿈을 일구고 살아가야 한다.

 

 

▲머지않아 이 블루베리 꿈나무에도 열매가 열릴 것이다!

 

 

 

 

(201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