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의 햇빛이 눈부신 6월,
집 앞에는 온통 노란 물감이 풀려 넘실대고 있습니다.
융단같았던 5월의 초록 물결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가물어 터진 임진강에 쓸려 갔을까?
뇌살스런 햇볕이 따갑기만 한 6월 오후.
나는 문틈에 이젤을 걸고 카메라의 앵글로 붓질을 해 봅니다.
폭풍전야처럼 고요한 밀밭에는 작은 바람들의 바스락 거림과 새들의 노래소리만 들려옵니다.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밀밭
나는 문득 고흐가 마지막 생을 노래하며 붓질을 했던 프랑스 오베르의 "까마귀 나는 밀밭"을 연상해 봅니다. 오베르는 고흐가 생 레미 정신 병원에서 나와 마지막 생을 살다 간 곳입니다. 이때 고흐는 이미 귀가 들리지않아 '소리가 죽은 귀'로 먹먹한 세상을 살아갈 때입니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한 많은 삶의 무게를 마지막 화폭에 담았습니다. 광기와 격정이 흐르는 밀밭에는 고흐의 희망과 절망이 까마귀등에 야성처럼 흐르고 있었습니다.
▲지난 5월 13일 밀밭의 푸르름
▲6월 4일 밀밭
그러나 이곳 동이리의 밀밭에는 새들이 속삭이며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저 멀리 밀밭 넘어 오솔길에서 "까마귀"대신 한쌍의 "까치"가 유희를 하며 날아오고 있습니다. 밀밭 건너 이장님의 마구간에는 소들이 하늘을 향해 포효하며 강한 생명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 아래 임진강에는 아직 실날같은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나는 비가 오기를 기원하며 가뭄에 목이 타며 굶주리는 북한의 동포들을 생각하며 하루속히 대지를 적실 충분한 비가 내리기를 기도해 봅니다.
▲이장님의 마구간에서는 소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옵니다.
▲타는 가뭄으로 거의 실개천으로 변한 임진강
(2012. 6. 4 동이리 밀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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