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볍씨 염수선과 파종

찰라777 2013. 5. 6. 06:11

볍씨 염수선과 파종

 

5월 4일 토요일 맑음

 

당신에게 모든 것을 바칩니다!

-탐스럽게 피어난 말냉이 꽃

 

풀베기를 하는데 말냉이 꽃이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한다. 냉이꽃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놀랍다. 흰 쌀밥처럼 탐스럽게 피어나는 말냉이 꽃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총상꽃차례에 십자모형으로 촘촘히 피어난다. 주걱모양의 잎이 옆으로 퍼지며 20~50cm 정도로 자라난다. 말냉이는 원래 유럽이 원산지다. 꽃이 피기 전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이곳 해땅물 농장에는 말냉이 꽃이 천지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번식력이 강하다니, 귀화식물이 생존하기 위해 번식하는 본능은 대단한 것 같다. 녀석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나는 상추를 보호하기 위해 냉이꽃을 잘라내지 않을 수가 없다. 희고 고운 말냉이 꽃은 관상용으로도 쓰면 어떨까 할 정도로 고귀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나는 탐스럽게 피어 있는 말냉이 꽃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냉이꽃은 내 손에 꺾여 상추 앞에 스러지며 거름이 되어 주고 있다. 냉이꽃을 꺾다보니 <냉이꽃의 추억>(배익천 지음)이라는 동화가 생각난다.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어 운동회 달리기 시간에 늘 빠져 있던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언제부터인가 소녀의 책가방을 들고 학교에 다녔다. 소년은 소녀의 꼴망태에 꼴을 가득 채워 주기도 했다. 어느 날 황소에 찔린 소녀는 허벅지를 다쳐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한다. 소년은 방천의 미루나무 밑에서 항상 소녀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가 하얀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들고 나타났다. 냉이 꽃이었다.

 

 

운동회 날 한 번도 달리기를 하지 않던 소녀는 절룩거리는 다리로 완주를 한다. 그날 소년은 방천에서 코스모스를 한 아름 꺾어 소녀에게 선물을 한다. 소년은 청년이 된 후에도 냉이꽃을 바라보며 소녀를 생각한다.

 

 

 

냉이꽃의 꽃말은 <나의 모든 것을 다 바칩니다>라고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할 수 있겠는가? 냉이꽃의 풋풋한 향기가 가슴에 스며든다. 희고 고운 냉이꽃이 내 손에 꺾여 상추에게 모든 것을 바쳐 거름이 되려고 한다.

 

볍씨 염수선과 파종

 

오후에는 볍씨를 파종을 하는 일을 도왔다. 관행농법은 보통 곡우(4월 20일) 전후해서 볍씨를 파종하는데 해땅물 농장은 그보다 2주정도 늦은 샘이다. 해당물 농장은 볍씨를 직파 하는 방법과 못자리 직파 두 가지 방법을 쓰고 있었다. 이미 직파는 해 놓은 상태였다.

 

"먼저 볍씨를 소금물에 담가 뜨는 볍씨를 가려내고 가라앉은 볍씨만 파종을 합니다. 종자는 일본에서 개발한 <고스히까리>인데요, 우리농장에서 받아놓은 종자입니다. 볍씨를 소금물에 씻는 것은 두 가지 효과가 있지요. 첫째는 밑으로 가라앉은 볍씨만 골라내는 작업입니다. 즉 여물고 실한 볍씨만 골라낼 수 있습니다. 염수선을 하고 나면 볍씨가 절반정도로 줄어듭니다. 둘째는 소금물에 담그면 소독효과도 있습니다. 흐르는 물에 볍씨를 담그면 산소공급이 더 많이 된다고 하지요. 볍씨를 망사 자루에 넣어 이곳저곳 문지르고 뒤집어 주어 씻어냅니다.

 

작년에는 3일 동안 침종 후 비닐하우스로 옮겨 모판에 상토를 깔고 발아를 시켜 육묘를 한 후 6월 하순에 모내기를 했는데, 수확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금년에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습니다."

 

홍선생님은 친구분은 드릴로 육모판에 구멍을뚫고, 나와 홍 선생은 상토를 논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물을 주고 노지에 볍씨를 뿌리는 작업을 함께 했다.

홍 선생님이 금년에 볍씨 육묘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종자 : 고시히까리

2. 염수선하여 종자를 골라낸다.

3. 노지 못자리에 직접 파종을 한다.

4. 노지 모판에 부직포를 깔고 친환경상토를 3cm 정도 깐다.

5. 상토에 물을 충분히 뿌려준다.

6. 육묘상자에 구멍을 뚫어 볍씨가 골고루 빠지게 한다.

7. 육모상자에 볍씨를 넣고 솔로 문지른다.

8. 밑으로 빠진 볍씨를 눌러준다.

9. 볍씨 위에 상토를 덮고 물을 충분히 준다.

 

▲염수선을 거친 볍씨

 

▲볍씨 파종용 육묘판에 구멍을 뜷는다

 

▲3~4알 정도 빠져나갈 정도의 크기

 

▲친환경 상토

 

▲부직포를 깔고

 

▲상토를 3cm 두께로 깐다.

 

▲편편하고 고르게 깐다

 

▲물을 충분히 준다

 

▲볍씨를 붓으로 쓸어 구멍에 골고루 빠지게 한다.

 

▲3~4알 정도

 

▲빠져나온 볍씨 5~6알도 뭉쳐 있는데 골라냈다.

 

▲눌러준다

 

 ▲위에 상토를 덮고 물을 뿌려준다.

 

이런 절차에 따라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육묘는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것이라고 한다. 홍 선생님 부부와 친구 한분이 함께 참여를 해서 해가 넘어 갈 대까지 이 작업을 진행했다. 동일 이장님 댁은 비닐하우스에 파종한 볍씨가 이미 싹이 트여서 파랗게 올라오는데 이제야 노지에 파종을 하면 너무 늦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노지에 볍씨 직파

 

▲고시히까리 볍씨

 

▲스푼으로 하나를 뜨면 약 30알 정도

 

▲논에 구멍을 파고 직파

 

그런데 논에는 보리를 파종하여 자라나고 있다. 6월경에 보리를 수확을 한 후 하순경에 모내기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추운 지방에서도 2모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이미 보리논에 직파를 해놓고 있었다. 보리논에 홀을 파서 볍씨를 30여개씩 직파를 해 놓았다고 한다. 가와구치씨의 경우에는 모든 벼를 노지에 직접 직파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이곳 연천은 기후조건과 토질도 달라서 일부는 직파를 하고, 일보는 육묘를 하여 모내기를 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20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