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폰카로 잡은 눈 세상]눈 덮인 세상..새와 고라니가 있어 외롭지 않아

찰라777 2013. 12. 11. 15:46

아침에 일어나니 온세상이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군요!

아무도 없는 중부휴전선

3.8선도 넘어선 오지...

그러나... 새들과 고라니, 들고양이가

친구가되어주니

외롭지 않네!

 

*눈을 치우며 폰카로 눈 덮인 세상을 잡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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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카로 잡은 눈 세상]

 

새들과 고라니, 들고양이가 있어서 외롭지 않아...

 

 

▲ 밤새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진 연천군 중부전선 부근 동이리마을

 

밤새 눈이 내렸는지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니 온통 하얀 눈 세상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눈이 너무 많은 오면, 눈은 귀찮은 존재로 변한다. 미끄러져 낙상을 하기도 쉽고, 걷기도 힘들고…

 

그러나 하얀 눈이 덮인 세상은 내게 여전히 동심의 세계를 유발 시킨다. 눈은 앙상한 가지를 덮고, 가을걷이를 한 후 아무것도 볼 것이 없는 황량한 들판을 새하얀 이불로 덮어 하얀 도화지로 만들고 만다. 나는 눈으로 만든 도화지위에 저절로 그림을 그리고 싶은 동심의 세계로 빠져 들어간다.  

 

▲ 김장김치를 땅에 묻고 그 위에 만든 인디안 원두막위에도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집 앞 눈도 치울 겸 나는 폰카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밤새 내린 눈은 발목이 빠질 정도로 소복이 쌓여 있다. 금년 겨울 들어 가장 많이 내린 눈이다. 눈삽을 가져오기 위해 창고로 가는데 김장 항아리를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인디안 원두막이 하얀 눈에 덮여 원시적인 풍경을 보여 주고 있다. 

 

저 인디안 원두막 안, 땅 속에 묻어 놓은 김치를 생각하니 저절로 입에 침이 괸다. 바람이 불자 참나무 가지에 쌓여 있던 눈이 민들레 홀씨처럼 휘날려 떨어진다. 멋진 풍경이다. 장독대에도 눈 모자를 쓴 항아리들이 눈사람처럼 서 있다.

 

 

▲ 눈 모자를 쓰고 있는 장독대 항아리

 

 

이 오지에는 누가 대신 눈을 치워줄 사람도 없다. 내 집 앞 눈은 내 손으로 치워야 한다. 나는 창고에서 눈삽을 꺼내들고 창고와 본채 사이에 작은 길을 하나 냈다. 그리고 테라스에 쌓인 눈을 치우고 빗자루로 쓸어 냈다. 그 다음에는 대문으로 통하는 정원에도 역시 작은 길을 하나 냈다. 나는 쓰레기 더미로 가는 곳과 정자로 가는 정원에도 역시 외줄 길을 만들어 놓았다.

 

 

▲ 테라스에 눈을 치우고 쓸어 냈다

 

 

▲ 대문으로 통하는 정원에 외줄 길을 낸다.

 

대문으로 올라오는 가파른 길은 여러 번 손이 가야 한다. 거의 45도 각도로 가파른 언덕은 눈을 치우지 않으면 그대로 얼어버려 걷기도 힘들고 자동차의 통행도 어려워진다. 눈이 얼어붙기 전에 치워야 한다. 또 눈이 녹아버리거나 얼어버리면 눈을 치우기도 어려워진다.

 

맨 처음 작은 길을 수직으로 하나 내고, 그 다음에는 작은 길에서 수평으로 눈을 하나하나 밀어내야 한다. 눈삽으로 눈을 밀어내는 작업을 끝내면 다시 빗자루로 내려가면서 한 번 쓸고, 다시 올라오면서 쓸어야 눈이 완전히 치워진다. 눈을 완전히 치우기 위해서는 4번의 손이 가야 한다. 그렇게 작업을 하고 나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역시 운동이란 좋은 것이다.

 

 

 

 먼저 눈삽으로 외줄기 길을 낸다.

 밀고 쓸어, 4번 손이 가서 치운 대문 앞 길

 

 

뭐, 아무도 찾아 올 리 없는 중부휴전선 오지이지만 그래도 길은 내 놓아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연천군 동이리 마을은 주변에 있는 전원주택에 주말에만 가끔 사람들이 찾아올 뿐 주중에는 거의 아내와 나 둘이서만 지낸다. 일주일 내내 사람은 물론 자동차도 구경하기 어려운 오지이다.

 

그래도 찾아오는 친구들이 있다. 박새와 까치, 기러기, 까마귀, 솔개 들이 늘 집 주위를 찾아온다. 박새와 참새들은 거의 처마 밑이나 테라스까지 찾아와 먹이를 구걸한다. 까치는 높은 참나무 가지나 전깃줄에 앉아 까악 까악 하고 아침 인사를 건 낸다.

 

 

▲ 참나무 위에 지어 놓은 까치집에 앉아 인사를 하고 있는 까치

 

"그래, 이 추운 겨울밤을 어떻게 잘 지냈니?"

 

 

"까악 까악. 너무 추웠지만 그럭저럭 잘 지냈어요.""

나도 까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 낸다. 언어는 서로 통하지 않지만 우린 마음으로 통한다. 까치집에 까치가 한동안 들락 달락 하고 있다. 어디선가 까마귀가 까치집으로 날아오자 근처에 보초를 서고 있던 까치가 손살 같이 날아와 까마귀를 쫓아냈다.

까마귀는 혼비백산하며 도망을 쳤다. 아마 알이나 새끼를 낳았는지도 모르겠다. 집안을 들락날락 하는 까치는 어미까치이고, 망을 보는 녀석은 아빠 까치인 것 같다. 까치부부는 자기 자식을 보호하기위해 거의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까마귀는 까치보다 훨씬 덩치가 큰데도 목숨을 걸고 덤비는 까치를 당해낼 재간이 없는 모양이다.

 

▲ 까치집을 들락 달낙하는 까치. 아마 새끼나 알을 낳았는지도 모른다.

 

 

 

▲ 아빠까치에게 쫓겨 혼비백산 달아나는 까마귀

 

 

 

 

 

이제 기러기들의 개체수가 엄청 많아졌다. 기러기들은 하늘을 종횡무진하며 날아다닌다. 어떨 때는 수백 마리, 수천마리가 날아다니기도 한다. 겨울이면 틀림없이 찾아드는 철새들은 보노라면 새들이 생존 방법은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하늘을 종횡무진하면 날아다니는 기러기 떼

 

어디 그 뿐인가? 우리 집에는 들고양이도 찾아오고, 노루와 고란이도 찾아온다. 한 겨울 녀석들은 나와 가장 친한 벗들이다. 오늘 아침에도 고라니 한 마리가 나를 보더니 숲으로 줄행랑을 쳤다.

 

"야,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돼. 난 네 친구야."

그러나 고라니는 워낙 의심이 무척 많은 녀석이다. 괜히 눈 속을 폭폭 빠지며 달아나는 고라니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 후다닥 놀라며 숲속으로 줄행랑을 치는 고라니

 

들고양이는 창가까지 찾아와 슬금슬금 눈치를 본다. "뭐, 먹을 것 좀 없나요?" 하면서. 나는 가끔 먹다 남은 음식(생선, 고기 뼈 등)을 들고양이에게 보시를 하곤 한다. 그러면 녀석은 슬금슬금 훔쳐보며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이 먹어 치운다. 새들을 위하여 가끔 모이도 준다.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찾아드니 나는 집으로 오는 길에 눈을 치우고 친구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법정스님은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고 했다. 3.8선 넘어 휴전선 오지에 새들마저 날아가 버리고 없다면, 고라니나 들고양이, 까치나 기러기들마저 없다면, 정말 외롭고 쓸쓸해질 것이다. 저 친구들이 있기에 나는 홀로 있지 않고 또 외롭지 않다.

 

▲ 정원에 서 있는 천연 크리스마스트리

 

우리 집 정원에는 천연적인 크리스마스트리가 눈을 가득 이고 여기저기 서 있다. 아마 금년 크리마스는 저 크리마스 트리들과 함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