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임진강을 찾는 사람들이여, 당신의 양심은 어디에?

찰라777 2014. 6. 13. 05:19

쓰레기와 오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임진강

 

▲ 낚시꾼이 버린 부탄가스 깡통

 

 

 

▲ 지난 현충일 연휴에 연천군 미산면 임진강변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더미

 

 

 

▲ 행락객이 버린 술병과 깡통

 

 

 

▲ 야영을 하며 취사를 한 흔적과 버리고 간 불판 적새

 

 

 

▲ 수풀 속에 버리고 간 쓰레기

 

 

 

▲ 낚시꾼이 버리고 간 이끼통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임진강과 한탄강이 합수되는 지점인 중부원점에서부터 왕징면 임진교에 이르는 임진강은 경관이 수려한 숨은 비경이다. 특히 직선거리 1.5km에 이르는 주상절리 적벽은 사계절 아름다운 절경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얕은 강에서 낚시를 하기도 좋고, 몽돌 강변에서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 지난 휴일 임진강변에서 텐트를 치고 물놀이와 낚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그런데 요즈음 이곳 임진강이 주말이면 찾아온 낚시꾼과 행락객들이 버린 쓰레기와 오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6월 6일 현충일에 이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이곳 임진강 주상절리에는 야영객과 낚시꾼, 그리고 물놀이를 하러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가족단위, 연인, 혹은 친구들끼리 임진강을 찾은 사람들은 몽돌 강변과 모래 둔치에 텐트를 치거나 낚시를 하면서 임진강이 흐르는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평화롭게만 보였다.

  

 

▲ 가족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경기도 평화누리길을 한가롭게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

 

배낭을 걸머지고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임진강 평화누리길을 한가롭게 걷는 사람들도 눈에 띤다. 그 모습이 그지없이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인다. 차량 통행이 금지된 임진강변에 승용차를 깊숙이 바싹 대놓고 야영을 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가슴까지 차는 물속에 들어가서 낚시를 하거나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저기서 고기 굽는 연기와 냄새가 진동한다. 간혹 확성기를 통해서 물이 불어 날 경우 대피를 해야 한다는 시험방송이 나오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는 것 같다.

 

 ▲ 강물에 들어가 낚시를 하고 있는 낚시꾼

 

 

▲다슬기를 잡는 사람도 있다.

 

 

모처럼 휴일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임진강은 매우 위험한 지역이다. 더욱이 이곳 동이리 주상절리 지역은 강폭이 좁아 장마철에는 강물이 적벽 허리까지 차오르며 무섭게 흘러가는 지역이다.

 

지난 2009년 9월 6일에는 맑은 날씨에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열고 무려 4000만 톤의 물을 방류하는 바람에 임진교 하류인 바로 이 지역에서 야영을 하던 행락객이 날벼락을 당해 6명이나 목숨을 잃은 사고가 있었다.

 

▲2009년도에 사고가 발생했던 임진강 지역

 

▲ 장마철에는 저렇게 나무 위까지 물이 순식간에 차므로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 작년 장마철에 넘어진 뽕나무

 

사고가 난 직후에는 당국에서 임진강 접근을 엄격히 금지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낚시와 물놀이를 허용되고 있다. 물론 안전한 상태에서 야영을 하며 물놀이를 하고 낚시를 하는 것은 좋다. 연천군청 안전관리총괄팀에 전화를 하여 확인해 보니 임진강변에서 야영을 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임진강변에는 수영과 낚시를 금지하는 표지판을 여기저기에 세워놓고 있습니다.

 

 

▲수영과 낚시,야영을 금지하는 표지판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단속이 느슨한 틈을 타서 차량통행이 금지된 지역까지 승용차를 진입하여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고 있다. 금지된 지역에 차를 몰고 들어가 야영을 하는 사람들도 문제이지만 강변으로 진입하는 좁은 도로에는 차량통행금지라는 표지판 하나도 없다. 재차 강조하지만 임진강은 순식간에 강물이 불어나는 위험한 지역이다. 위험한 지역에 야영을 하지 말아야겠지만 당국의 보다 엄격한 통제와 관리가 필요하다.

 

 

 

▲평화누리길 표지판과 무너진 차량진입 가로막

 

행락객이 지나간 후 그 흔적은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다.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 있고, 취사를 한 흔적, 술병, 부탄가스 깡통, 휴지 들이 강변에 뒹굴고 있다. 고기를 구어 먹은 불판과 낚시 밥 통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장마철이 되면 저 쓰레기들이 하류로 흘러내려가 강을 오염시키고 강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위험 요소가 된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용변을 마구 보기도 있다. 강변 중간에 간이 화장실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아무데서나 노상 방뇨를 하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 으슥한 풀 속이나 돌무덤에 숨어서 똥을 눕기도 한다.

 

 

▲ 평화누리길에 있는 약수터 대변을 누고 휴지로 덮어 놓은 모습

 

▲임진강변에 간이 화장실이 있는데도 아무데나 방뇨를 한다.

 

평화누리길 산책길 후미진 적벽에는 자연적으로 조성된 약수가 흘러내리고 있다. 사람들은 산책을 하다가 그 약수를 손으로 떠서 목을 축이기도 한다. 얼마나 고마운 약수인가. 식수가 어려운 시절에는 동이리 마을 사람들이 이 약수를 받아서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그 약수터 바로 코앞에 누군가가 대변을 보고 휴지로 덮어둔 흔적이 있으니… 도대체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며 약수터 앞에서 용변을 보았을까? 이는 마치 자기 집 부엌 수도꼭지 앞에다 용변을 보는 것이나 다름없는 파렴치한 행위다. 임진강을 사랑하고 애용하는 사람들은 이런 작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남이 보지 않는다고 해서 어쩌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10대 경제대국, IT강국 운운하며 선진 문화국민을 자부하기도 한다. 단적인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국민정신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선진문화 국민이 되려면 아주 작고 사소한일부터 잘 지켜야 한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더욱 준법정신과 예절을 더 잘 지켜야 선진국민이 되는 것이다.

 

 

 

지구상에 단 하나 뿐인 임진강을 살리자!

 

선진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미국이나 일본, 호주, 영국 같은 선진국의 국립공원이나 자연에서는 지정된 취사지역 외에서는 취사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허용이 되지 않는 계곡이나 강물에는 손이나 발을 씻어도 안 된다. 물론 국가에서 엄격하게 규제도 하고 있지만 어릴 적부터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을 잘 받아서인지 사람들은 스스로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정신이 생활화 되어 있다.

 

2002년도 월드컵을 치른 후 남미를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칠레나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국의 국민들은 참으로 공중도덕을 지키는 준법정신이 투철한 것 같아요. 응원도 잘 하지만 운동장과 거리에 스스로 쓰레기를 다 치우고 가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말을 들은 당시에는 한국인으로서 참으로 자긍심도 갖게 되고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노상 아무 곳에서나 방뇨를 한다.

 

▲ 차량금지구역과 야영금지구역에 승용차를 몰고 와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고 있다

 

이곳 임진강에도 안전관리요원이 있다고 한다. 허지만 안전관리요원이 홀로 단속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민 스스로가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나 어른들이 문제다. 어른들이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아무데나 용변을 보니 자연히 아이들도 따라서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이래서야 어찌 아름다운 우리강산을 후손에게 고이 물려 줄 수 있겠는가?

 

하나 뿐인 임진강을 살리자! 임진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야영이나 물놀이, 혹은 낚시를 허용하는 지역을 선별해서 엄격이 제한하고 단속도 철저히 해야 한다. 꼭 사고가 난 후에야 사후약방문식으로 규제와 단속을 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때가 지나가면 아무리 큰 사고라고 곧 잊어버리는데, 이거야 말로 안전 불감증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하나뿐인 아름다운 임진강을 살리자

 

 

어른들이여, 오늘 당신이 버린 술병의 깨진 유리조각이 당신의 손자, 후손들의 발을 상하게 하여 피를 흘리게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오늘 당신이 버린 쓰레기와 방뇨한 오물을 당신의 후손들이 마시고 병이 들게 된다는 것을 상기하자. 오, 어른들이여! 그 때도 당신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그대의 어린 후손들에게 말할 것인가?

 

"임진강을 찾는 사람들이여, 당신의 양심은 어디에 있습니까?  지구상에 단 하나뿐인 임진강을 살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