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뒤통수에 맞는 말 벌침 아직도 얼얼해...

찰라777 2014. 7. 4. 06:07

 

공짜 말 벌침 한방에 정신이 아찔하네!

 

 

▲ 오갈피나무에 벌집을 짓고 있는 말벌. 이 말 벌침을 한 방 맞고 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드디어… 장마철이 시작되었다. 어제부터 비가 제법 흡족하게 내렸다. 텃밭에 생장하고 있는 모든 작물들이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그러나 잡초가 자라나는 속도는 작물보다 훨씬 빠르다. 자연농사를 배운 뒤부터는 잡초를 뽑지 않고 그냥 베어주고만 있는데, 자라나는 속도가 작란이 아니다.

 

고구마 밭과, 채마밭은 하루에 한 줄씩 거의 매일 베어주고 있다. 한꺼번에 베어내다 보면 금방 지치기 때문이다. 금년에는 유난히도 쇠비름이 많아 돋아나 있다.

 

집 안에 있는 텃밭은 매일 조금씩 잡초를 베어내기 때문에 그런대로 작물이 자라나고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두포리에 있는 오갈피나무 밭이 마음에 걸린다. 지난 5월에 한 번 정리를 했지만 아마 그새 잡초들이 엄청나게 자라났을 것이다.

 

마침 오늘(7월 3일) 서울에서 일을 잘하는 친구 응규가 왔기에 함께 가서 잡초를 베어주기로 했다. 지금 베어주지 않으면 온 밭이 잡초로 덮여 버릴 것이 뻔 하기 때문이다.

 

장화와 모자, 장갑, 낫, 제초기 등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두포리로 향했다. 파평면 두포리에 소재한 오갈피나무 밭은 우리 집에서 약 30km 정도 떨어져 있다. 빗방울이 약해졌다 강해졌다 하더니 두포리에 도착하자 이슬비로 변했다. 하늘이 작업을 도와주는 모양이다.

 

▲ 개망초 무성한 오갈피나무 밭

 

오갈피나무 밭은 완전히 개망초로 덮여 있다. 개망초에 묻혀 오갈피나무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친구와 나는 마치 보물을 찾듯 오갈피나무를 찾아 주변의 개망초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친구가 낫으로 오갈피나무 주변에 있는 개망초를 베어내면 나는 제초기로 그 사이를 베어나갔다. 그런데 오늘따라 제초기가 고장이 나고 말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낫으로 베어낼 수밖에 없었다.

 

3년 전 약 600평정도 되는 밭에 1000주의 오갈피나무를 식재를 했는데, 매년 잡초를 두 세 번 씩 베어주고 있다. 처음에는 오갈피나무가 워낙 작아 잡초를 뽑아주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자라나 베어주기만 하고 있다.

 

잡초의 종류도 매년 달라지고 있다. 첫해는 억새류가 오갈피나무를 덮더니 다음해에는 야생콩 등 줄기 식물이 오갈피나무를 꽁꽁 동여매고 말았다. 그런데 금년에는 개망초 일색이다.

 

지난 5월 23일 1차로 한 번 베어냈는데 금세 또 이렇게 자라나 오갈피나무 밭을 덮고 있다. 지금 베어내지 않으면 장마철에 개망초 숲을 이루고 말 것 같다.

 

이슬비를 맞으며 개망초를 베어내는데 갑자기 머리 뒤통수에 바늘로 찌르는 듯 심한 통증과 함께 정신이 아찔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말벌들이 윙윙거리며 비행을 하고 있다. 나는 순간 낮은 자세로 엎디어 그곳을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벌들이 저공비행을 하며 나를 쫓아왔다. "이거 큰일 났군." 죽을힘을 다하여 줄행랑을 쳤다.

 

 

▲ 다행이 벌집이 크지 않아 피해를 크게 당하지 않았다. 여름철 야외활동을 할 때는 벌, 뱀 등을 조심해야 한다.

 

 

"형, 왜 그런가? 뱀이라도 있어."

"아니, 말벌이야!"

"쏘였어?"

"응, 머리 뒤통수에 한 방 맞았네."

"허허, 고녀석들 비겁하네. 뒤통수를 치다니. 허지만 공짜 벌침을 한방 맞았네."

"자신들의 영역인 벌집을 건드려 놓았으니 앞통수 뒤통수 가리겠나? 안면 안다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한 방을 맞았지만 뒤통수가 얼얼하고 정신이 아찔해졌다. 공짜 벌침 치고는 너무 센 벌침을 맞은 셈이다. 다행히 두꺼운 모자를 썼기에 벌침은 깊숙이 박히지 않은 모양이다. 아마 모자에 침이 박혔는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리고 벌침을 맞은 장소로 가보니 말벌들이 오갈피나무에 집을 짓고 있었다. 벌집은 그리 크지 않고 다섯 마리 정도가 집을 짓느라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남의 영역을 침범했으니 녀석들은 당연히 방어용 벌침을 날렸을 것이다.

 

"다행히 벌집이 작군. 큰 벌집을 건드렸더라면 오늘 초상 날 뻔했네."

"허허, 형 논담도 진하우. 하여간 한 여름 야외에서 일을 할 때는 항상 조심을 해야겠어. 뱀도 많고 하니."

 

▲ 개망초를 베어낸 뒤의 오갈피나무 밭

 

말벌은 꿀벌의 독성보다 70배나 많은 독을 가지고 있다. 장수말벌은 무려 500배나 많은 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자칫 잘 못하면 벌독 알레르기로 기도에 염증이 생겨 호흡이 곤란하고, 심장이 쇼크를 받아 혈압이 저하되며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 도 있다.

 

그러므로 여름철 야외에서 활동을 할 때에는 방어복장을 단단히 하고 벌에 쏘이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만약에 벌에 쏘였을 때는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벌집 주위에서 안전하게 대피를 하고 벌침이 박혔을 때는 이를 제거해야 한다.

 

벌침 제거는 신용카드처럼 얇고 단단한 물건으로 벌침을 양족에서 맞물려 밀어내어 끝이 부러지지 않도록 천천히 빼낸다. 끝부분이 남아있으면 독이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손톱으로 벌침을 빼낼 경우에는 자칫 잘 못하면 독이 몸 안으로 더 들어갈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벌을 쏘인 자리에는 염기성 있는 비눗물로 중화를 시켜주고, 암모니아수를 발라주도록 한다.

 

항간에는 봉침이라 하여 잘 맞으면 면역기능을 활성화하고, 통증완하, 염증을 제거하며, 혈액순환을 돕고, 신경장애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함부로 맞을 일은 아닌 것 같다.

 

"형, 좌골 신경통이 있다더니 오늘 자연벌침을 공짜로 맞았으니 치료되는 것 아니오?"

"허허. 글쎄, 그냥 뒤통수가 얼얼하기만 해."

 

▲잡초를 제고 한후 오갈피나무가 숨통을 트인 듯 생글거린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공짜로 말벌의 침을 맞은 것이 아니라 녀석들의 집을 건드린 내가 잘못이다. 좌골 신경통이 낫기는커녕 더 욱신거리고 뒷골까지 통증이 심해진다.

 

비몽사몽간에 오갈피나무 밭 개망초를 제거한 후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나니 정신이 좀 들었다. 허지만 아직도 뒤통수가 얼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