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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부릅 뜨고 있는 사천왕을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컥!

찰라777 2015. 1. 22. 10:14

승과 속을 경계 짓는 일주문  

 

 

유유히 흐르는 구례 섬진강에서 노고단 방향으로 들어서면 곧 화엄사 일주문에 닿습니다. 일주문은 하나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건물로 승과 속을 경계 짓는 표시입니다. 화엄사는 유달리 양 옆으로 담을 쌓아서 경계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평지 옆으로 통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주문을 통해서 들어오라는 경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리산화엄사란'란 일주문 편액은 선조대왕 네 번째 부인의 아들인 의창군이 쓴 꽤나 오래된 글씨입니다 

 

 

 

▲화엄사 일주문

 

절로 가는 문은 대부분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곧 금강문에 도착을 합니다. 금강은 쇠 가운데 가장 단단한 것입니다. 금강문은 다이아몬드 같은 금강의 마음을 가지면 모든 번뇌를 깨부술 수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금강역사

 

▲문수동자와 나라얀 금강역사

 

금강문 안으로 들어서면 두 개의 금강역사가 있습니다. ! 왼쪽의 밀적금강은 금강저를 들고 부처님을 경호하는 야차신의 우두머리라고 합니다. 오른쪽 나라연금강은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그 힘은 코끼리의 백만 배나 된다고 합니다. 벌거벗은 역사들의 불뚝불뚝 솟아있는 근육이 무한한 힘을 느끼게 합니다.

 

금강역사를 자세히 보면 입의 모양이 각자 다릅니다. 한쪽 금강역사는 입을 벌린 모습이라 '아금강역사'라 하고, 다른 쪽 입을 다물고 있는 금강역사는 '훔금강역사'라 합니다. ''''은 각각 범어의 첫 글자와 끝 글자에서 유래 되는데, 금강역사의 입은 시작과 끝을 연결하여 영원과 통일의 완성을 기원하는 발심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보현동자와 밀적금강역사

 

또 이 두 역사의 머리 부분에는 상투 모양의 육계가 있고, 다시 그 둘레에 둥근 모양의 두광을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은 이들이 힘센 존재일 뿐만 아니라 신성한 지혜를 고루 갖추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이런 뜻을 알고 나면 상징적이지만 금강역사의 형상이 다시 새롭게 다가옵니다. ! 금강역사여, 내 마음의 번뇌를 깨부숴주오!

한편 금강문의 문수동자는 용맹한 사자를 타고 있는데 부처님의 좌보처로서 지혜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끼리를 타고 있는 보현동자는 부처님의 우보처로 진리를 실천하는 부처님의 우보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화엄사 금강문은 인조 10(1632)에 벽암 각성선사가 중건한 꽤 오래 된 보물입니다.

 

눈을 부릅 뜨고 있는 사천왕을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컥!

 

금강문을 나와 몇 걸음 지나면 세상에서 가장 무섭게 생긴 사천왕을 모신 천왕문이 나옵니다. 사대천왕은 수미산 중턱에 살면서 그 방위에 따라 정법을 수호하고 마귀의 습격을 방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즉 이 화엄사를 수미산으로 간주하고 절간 안으로 들어오는 잡신들을 경계하는 하고 있는 것이지요.

 

▲눈을 부릅뜨고 중생을 내려다 보고 있는 사천왕

 

! 눈을 부릅뜨고 험상궂게 내려다보는 사천왕을 보게 되면 아이들이 보고 무서워서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울기도 합니다. 이 사대천왕은 힌두교를 숭상하는 3천신들 중에서 소문난 악신으로 부처님을 괴롭히다가 오히려 깨우침을 받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수미산의 네 귀퉁이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비파를 들고 있는 지국천왕은 동방신주를 수호하고 백성을 편안케 하면서 나라를 잘 다스리는 천왕이고, 칼을 잡고 있는 중장천왕은 수미산 남섬부주를 수호하고 항상 사람을 관찰하며 중생에게 이익을 주는 천왕입니다.

 

▲동방지국천왕(왼쪽)과 남방중장천왕

 

용을 잡고 있는 광목천왕은 수미산 서방을 수호하고, 넓고 큰 눈으로 국토를 바르게 지키며 중생을 이익 되게 보살펴 준다고 합니다. 보천을 들고 있는 다문천왕은 수미산 북방을 수호하고, 재물과 복덕의 부귀를 맡고, 부처님의 도량을 지키며 불법을 옹호하는 천왕입니다

 

서방광목천왕과 북방다문천왕

 

이 사대천왕들은 이 절을 통과하는 모든 사람들을 심사하는데,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준적이 있는가, 길 잃은 자에게 길을 찾게 해준 적이 있는가,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준 적이 있는가 등을 묻는다고 합니다.

 

어찌할꼬! 나는 그런 선한 일을 한 적이 있는가? 이런 내용들을 알고 난 후부터는 천왕문을 지나갈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겁이 납니다. 눈을 부릅뜨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사천왕들의 무서운 모습은 마치 내가 죽은 후에 어디로 갈 것인가를 심판하는 염라대왕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에 들어갈 때에는 과연 이 천왕문을 무사히 통과할 자격이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끝으로 천왕문에 새겨진 주련을 음미해 봅니다.

 

四大天王威勢雄 (사대천왕위세웅) 사대천왕의 위세는 웅장도 하여라.

護世巡遊處處通 (호세순유처처통) 세상을 지키고 다니며 곳곳으로 통하고

從善有情貽福蔭 (종선유정이복음) 착한 일을 하는 자에게는 복을 주시고

罰惡群品賜災隆 (벌악군품사재륭) 악한 무리에게 벌로 재앙을 내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