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참나무가 과연 표고버섯으로 환생활까?

찰라777 2015. 3. 14. 07:56

 

 집은 뒤꼍이 깨끗해야... 뒤꼍에 헝킁어진 칙 넝쿨과 낙엽을 긁어내며...

   

작년 323일 뒷집 장 선생님으로부터 참나무 토막을 몇 그루 얻어와 표고버섯 종균 약 4000개를 심었었다((http://cafe.daum.net/skyearthtour/TmzF/396). 벌써 종균을 심은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표고버섯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보통 종균을 심은 지 1년에서 16개월이 되면 표고버섯이 자란다고 한다. 아직 완전한 해빙이 덜된데다가 집을 자주 비우다 보니 물을 자주 못해 아무래도 버섯이 좀 더디게 날 것 같다.

 

 

작년 323일 날 참나무에 표고버섯 종균을 심었다.

 

오늘(39)은 버섯을 심은 참나무를 세워 둔 뒤꼍을 청소하기로 했다. 가을부터 떨어져 내린 참나무 낙엽이 뒤꼍에 가득 차 있다. 거기에다 윗집 장 선생님 댁 언덕에서 뻗어 내린 칙 넝쿨이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얽혀있다.

 

나는 응규의 도움으로 칙 넝쿨을 잘라내고 낙엽을 긁어내렸다. 그런데 칙 넝쿨은 잘라도 잘라도 여름이 되면 금방 무성하게 자라나고 만다. 아마 가장 강하고 성장력이 강한 것이 칙 넝쿨이 아닐까? 이 녀석은 나무기둥이건 전봇대건 닥치는 대로 마구 타올라가 칭칭 감아버리고 만다.

 

칙넝쿨과 낙엽으로 어지러진 뒤껕

 

제대로 제거를 하려면 장 선생님 소나무 밭에 가서 칙 뿌리를 캐내야 하는데 그 작업은 거의 불가능하다. 칙 넝쿨을 잘라내니 마치 작은 정글처럼 보이던 뒤꼍이 훤해졌다. 칙 넝쿨을 잘라내고 참나무를 덮은 멀칭 위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털어서 긁어냈다. 낙엽은 거의 금굴산에서 날아 온 참나무 낙엽이다 

 

갈퀴로 낙엽을 긁어서 포대에 넣어 퇴비장에 쌓아두었다. 이 낙엽을 한 해 동안 묽혀두면 발효가 되어서 훌륭한 퇴비가 될 것이다. 칙 넝쿨과 낙엽을 치우고 나니 뒤꼍이 말끔해졌다. 원래 집이란 뒤꼍이 깨끗해야 한다. 날이 좀 더 풀리면 뒤꼍의 도랑과 지붕 위의 홈통에 쌓인 낙엽도 치워야 한다.

 

뒤꼍 담에서 배어낸 칙넝쿨

 

뒤꼍을 말끔히 치운 다음에 나는 참나무 버섯을 뒤집어 놓기 시작 했다. 종균을 심은 참나무를 땅에 탕탕 두들겨 종균이 깨어나도록 신호를 주었다. 이건 지리산 자락 수평리 마을에 살 때에 혜경이 엄마한테 배운 방법이다. 종균도 자극을 주어야 빨리 깨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거꾸로 뒤집어 주어야 수분이 골고루 먹혀 종균이 버섯으로 빨리 자라난다는 것

 

그런데 표고버섯 종균은 아직도 참나무 속에서 긴 겨울잠을 자고 있는 모양이다. ", 이제 그만 겨울잠에서 깨어나라!" 나는 속으로 버섯 종균에게 그만 깨어나라고 속삭이며 참나무 토막을 탕탕 두들기며 하나씩 하나씩 뒤집어 놓았다.

 

 

낙엽과 칙넝쿨을 제거하여 말끔해진 뒤꼍. 참나무 표고버섯을 일일이 뒤집어 놓았다.

 

뒤집기 작업은 해가 다 떨어져 내릴 때서야 끝났다. 해가 지고 나니 날씨가 몹시 추워졌다. 내일은 영하 8도까지 기온이 내려간다고 한다. 뒤집기 작업을 끝내고 물을 뿌려 주는데 물이금방 얼어버린다. 거기에다 바람마져 윙윙 황소바람을 불어대니 체감온도는 더 춥다.

 

작업을 마치고 깻묵을 왕겨와 섞어서 거름을 만들었다. 깻묵과 왕겨을 반반 섞어서 물을 부어 놓으면 아주 좋은 퇴비가 된다. 날씨가 더 추워 진다. 추위에 덜덜 떨며 거실로 들어왔다. 

 

"여보, 저 블루베리나무가 아무래도 얼어버릴 것 같아요. 다시 거실로 들여놓아야겠어요." 

"허긴, 봄에 날씨가 풀린다고 방심을 하다가 1년 헛농사 짓고 만다고 했지요."

 

나는 어제 밖으로 내어 놓았던 블루베리 나무와 화분을 다시 낑낑거리며 거실로 옮겨 놓았다. 다음 날 아침(310)에 일어나니 영하 9도로 수은주가 급강하를 했다. 거기에다 강풍이 불어대니 체감온도는 훨씬 더 춥다.

 

 

▲밖에 내 놓았다가 날씨가 추워져 다시 실내로 들어 온 화초들

   

아직 음력으로 정월이다. 꽃샘추위가 몇 번은 더 남아 있겠지. 그러나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만물은 스프링처럼 언 땅에서 솟아나고, 표고버섯 종균도 참나무 속에서 나라나고 있다. 질척하게 봄비가 내리면 저 마른 참나무 토막에서 싱싱한 표고버섯이 솟아나겠지.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위대하다. 나는 참나무가 버섯으로 부활하여 다시 환생하는 것을 꿈꾸며 곤하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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