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뒤꼍이 깨끗해야... 뒤꼍에 헝킁어진 칙 넝쿨과 낙엽을 긁어내며...
작년 3월 23일 뒷집 장 선생님으로부터 참나무 토막을 몇 그루 얻어와 표고버섯 종균 약 4000개를 심었었다((http://cafe.daum.net/skyearthtour/TmzF/396). 벌써 종균을 심은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표고버섯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보통 종균을 심은 지 1년에서 1년 6개월이 되면 표고버섯이 자란다고 한다. 아직 완전한 해빙이 덜된데다가 집을 자주 비우다 보니 물을 자주 못해 아무래도 버섯이 좀 더디게 날 것 같다.
▲ 작년 3월 23일 날 참나무에 표고버섯 종균을 심었다.
오늘(3월 9일)은 버섯을 심은 참나무를 세워 둔 뒤꼍을 청소하기로 했다. 가을부터 떨어져 내린 참나무 낙엽이 뒤꼍에 가득 차 있다. 거기에다 윗집 장 선생님 댁 언덕에서 뻗어 내린 칙 넝쿨이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얽혀있다.
나는 응규의 도움으로 칙 넝쿨을 잘라내고 낙엽을 긁어내렸다. 그런데 칙 넝쿨은 잘라도 잘라도 여름이 되면 금방 무성하게 자라나고 만다. 아마 가장 강하고 성장력이 강한 것이 칙 넝쿨이 아닐까? 이 녀석은 나무기둥이건 전봇대건 닥치는 대로 마구 타올라가 칭칭 감아버리고 만다.
▲ 칙넝쿨과 낙엽으로 어지러진 뒤껕
제대로 제거를 하려면 장 선생님 소나무 밭에 가서 칙 뿌리를 캐내야 하는데 그 작업은 거의 불가능하다. 칙 넝쿨을 잘라내니 마치 작은 정글처럼 보이던 뒤꼍이 훤해졌다. 칙 넝쿨을 잘라내고 참나무를 덮은 멀칭 위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털어서 긁어냈다. 낙엽은 거의 금굴산에서 날아 온 참나무 낙엽이다.
갈퀴로 낙엽을 긁어서 포대에 넣어 퇴비장에 쌓아두었다. 이 낙엽을 한 해 동안 묽혀두면 발효가 되어서 훌륭한 퇴비가 될 것이다. 칙 넝쿨과 낙엽을 치우고 나니 뒤꼍이 말끔해졌다. 원래 집이란 뒤꼍이 깨끗해야 한다. 날이 좀 더 풀리면 뒤꼍의 도랑과 지붕 위의 홈통에 쌓인 낙엽도 치워야 한다.
▲ 뒤꼍 담에서 배어낸 칙넝쿨
뒤꼍을 말끔히 치운 다음에 나는 참나무 버섯을 뒤집어 놓기 시작 했다. 종균을 심은 참나무를 땅에 탕탕 두들겨 종균이 깨어나도록 신호를 주었다. 이건 지리산 자락 수평리 마을에 살 때에 혜경이 엄마한테 배운 방법이다. 종균도 자극을 주어야 빨리 깨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거꾸로 뒤집어 주어야 수분이 골고루 먹혀 종균이 버섯으로 빨리 자라난다는 것.
그런데 표고버섯 종균은 아직도 참나무 속에서 긴 겨울잠을 자고 있는 모양이다. "자, 이제 그만 겨울잠에서 깨어나라!" 나는 속으로 버섯 종균에게 그만 깨어나라고 속삭이며 참나무 토막을 탕탕 두들기며 하나씩 하나씩 뒤집어 놓았다.
▲ 낙엽과 칙넝쿨을 제거하여 말끔해진 뒤꼍. 참나무 표고버섯을 일일이 뒤집어 놓았다.
뒤집기 작업은 해가 다 떨어져 내릴 때서야 끝났다. 해가 지고 나니 날씨가 몹시 추워졌다. 내일은 영하 8도까지 기온이 내려간다고 한다. 뒤집기 작업을 끝내고 물을 뿌려 주는데 물이금방 얼어버린다. 거기에다 바람마져 윙윙 황소바람을 불어대니 체감온도는 더 춥다.
작업을 마치고 깻묵을 왕겨와 섞어서 거름을 만들었다. 깻묵과 왕겨을 반반 섞어서 물을 부어 놓으면 아주 좋은 퇴비가 된다. 날씨가 더 추워 진다. 추위에 덜덜 떨며 거실로 들어왔다.
"여보, 저 블루베리나무가 아무래도 얼어버릴 것 같아요. 다시 거실로 들여놓아야겠어요."
"허긴, 봄에 날씨가 풀린다고 방심을 하다가 1년 헛농사 짓고 만다고 했지요."
나는 어제 밖으로 내어 놓았던 블루베리 나무와 화분을 다시 낑낑거리며 거실로 옮겨 놓았다. 다음 날 아침(3월 10일)에 일어나니 영하 9도로 수은주가 급강하를 했다. 거기에다 강풍이 불어대니 체감온도는 훨씬 더 춥다.
▲밖에 내 놓았다가 날씨가 추워져 다시 실내로 들어 온 화초들
아직 음력으로 정월이다. 꽃샘추위가 몇 번은 더 남아 있겠지. 그러나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만물은 스프링처럼 언 땅에서 솟아나고, 표고버섯 종균도 참나무 속에서 나라나고 있다. 질척하게 봄비가 내리면 저 마른 참나무 토막에서 싱싱한 표고버섯이 솟아나겠지.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위대하다. 나는 참나무가 버섯으로 부활하여 다시 환생하는 것을 꿈꾸며 곤하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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