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지진] 카트만두, 느리지만 다시 일상으로
국민일보 | 손병호 기자 | 입력 2015.04.29 20:57 | 수정 2015.04.30 00:32
대지진 여파로 네팔의 많은 지역에서 여전히 실종자 구조 작업이 한창이지만 그동안 구호활동이 집중됐던 수도 카트만두의 경우 느리지만 일상을 되찾기 위한 노력들도 서서히 기울여지고 있다. 또 슬픔 속에서도 가족을 찾기 위한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카트만두 시 당국은 29일(현지시간)부터 지진으로 무너진 잔해들로 어지러운 도로를 청소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AP, AFP통신 등이 전했다. 시 당국은 공무원들을 동원해 시의 기능을 회복하는 작업을 하나둘씩 해나가기로 했다.
카트만두의 명소인 '칼리마티 바자르'도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네팔 최대의 채소시장으로 시민들이 늘 식재료를 사러 나오던 곳이다. 채소를 실은 트럭들이 오갔고, 물건을 사려는 손님들도 다시 모여들고 있다.
지진의 충격을 딛고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귀향을 서두르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네팔 정부는 이들을 위해 이날부터 무료 귀향 버스를 제공키로 했다. 이 버스를 타기 위해 하루 동안 수천명의 사람들이 터미널에 몰렸으며, 차편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스쿨버스까지 동원할 방침이다.
현지 사정을 고려한 '맞춤형 구호활동'도 눈에 띈다. 세계식량기구(WFP)는 이재민들의 영양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어 이들에게 고에너지 비스킷을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버지니아의 한 구호단체는 즉석에서 물을 정수해 마실 수 있는 휴대용 정수기를 네팔로 공수해와 현지인들에게 정화된 식수를 제공하고 있다.
구조작업이 활발해지면서 무너진 잔해에 며칠씩 갇혀 있다가 극적으로 구출되는 생존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카트만두 중심가의 무너진 한 아파트에서는 지진 발생 82시간 만에 리시 레키라는 28세 남성이 구조됐다. 그는 오줌을 먹으며 구조를 기다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남성의 경우 지진 이후 잔해에 갇혀 있다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통신망이 불안정해 늦게 전송되는 바람에 목숨을 잃은 사례도 있었다. 문자를 받은 가족들이 곧바로 구조를 요청해 현장에 가봤지만 결국 시신으로 발견됐다.
일부 몰지각한 이들은 집주인이 여진을 우려해 집을 비운 사이 물건을 훔쳐가고 있어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네팔 경찰은 지진 이후 빈집털이 혐의로 27명을 체포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지난 27일 네팔에 10명의 탐색구조대를 파견한 데 이어 다음달 1일 32명의 구호대를 추가로 파견한다. 구호대는 탐색구조팀 15명, 의료팀 15명, 지원팀 2명, 구조견 2마리로 구성됐다.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15㎞ 떨어진 박타푸르에서 구조활동을 펼친다.
손병호 권기석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