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단풍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나요!
“가을이 오면 한국의 단풍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나요!”
몇 해 전 미얀마에 갔을 때 양곤에서 만난 미얀마 청년 삐쇼의 말이다. 그는 한국에서 3년 동안 근로자로 일을 했다고 한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가을이면 울긋불긋 곱게 물드는 단풍잎이었다는 것.
그가 설악산으로 여행을 떠나 바라보았던 설악산의 아름다운 단풍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풍경이라고 했다. 기암괴석에 펼쳐진 설악산의 가을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고 한다. 그리고 미얀마에 귀국을 해서도 가장 잊을 수 없고 보고 싶은 것이 단풍으로 곱게 물든 한국의 가을풍경이라고 했다.
열대지방에 위치한 미얀마는 사계절이 없고 거의 무더운 여름이다. 그런 지리적 기후 때문에 미얀마에서는 단풍을 구경할 수가 없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난 삐쇼에게 한국이 사계절과 단풍은 신기한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매년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그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신기한 풍경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단풍은 아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지구촌 곳곳을 쏘아 다녀보았지만 우리나라의 단풍만큼 곱고 아름다운 단풍을 본적이 없다.
혹자는 캐나다의 단풍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내 눈에 비친 것은 그렇지 않다. 스케일은 크지만 우리나라 단풍처럼 곱지 않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오밀조밀한 산과 계곡, 강물이 흐르는 지형 탓인지 우리나라의 단풍은 눈물이 날 정도로 곱고 아름답다.
가을이 오면 굳이 설악산이 아니더라도 거리는 마치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듯 형형색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간다. 우리는 단풍구경을 위해 애써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창문을 열면, 그리고 거리에 나서면 어디에서나 울긋불긋 색칠을 해가고 있는 거리이 풍경을 접할 수 있다. 이곳 남양주시 도농동에 위치한 부영아파트에도 늦가을 만추(晩秋)가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다.
추풍나엽(秋風落葉)이라, 아파트의 창문을 열자 가을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늦가을 만추, 거리에는 아름다운 낙엽이 눈물 되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다. 아름다워라! 단풍은 지난한 시간을 견뎌온 아름다운 눈물이다. 낙엽은 가을에 느닷없이 지는 잎 새가 아니다. 그것은 봄 여름 내내 색소들이 짙은 엽록소로 묻혀 있다가 날씨가 썰렁해지면 잎사귀 속의 녹색엽록소가 서서히 파괴되면서 물들어 가다가 떨어져 내린다. 그러므로 단풍이 지는 까닭은 온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단풍은 고도가 높은 산에서부터 불타듯 낮은 곳으로 내려온다.
온도가 낮아지게 되면 잎사귀 속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힘이 빠진다. 힘이 빠진 잎사귀에 든 화청소(花淸素 : anthocyan, 꽃의 색소)는 가랑잎을 울긋불긋하게 물들인다. 가을에 청명한 날이 많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면 단풍은 더 곱게 물든다.
잎사귀의 액포(液胞: 주머니 모양의 세포막) 속에는 당류, 무기염류, 유기산, 단백질 등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다. 식물의 액포는 독성물질이나 노폐물을 처리를 담당한다. 또한 화청소와 같은 색소를 함유하여 잎사귀의 색깔을 결정한다. 안토시아니은 단풍나무의 붉은색을 내는 색소다. 카로틴 색소가 많으면 당근 같은 황적색을, 크산포필은 은행잎을 노랗게 만들고, 타닌은 회갈색을 띠게 한다.
잎사귀의 액포에 당분이 많이 함유할수록 단풍색이 곱게 물든다. 때문에 날이 너무 가물어도, 또 너무 비가 많이 와도 당도가 떨어져 단풍잎의 색깔이 별로 곱지가 않다. 가을이 되면 온도가 내려가면서 잎자루 아래 떨켜(분리층)이 생겨 잎에서 생성된 당이 줄기로 내려가지 못하고 잎에 쌓이게 된다. 줄기로 내려가지 못하고 잎에 농축된 당은 단풍을 더 곱게 물들게 한다. 당분이 가장 많이 든 단풍을 사탕단풍(sugar maple)나무라고 하는데 캐나다의 단풍이 유명한 것도 바로 잎사귀에 당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른 봄 단풍나무 수액을 받아 설탕을 ‘메이플 시럽(maple syrup'을 만들기도 한다.
나는 가을바람에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추풍낙엽을 바라보다가 카메라를 들고 아파트 산책에 나섰다. 비온 끝이라 그런지 단풍의 색깔이 더욱 곱고하다. 아니 찬란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남양주시 도농동 부영아파트는 6천여세대 넘는 대단지 아파트다. 그 사이사이마다 단풍으로 곱게 색칠을 해가고 있다.
헐! 너무나 아름답다. 미얀마의 삐쇼가 한국의 단풍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난다는 말이 실감이 된다. 노란색을 띠는 단풍은 느티나무이고, 적갈색은 벚나무 단풍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아름다운 단풍잎은 새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다. 아파트 정원과 길목 코너 요소요소에는 크고 작은 단풍나무들이 새빨간 잎을 자랑하며 나를 황홀케 한다.
단풍나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모양과 색이 제각기 다르다. 가장 붉은 색을 띠는 것은 당단풍이다. 당단풍은 잎이 9개이다. 헐! 부영아파트의 단풍도 붉은 립스틱보다 더 진한 당단풍이다. 바람이 불자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가을은 영어로 'Fall'이라고도 한다. 모든 것이 떨어져 내린다는 의미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동물이나를 막론하고 누구나 세월이 가면 점점 쇠락해져 떨어지는 시간이 온다. 막을 수 없다. 잎은 뿌리에서 생긴 것이 떨어져 다시 뿌리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나무는 그 원리를 안다. 낙엽은 뿌리를 감싸주어 겨울에 찬 기운을 막아주고 썩어 문드러져 거름이 되어 뿌리에게 자양분을 공급한다.
만약에....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면 어떨게 될까? 한겨울 추운 날씨에는 뿌리근처 물이 얼어버려 물관을 타고 올라가지를 못한다. 그럼 결국 잎도 말라서 죽고 만다. 나무도 그냥 덩그렁 잎을 떨치고 싶은 것은 아니다. ㅅ로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을이 오면 낙엽은 나무으 눈물이 되어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을 헛되이 흘려 보내지 않아야 한다. 나무에게서, 낙엽에게서, 삐쇼이 눈물에서 우리는 자연의 철학을 배워야 한다.
아파트 사람들은 낙엽을 산책을 한다.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이 시장바구니를 밀고 이마트로 장을 보러 간다.
여유롭다!
아름답다!
아파트의 가을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코리아에서 태어난 것을 콘 복으로 삼으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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