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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아이 섬-언젠가는 다시가고 말거야, 칼랄라우 트레일

찰라777 2016. 5. 30. 09:23

세상에서가장 아름다운 트렝킹 코스 - 카우아이 섬 칼랄라우 트레일





장엄한 나팔리 코스트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칼랄라우 트레일을 걸어야 한다. 칼랄라우 트레일은 전깃줄과 휘발유 냄새와 코카콜라 광고가 없는 원시 그대로의 청정지역을 간직하고 있다. 현대과학이 최고로 발달한 미국이 이곳에 자동차 길을 내지 않고, 왜 천연 그대로 보호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간다.  

    

칼랄라우 트레일은 카우아이 섬 노스 쇼어의 케에 비치(Ke'e Beach)에서 시작하여 다섯 개의 계곡을 지나 종착점인 칼랄라우 비치(Kalalau Beach)까지 이어진다. 원시림이 우거진 이 트레일은 폭이 좁고, 잦은 비 때문에 진흙탕을 이룬 곳도 있어 매우 힘들고 까다롭다. 물론 힘든 하이킹을 하지 않고, 헬리콥터나, 보트를 타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나팔리 코스트의 경관을 즐길 수는 있다. 허지만 많은 여행자들이 왜 이 길을 걷는지는 걸어본 자만이 이해를 할 수 있다. 왕복 35.2km에 달하는 트레킹 코스는 23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사전에 캠핑 허가도 받아야만 한다.




      

칼랄라우 트레일은 언젠가는 걷고 싶은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였다. 지난 1, 우여곡절 끝에 나는 가족과 함께 50만 원대 저가항공을 이용 호놀룰루에 도착하여 카우아이 섬으로 이동, 꿈에 그리던 칼랄라우 트레일의 출발점인 케에 비치를 찾았다. 주차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자동차가 빼곡하게 들어 차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지 못한 차들이 주차금지구역(No Parking Area)이란 팻말이 붙어있는 길가에 길게 주차를 해 놓고 있었다. 우리도 긴 자동차들의 꽁무니에 렌터카 쉐보레 임팔라를 세우고 트레일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쩐지 불안하다. 하와이는 주차위반 딱지 요금이 작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차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칼랄라우 트레일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달리 자동차를 세워 둘 마땅한 자리도 없고 해서 우리는 렌터카를 주차금지구역에 세워두고 걷기로 했다. 가족과 함께 가는 길이라 전체 코스를 걷지 못하고 하나카피아이 비치(Hanakapai'ai)에 이르는 왕복 6.4km이 코스를 걷기로 했다. 코스에 들어서기 전 화장실에 들러서 일을 보았다. 칼랄라우 트레일에 들어선 이후에는 간이 화장실을 제외하면 편의시설이 전혀 없고, 쓰레기통도 없기 때문이다. 가져간 쓰레기는 모두 다시 가지고 나와야 한다.

    

코스 초입에 들어서니 햇볕이 쨍쨍 내리 쬐는데도 밤처럼 어둡다. 그만큼 원시림이 울울창창하게 우거져 있기 때문이다. 케에 비치에는 파도가 하얀 거품을 물고 쏴아 쏴아 소리를 내며 모래톱에 부서진다. 코스 입구에는 절벽위험(Hazardous Cliff), 갑작스런 홍수주의(Flash Flood), 낙석주의(Falling Rock) 등 각종 경고판이 줄줄이 세워져 있다. 경고판을 보니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천혜의 자연, 아름답지만 까다롭고 위험한 코스

    

칼랄라우 트레일은 아름다운 길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여러 잡지에서조차 위험한 트레일로 꼽고 있다. 백패커 잡지에선 미국 내에서 위험한 트레일 열군데 중의 하나라고 소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강수량이 가장 높은 카우아이 섬은 호우가 내리면 급속히 수위가 올라가 급류를 건너야 하고, 하리케인이 불어오면 집채만한 파도들이 언덕위로 솟아 올라와 덮치기 때문이다.

      

초입부터 곧바로 가파른 언덕이 나타나고 길이 좁고 험하다. 입구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길이 펀펀할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그것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오산이었다. 무릎이 좋지 않은 아내는 초입에서 걷기를 포기하고 아이들과 함께 해변 길을 걷기로 하고 나 홀로 길을 나섰다. 나무뿌리가 얽혀있고 길이 울퉁불퉁하여 균형을 잘 잡지 못하는 아내는 자칫 잘못하면 넘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여보, 너무 멀리가지 말아요."

 "아빠 너무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다녀오세요."

 "걱정 말아요. 곧 돌아올 테니."


아내와 아이들은 나 홀로 가는 길이 걱정이 되는지 입구에 서서 내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우리는 12시에 케에 비치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해어졌다. 곧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길이 이어졌다. 사방은 어둡고 금방이라도 공룡이 나타날 듯 무시무시했다. 나는 숲속의 타잔이 된 듯 좁은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길은 보수를 하거나 어떤 인공 조형물도 없다. 그저 자연 그대로 울퉁불퉁하고 꼬불꼬불 하다  










 

날씨는 무덥고 습하다. 비키니 차림으로 맨살을 드러내놓고 걷는 여자들도 있었다. 온 몸을 드러 내놓고 걷는 여인들의 모습이 마치 이브의 모습처럼 비추어지기도 했다. 어떤 남자들은 짧은 핫팬츠를 입고 웃통을 벗어젖힌 채 근육을 자랑하며 걸었다. 샌들을 신은 사람도 있고, 맨발로 걷는 사람들도 있다. 걷는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이 다르다

 

초입부터 가파른 비탈길이 숨을 가쁘게 한다. 숨을 헐떡거리며 20여분쯤 올라가니 정글터널이 끝이 나고 확 트인 바다가 나왔다. 아름답다! 야자수 나무 밑으로 푸른 바다와 흰 파도가 대조를 이루며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짙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이 하나가 되어 바다인지 하늘인지 잘 구분이 되 않는다. 이렇게 푸름으로 가득 찬 하늘과 바다를 본지가 얼마만인가? 생각해보니 13년 전 이스터 섬의 오롱고 꼭대기에 올라 남태평양을 바라본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얼마동안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가했더니 곧 다시 숲의 터널이 나왔다. 길은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숲으로 이루어진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을 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이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길섶에는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된 기분이다











 

      

길이 미끄러워 빨리 걸어갈 수도 없다. 1시간 정도를 걸었을까? 둥글둥글한 바위가 마치 의자처럼 놓여 있는 전망대가 나왔다. 등산객들이 모두 이곳에서 한숨을 돌리며 쉬어갔다. 좌우에는 굴곡진 나팔리 코스트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절벽 아래로는 망망대해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절벽에 부서지는 물보라가 신기루처럼 뿌옇게 일어나고, 절벽 위로는 주름진 산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나는 마치 먼 태곳적 과거로 회귀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산마루마다 문득문득 다가오는 아름다운 비경들이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졌다.

    

"몇 년 전에도 이곳에 왔는데요. 파도가 이 언덕까지 올라왔어요. 참으로 대단했어요." 

", 그래요? 이 높은 언덕까지 파도가 올라오다니 믿을 수가 없군요."  

", 갑자기 몰아쳐 온 하리케인이 섬을 집어 삼킬 것만 같았어요."

    

이렇게 높은 언덕까지 파도가 덮쳐 올라왔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독일에서 왔다는 그는 나팔리 코스트의 절경을 잊지 못해 세 번째나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온 어떤 소년은 절경에 취한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절벽 위에 서 있는 소년의 모습이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 나도 소년이 선 자리에서 동심으로 돌아가 본다. 그리고 소년이 되어본다. 사람은 풍경 속에서 다시 피어난다고 했지 않은가?









    


옥의 티, 헬리콥터 소음


나는 잠시 숨이 멎을 듯한 나팔리 코스트의 비경에 취해 있었다. 바다에서 직각으로 솟아나온 깎아지른 절벽들이 겹겹이 주름지며 이어지다가 산봉우리는 고깔모자처럼 뾰족하게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 아래로 흰 거품을 물고 부서지는 파도, 터키옥처럼 고운 바다너무 신비롭고 그림 같은 비경이다

 

허지만 이곳도 문명의 이기를 완전히 빗겨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나팔리 코스트의 벼랑위로 갑자기 굉음을 내며 다가오는 헬리콥터나 경비행기들 때문이다. 나팔리 코스트와 카우아이 섬의 비경을 짧은 시간에 한 눈으로 구경하기에는 헬리콥터투어가 적격이다. 우리 가족 역시 경비행기를 타고(헬리콥터는 너무 비싸서) 나팔리 코스트를 이미 돌아보았으니까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몇 분 간격으로 게릴라 특공대처럼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져 가는 헬리콥터들은 태고를 숨 쉬고자 하는 칼랄라우 트레일의 정적을 깨는 옥에 티다








 


 

    

딱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언제가는 다시 가고 말거야


생각 같아서는 칼랄라우 트레일이 끝나는 종착지까지 걷고 싶었다. 그러나 가족들과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만일 내가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을 하면 가족들은 엄청 걱정을 할 것이 뻔하다. 홀로 위험한 길을 걷다가 혹시 무슨 일이라도 당하지 않았을까 하고. 더구나 이 지역은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오지가 아닌가. 나는 아쉬움을 안은 채 가던 길을 멈추고 길을 돌아서야 했다. 당초 목표지점으로 잡았던 하나카피아이 비치도 가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은 한 번 걸었던 길이라 다소 익숙하고 수월했다. 길이란 그런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미국 LA에서 왔다는 한국인 신혼부부와 함께 걸었다. 전망대에서 만난 그들도 꿈에 그리던 하와이를 처음으로 왔다고 한다. 프린스빌 어느 리조트에 머물고 있다는 그들은 미국의 교포 2세들인데 나팔리 코스트의 비경에 취해 아무데도 가지 않고 카우아이 섬에서만 일주일을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오전 12, 케에 비치에 도착을 하니 아내와 아이들이 걱정스런 모습으로 초조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들은 숲 터널에서 빠져 나오는 나를 발견하고 "아빠!" 하고 환호를 질렀다. 가족은 이처럼 서로에게 소중한 것이다. 빨리 돌아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내의 표정이 별로 신통치가 않았다.

     

"여보, 어디 아파? 혹시 저혈당이라고 온 거 아닌가?"  

"그게 아니고요"  

"그게 아니면 표정이 왜 그래요?" 

"아빠, 사실은 딱지를 떼었어요."

", 딱지를?"

", 자동차를 세워두고 잠시 해변을 산책하는 사이에 그만 딱지를 떼이고 말았지 뭐예요."

"하하. 그거야 딱지 값을 물면 되지. 난 또 다른 큰일이라고 생긴 줄 알았네." 

 

아내와 아이들이 해변을 거닐다가 아내의 스틱을 가지러 자동차로 갔는데 그 사이에 교통경찰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주차금지구역에 있는 자동차에 딱지를 모두 붙여놓고 있더라는 것. 아내가 통사정을 했지만 교통경찰은 그저 빙그레 웃으면서 딱지를 건네주었다고 했다

 

아내가 건네준 노란색의 '파킹 법규위반 통지서(Notice of Parking Infraction)'에는 '주차금지(Prohibited Parking) $35', '교통방해(Obstructing Traffic) $50"이란에 체크가 되어있었다. 하와이는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이 매우 비싸다. 장애인주차구역(No Display of Disable Placard) 위반 260달러, 버려진차(Abandoned Vehicle) 260달라나 되고, 최하벌칙금이 35달러다.




 

여행비용을 아끼기 위해 오랫동안 벼르고 골라서 저가항공을 이용하고, 에어비앤비에서 민박까지 하면서 알뜰여행을 하고 있는 처지에 거금의 범칙금을 물게되니 아내가 걱정을 할만도 했다. 나는 액땜을 한샘치자고하며 가족들을 달랬다.

 

나는 80달러에 달하는 범칙금을 하와이에서는 시간이 없어 내지를 못하고 한국에 돌아와서야 인터넷으로 납부를 했다. 그러나 기분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주차할 곳이 없다고 칼랄라우 트레일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도 카우아이 섬을 생각하면 웃으면서 딱지를 떼어 주었다는 그 교통경찰의 모습이 아름다운 나팔리 코스트 비경에 겹쳐져 떠오르곤 한다. 이처럼 여행지에서 당한 일들은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변신한다.    

 

나는 딱지를 떼인 렌터카를 몰고 주차하기가 여유로운 하에나 비치(haena Beach)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비치 테이블에 둘러앉아 에어비앤비에서 아내가 손수 만들어 싸온 김밥으로 가족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 어느 음식보다도 그날의 김밥은 달고 맛이 있었다. 해변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윈드서핑을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흰 파도를 가르며 시원하게 지쳐나가는 그들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같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팔리 코스트의 비경을 바라보며 걸었던 칼랄라우 트레일은 삶에 지친 내 영혼을 잠시 쉬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티 없이 맑은 하늘, 병풍처럼 둘러쳐진 에메랄드빛 산봉우리들, 터키옥처럼 고운 바다, 천혜의 원시림, 장엄한 절벽, 무한대로 뻗어 있는 태평양, 깊은 협곡으로 곤두박질치는 폭포수아아, 나는 언젠가는 다시 카우아이 섬으로 가서 미쳐 다 걷지 못한 칼랄라우 트레일을 걷고 싶다  



*케에 비치
















*하나에 비치 윈드서핑















































 

여행노트

카우아이 섬 칼랄라우 트레일 가는 길

인천공항-호놀룰루(저가항공이용)-리우에(하와이 국내선)-케에 비치(렌터카). 칼랄라우 트레일 출발점인 케에비치까지는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리후에 공항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칼랄라우 트레일에서 캠핑을 하려면 온라인으로 캠핑 사이트(www.camping.ehawaii.gov/camping)에서 나팔리 코스트 스테이트 파크를 선택하여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 칼랄라우 트레일은 하나코아와 칼랄라우 비치에서만 캠핑(1박당 20달러)이 가능하고 그 외 지역에서는 금지되어 있다. 날씨가 온화한 늦은 봄에서부터 초가을까지가 트래킹을 하기 좋으며 비가 많이 오는 시기에는 강물이 불어나 위험하다. 해변의 조류가 심하고 트레일 지역은 휴대폰이 터지지 않으므로 2~3명씩 함께 가는 것이 안전에 도움이 된다


정원의 섬 카우아이

카우아이는 하와이 제도의 섬들 중에서 최북단에 위치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28백 만 년 전 최초의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카우아이는 원시림과 독특한 자연풍광을 간직하고 있어 하와이 속의 또 다른 하와이를 느낄 수가 있다.

 

포이푸 비치에 가면 멸종 위기중인 하와이안 몽크 바다표범이 거북이와 함께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헬리콥터 투어를 하면서 돌고래커플들이 사이좋게 바다를 헤엄쳐 가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많은 영화감독들이 이 카우아이 섬을 배경으로 영화를 촬영 했다. 영화 쥬라기 공원, 캐리비안의 해적, 식스 데이즈 세븐 나잇, 디센던트 등 수많은 영화들이 이 섬을 배경으로 촬영을 했고, 또 촬영 중에 있다.

 

그 중에서 영화 쥬라기의 공원의 실제 무대가 된 나팔리 코스트는 카우아이 섬 중에서 최고의 숨겨진 비경이다. 하와이어로 절벽이란 뜻을 가진 나팔리 코스트는 마치 조각을 해 놓은 듯 병풍처럼 주름진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짙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비경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