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한 달 만에 떠난 일본여행
4월 20일 오전 9시 50분, 도농역에서 인천공항으로 하는 8843번 공항버스를 탔다. 공항버스는 구리를 지나 송추, 가양대교 북단을 거쳐 김포공항에 승객을 내려주고, 곧장 인천공항으로 간다.
인천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40분으로 요금은 12,800원이다. 평소에는 지하철을 타고 공짜로 갔지만 이번에는 아내가 병원에서 퇴원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무래도 한 번을 갈아타며 오르락내리락 하기가 불편하여 공항버스를 타기로 했다.
지난 3월 아내는 독감이 걸린 데다 폐렴까지 겹쳐 보름간이나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거기에다 이산화탄소 혈중 농도가 65%(정상 40% 이하)까지 올라가 중환자실로 옮겨 산소호흡기까지 끼어야 하는 위중한 상태까지 가게 되었다.
10여 일 동안은 섬망증세까지 나타나 정신이 혼미하여 아무것도 기억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상태는 호전되었지만 섬망증의 후유증은 매우 컸다. 늘 초조하고 불면에 시달리며, 환청과 망상으로 시달렸다. 주치의 선생님은 시간이 지나면 차차 회복될 것이라고 했지만 정신건강과 치료를 받는 것도 권유를 하였다.
참으로 묘했다.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을 하고 항공권을 구매한 후부터 아내의 섬망증세는 거짓말처럼 호전되기 시작했던 것. 사실 이번에 세 번째로 가는 가까운 나라 일본여행은 우리에게 그리 탐탁치 않는 여행지다. 예컨대 인도나 네팔은 무려 열 번 이상을 다녀오고, 유럽도 다섯 번 넘게 다녀왔지만 어쩐지 일본은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처럼 느껴지기만 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지를 일본 오사카로 결정한 것은, 1~2시간이면 가는 제주도처럼 가까운 곳이기도 했지만, 오사카에 살고 있는 아내의 조카가 작년부터 한 번 들려달라는 요청이 있기도 했다. 또 퇴원한지 얼마 되지 않아 멀리 떠나기도 여의치를 않았다.
인천공항에 도착을 하니 11시 반이다. 진에어 G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했다. 저가 항공인 진에어 체크인 센터에는 많은 여행객들이 붐비고 있었다. 지난 3월 30일 날 나는 오사카 왕복을 슈퍼세이브 조건으로 156,100원에 구매를 했다. 슈퍼세이브는 가장 저렴한 항공권이다. 허지만 출발일자 예약변경을 할 수 없고, 환불 페널티 요금이 높은 옵션을 가지고 있다.
탑승권을 받은 나는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출입국카운터로 갔다. 휠체어 신청을 미리 해 놓았다. 휠체어를 타고가면 VIP문을 통해 기다림 없이 즉시 통과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소를 논스톱으로 통과한 우리는 잠시 면세점을 둘러본 뒤 탑승게이트로 갔다. 탑승시간까지는 아직 1시간 정도의 여유가 남아 있다. 우리는 맥도날드 가게에서 점심 요기를 하기로 했다. 저가항공사는 물 한 잔 외에는 기내서비스가 일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돈을 주면 라면과 빵 등 가벼운 스낵을 사먹을 수 있지만 내용이 별로다.
그런데 맥도날드가게가 너무 바빠서 햄버거를 받아오는데 20여분이나 걸렸다. 2층에서 맥도날드를 받아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아내가 왜 그리 늦느냐고 질책(?)을 했다. 하여튼 우린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31번 탑승게이트로 갔다.
“엇, 이걸 어떡하지?”
“아니, 왜 그래요?”
“여기가 우리 탑승구가 아니네.”
“아이고, 내가 못살아. 빨리 알아봐욧!”
내가 비행기 좌석을 탑승구로 잘못 알고 31탑승구로 왔는데, 진에어 탑승게이트는 126번이었다. 시계를 보니 1시 20분이다. 탑승시간은 1시 15분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한참을 걸어 셔틀전차를 타고 다시 126번으로 또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아내는 휠체어를 두고 그냥 걸어가자고 했다. 휠체어보다는 걸어가는 것이 붐비는 여행객 사이를 지나가기에 더 빠르긴 하다. 나는 휠체어를 한 쪽에 두고 아내의 질책을 받으며 잰걸음으로 셔틀전차를 타로 갔다.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오르고 내리고… 땀을 흘리며 126번 탑승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탑승시간이 이미 지나가고 있었지만 승객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오사카로 가는 진에어 승객여러분께 잠시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항공기 탑승준비가 늦어져 탑승시간이 10~20분 정도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휴우~ 살았군!…”
“아이고, 내가 못살아. 비행기가 지연 않았으면 어쩔 뻔 했어요.”
“어쨌든 비행기를 탔지 않소. 하하하.”
그래 웃자. 어쨌든 비행기를 탔지 않은가! 하지만 보딩패스를 받으면 탑승장과 탑승시간을 정확히 인식을 해야 하는 것이 여행자의 기본이다. 그 기본을 잘 못 안 나는 아내의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어찌 되었던 예정시간보다 20여분 늦게 진에어는 오사카를 향해 하늘로 힘차게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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