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암 동굴을 한바퀴 돈후 우리는 다시 배를 타고 섬을 돌고 돈다. 선상 안내는 얀이라는 베트남 친구가 맡았는데, 그 친구 익살도 만만치 않다. 노을이 서서히 들 무렵 그는 웃통을 벗어 재낀다.
“자, 여러분! 이 천국 같은 바다에서 수영을 아니 하면 두고두고 후회를 합니다. 이렇게 뛰어 들어오세요.”
얀이 첨벙하고 뛰어 들자 힐이 뒤를 이었고, 유럽에서 온 아이들이 하나둘 웃통을 벗고 물속으로 다이빙을 하기 시작한다. 각양각색의 폼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천진난만한 개구쟁이처럼 보인다.
아내는 의자에 누워 황홀한 일몰의 순간을 즐기고 있다. 바다는 모든 것을 말없이 다 수용하고 있다. 마치 무한대의 사랑을 주는 어머니처럼.
“정말 황홀한 일몰이네요!”
“난 선상에 누워있는 그대 모습이 더 황홀한데.”
“피이. 허지만 이번 여행에서 바다는 이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겠군요.”
“흠, 그렇지… 헌데 오늘따라 당신을 더 사랑하고 싶어지네.”
“또 무슨 소리를 듣고 싶어서 그러지요?”
“사랑한다는 말이 싫다 이건가?”
“몰라요….”
해발 “0”미터의 편안함이 아름다운 정경과 함께 온 몸으로 밀려온다. 사랑은 풍경을 타고 오는 것일까? 일몰의 아름다운 풍경이 그대로 아스라한 사랑의 정경의 되어 가슴으로 들어온다. 지금 풍경은 그냥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고있다.
하롱베이의 일몰은 정말 아름답다. 오래오래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싶은 풍경이다. 해는 점점 붉어지다가 한 점이 되어 섬 밑 바다로 떨어진다. 세상의 모든 사랑은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가?
태양마저 세상에서 가장 낮은 바다 속으로 떨어지고 말지 않는가? 하루 종일 하늘에 걸려 있던 태양도 결국은 부끄러눈듯 얼굴을 붉히며 여인의 품속 같은 바다 속으로 침잠하고 하고 있다.
이 순간이 아마 이번 여행 중 가장 편한한 날이 되리라. 이제 삭막한 고원지대로 점점 올라가는 일만 남아있다. 오늘 밤은 해가 바다 속으로 떨어지듯 아내의 품속으로 떨어지자.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머니 같은 아내의 품으로…
그림 같은 섬섬섬
어머니 바다에 둥둥둥
태양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푸른 바다 품에 안기고 있네.
세상 모든 사랑은
붉은 태양 무등을 타고
낮은 바다로 흘러드는가?
오늘밤은 저 태양의 무등을 타고
어머니 품속 같은
여인의 바다에 안기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