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201]사막위에 일구어 놓은 풍요로운 도시

찰라777 2007. 6. 4. 01:42

사막위에 일구어 놓은 풍요로운 녹색도시 멘도사

플라타너스 가로수 사이사이로 시냇물이 흐르고 ....

 

 

 

 

아침에 일어나니 새들이 창밖에서 지저귄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새들의 노래다. 여유로운 아침이다. 호스텔 카페에서 커피 한잔에 빵을 한 조각씩을 찢어 먹은 후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녹색으로 덮여 있는 작고 예쁜 이 도시를 산책을 하며 돌아보기로 싶었던 것.

 

강열한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지만 온 통 녹색으로 덮여 있는 거리는 시원하다. 가로수 사이사이에는 도랑이 연결되어 있고 도랑에는 물줄기가 졸졸 흐르고 있다. 안데스 산맥에서 끌어들인 눈 녹은 물이다. 도랑위의 공간에는 주민들이 의자와 탁자를 놓아두고 신문을 보거나 차를 마시고 있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표정도 여유롭다. 사막위에 일구어 놓은 도시라는 생각이 전혀 실감이 되지 않는다.

 

자동차는 드문드문 다니고,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자동차의 소음 대신 도랑에 흐르는 물소리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보도는 나무 그늘로 덮여 있어 마치 숲속을 산책하는 느낌이 든다.

 

 

 

산 마르틴 대로를 건너 에스파냐 광장과 이탈리아 광장을 지난다. 광장은 푸른 숲으로 덮여있고, 타일로 만든 모자이크 장식이 분수와 어울려 아름다운 조형미를 이루고 있다. 독립광장에 이르니 한층 더 크고 높이 솟아오르는 분수가 시원하게 더위를 시켜준다.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건설한 도시와는 달리 콜로니얼 풍의 건물이 없어 중압감이나 위엄도 덜해 훨씬 자유롭게 보이는 것도 이 도시의 특징이다.

 

시원한 분수가 푸른 공간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있다. 양쪽에서 아치를 그으며 둥그렇게 쏟아지는 분수의 물줄기가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거린다. 사람들이 분수 사이를 여유롭게 걸어 다닌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젊은 여인의 모습이 평화롭다. 분수 가에 앉아 졸고 있는 노인의 표정은 한 폭의 정물화를 보는 듯하다.

 

 

 

독립광장에서 사르미엔토 거리 Sarmiento AV.로 접어들자 쇼핑가와 시장이 나온다. 사람들은 바쁘지 않게 보인다. 물건을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차근차근 대화를 나누며 거래를 한다. 시끌벅적한 우리나라 시장 풍경과는 퍽 대조적이다. 사람들은 마치 필요한 물건을 나누어 갖는 그런 모습이다.

 

쇼핑백을 들고 차 없는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여유 그 자체다. 차림새는 결코 호화스러운 부자처럼 보이지 않지만 마음은 부자처럼 보인다. 입고 있는 옷도 수수하다. 멋진 옷을 입고 백화점에서 몇 백 만원 하는 물건을 거들먹거리며 쇼핑을 하는(일부 부유층이겠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가로수와 수로를 따라 걸어가는 길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나무들의 터널을 걷다보니 어느덧 산 마르틴 공원 Parque General San Martin에 다다른다. 산 마르틴 공원은 도시의 서쪽에 위치한 416ha에 이르는 광대한 공원이다. 멘도사 시민의 자랑거리인 이 공원을 설계한 사람은 프랑스의 유명한 조경사 카를로스 타이스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플라타너스와 아라모(포플러)등 키 큰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공원 안에는 700여종이 되는 장미를 심은 화단이 있고 5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어 화원과 숲을 이루고 있다. 또한 인공호수, 카레이스 서킷, 22,000명을 수용하는 야외극장, 4500명을 수용하는 축구경기장, 보트경기장, 경마장, 자연과학 박물관 등이 들어 서 있어 종합 레저 센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공원의 도랑에서는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익살을 부리고 있다. 나무 그늘에는 가족 단위로 소풍을 나온 시민들이 함께 옹기종기 앉아 가져온 음식을 먹거나 잔디에 누어 낮잠을 즐기고 있다. 공원 한쪽에는 파타고니아의 진귀한 동물을 만날 수 있는 동물원도 있다.

 

글로리아 언덕(영광의 언덕)으로 가면 남미 독립의 영웅인 산 마르틴 장군을 기념하는 브론즈 상과 만난다. 멘도사는 산 마르틴 장군이 5000명의 안데스군사를 거느리고 칠레의 독립을 구원하기 위해 향했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글로리아 언덕에 오르니 멘도사 시와 안데스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매년 3월에는 이 언덕에서 포도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황량한 불모의 사막을 푸른 도시로 일구어 놓은 아름다운 도시 멘도사는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그런 도시다. 인간의 지혜와 힘으로 자연 환경을 이용하여 도시전체에 도랑을 내어 물이 흐르게 하는 환경 친화적인 도시로 가꾸어 놓은 멋진 도시다. 포도향기가 그윽한 풍요로움이 가득한 거리는 여유롭고 활기에 차 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도 관계수로를  잘 개발하여 계곡에서 흘어내리는 맑은 물을 중소 도시의 도심 요소요소를 흐르게 하면 어떨까? 서울의 청계천이 그 시발이 되겠지만 이는 도심의 한부분만 흐르는 천일뿐이다.

 

 

♣녹색도시 멘도사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