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채송화
채송화로 변해버린 페르시아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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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어린 시절 장독대 밑에 핀 채송화를 보긴 했지만, 그 때는 그냥 장독대에 피어 있는 꽃으로만 여기고 무심코 지나치고 말았는데, 많은 세월이 흘러 요즈음 텃밭에 핀 채송화를 바라보는 즐거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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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지리산 자락 섬진강변에 터를 잡은 지도 1년이 넘었습니다. 우리는 작년에 시멘트로 된 마당에 흙을 부어 세 평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리어카로 흙을 실어 나르고 냇물에서 돌을 주어 와 일군 작은 텃밭을 가꾸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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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리는 이웃집에 혜경이네 집에서 몇 포기 얻어 와 돌로 쌓아올린 텃밭 가장자리에 채송화를 심었습니다. 그런데 그 채송화가 이렇게 많이 번식을 하여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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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의 번식력과 생명력은 실로 놀라울 정도입니다. 채송화는 시멘트 바닥 금이 간 바닥에도, 댓돌 시멘트 계단 작은 틈새에도 뿌리를 내리며 아름답게 피어났습니다. 나는 매일 아침 아름다운 보석을 바라보듯 색색이 피어난 채송화 꽃에 취하곤 합니다. 정말이지, 올 여름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는 폭우 속에서 텃밭에 에메랄드나 터키 보석처럼 곱게 피고 지는 채송화 꽃이 아니었더라면 숨이 막히고 말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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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채송화는 1년생 식물로 두툼한 육질 가지 끝에 홍색, 노랑, 자주색, 백색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이 보석처럼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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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이슬을 털며 텃밭에 물을 줄 때에는 채송화는 함초롬히 이슬을 머금은 채 입을 꼭 다물고 있습니다. 햇빛이 찬란하게 빛나고 이슬이 마를 때 쯤 채송화는 아름다운 보석으로 피어납니다. 정오까지 활짝 피어주던 채송화는 오후 3시경이 되면 꽃술이 조금씩 움직이며 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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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는 하나의 꽃 안에 수술과 암술이 함께 있어 바람도 없는데 서로 움직여 만나 교배를 하여 씨앗을 잉태시킵니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이면 꽃잎이 오므라들며 하루를 살고 시들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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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Rose Moss)는 '가련, 순진'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채송화에는 그 꽃말만큼이나 애절한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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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페르시아에는 오로지 보석 밖에 모르는 여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여왕은 자나 깨나 보석을 손에 넣을 궁리만 하였습니다. 욕심쟁이 여왕은 상인들에게 세금을 돈으로 내는 대신 모두 보석으로 받치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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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으로도 성이 차지 않은 여왕은 어느 날 ""페르시아 백성들은 누구나 죽기 전에 보석 하나씩을 세금으로 바치라"는 더욱 가혹한 명령을 내렸습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 백성들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보석 한 개를 바치려면 전 재산을 다 팔아도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여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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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한 노인이 보석이 담긴 열두 개의 상자를 싣고 여왕을 찾아왔습니다. 여왕은 상자에 가득한 보석을 보자 너무 좋아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저 보석들 좀 봐! 내가 갖고 있는 것들보다도 훨씬 많네!"
여왕은 보석을 보자 욕심이 불같이 타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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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시오, 노인 양반 그 보석을 내게 바친다면 그 대가는 충분히 치르겠소.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 보시오."
그 때 노인의 입에서는 듣기에도 무서운 말이 떨어졌습니다.
"보석 하나가 페르시아 백성 한 사람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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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에 사람을 비교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보석에 눈이 어두운 욕심 많은 여왕의 눈앞에는 보석밖에 보이는 것이 없었습니다. 여왕은 노인의 요구에 응했습니다. 여왕은 보석을 세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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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을 하나씩 여왕에게 건네 줄 때마다 백성이 한 명씩 없어졌습니다. 드디어 보석을 전부 세고 딱 한 개가 남았습니다. 그 보석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굉장히 크고 진귀한 보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보석과 바꿀 백성이 없었습니다. 노인은 여왕에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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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님, 여왕님까지 합치면 수가 꼭 맞겠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럼 이 보석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노인은 보석을 집어 들고 떠나려 했습니다. 그러나 여왕은 다시 그 노인을 붙잡았습니다.
"노인 양반, 나는 그 보석을 갖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소. 그 보석을 주고 나를 가져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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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여왕에게 보석을 내주었습니다. 여왕이 그 보석을 받아 드는 순간, 보석 상자가 모두 터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여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보석은 사방에 흩어져 자그마한 '채송화'가 되어 버렸습니다(출처 : 영광호 목장/ 작성자 이쁜 송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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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여왕의 보석상자가 터져 채송화로 변했을까요? 돌담 곁에 피어난 채송화는 여왕의 보석보다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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