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스테르담(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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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닝코크 대위와 그의 부관. 의상과 키가매우 언발란스로 보여지고 있다. | □ 수수께기 같은 그림, '야경'
렘브란트가 36세인 1642년에 그린 이 걸작은 국립미술관이 세워진 이래 100년이 넘도록 이곳을 지키고 있는데,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는 나치의 침략을 피해 네덜란드 근처 마스트리히트의 지하 35m벙커에 보관되기도 하였습니다. 침략자의 눈에 발 견되면 여지없이 징발되어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만큼 이 그림은 네덜란드인들에게 소중한 것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가로 4.54m, 세로 3.79m, 무게 170kg에 달하는 대형 유화작품이 은신처를 찾기도 매우 어려웠으리라고 짐작이 됩니다.
나는 이 거대한 걸작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반 레인 家의 아홉 명의 아들 중 여덟 번째로 태어나 화가의 길을 걸어간 그의기구한 운명을 생각해 봅니다. 1669년 63세의 나이로 그는 홀로 쓸쓸히 죽어갔습니다.
그는 매우 변덕스럽고 고집불통이어서 그가 작업을 할 때에는 최고 권력을 가진 왕이 행차 한다고 해도 그를 만날 수가 없 었습니다. 오히려 왕이 그를 만나기 위하여 렘브란트가 작업을 하지 않는 순간을 포착할 때까지 여러 차례를 들락날락해야 만 했습니다.
렘브란트는 그 특유의 기질을 가지고 거칠고 반복적인 붓질로 강력한 힘을 지닌 어두운 색깔을 칠해 나갔습니다. 더욱 이해 할 수 없 는 것은 그가 그림을 매우 천천히 그렸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엄청난 명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초상화를 그리고자 찾아왔지만, 그 앞에서 거의 2~3개월 동안을 앉아 있어야 겨우 한 점의 초상화를 얻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까닭에 그는 한 시도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려댔지만 작품 수는 매우 적 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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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멀리 보면 소녀같기도 하고 가까이 자세히 보면 노파같기도 하다. 또한 어찌보면 거지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귀부인 같기도 한 묘한 분위기다. | ‘야경’도 그러한 그의 기질 때문인지 이해 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작품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러한 수수께끼 같은 점 때문에 이 그림에 커다란 명성을 가져다주었다니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마치 ‘모나 리자’의 눈에 눈 섶이 없는 것 때문에 다빈치의 그림이 더욱 유명해진 이치와 같다고 할까요?
그의 그림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직업은 알 수 있는데(그림 아래쪽 장식 틀에 그는 등장인물들의 직업과 이름을 써 넣었기 때문에),
그들이 무슨 이유로 무기를 들고 나오는지 모른다는 것, 이 그림의 배경이 밤인지 낮인 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것,
장면이 매우 불확실하고 관심의 초점이 분산되어 있다는 것, 대위와 부관의 키의 조화와 대치되는 의상, 그림의 중앙에 마치 반디불처럼 빛나는 여자의 상이 어린소녀인지, 노인인지, 거지인지, 귀부인인지(거동은 거지같지만 온몸에 다이아몬드를 걸치고 있다) 알 수 없다는 점........
이런 모든 상황들이 더욱 이 그림을 미스터리로 몰 고 간다는 점입니다.
그는 빛과 어두움을 통해서만 그림의 주제를 묘사했던 까닭에, 그 주제가 아름다운 것이든 결점을 말하는 것이든, 혹은 의 심스러운 것을 나타내든 크게 문제를 삼지 않았던 것으로 봅니다.
다만, 그는 그가 상상하는 빛을 아주 천천히…, 그 누구와 비 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을 들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는 그의 정신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됩니다.
하나의 그림을 가지고 내가 왜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는지 나도 잘 모르겠군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여러 분에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행 중에 어떤 작품을 감상 할 때에는 그 미술관 내에 있는 모든 작품을 다 보려고 하지 말 고, 그 중에 가장 관심이 가는 작품 하나라도 미리 염두에 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작품의 이모저모와 작가의 사상 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 입니다.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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