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Greece

[그리스 19] 이마에 떨어지는 빗방울-올림피아

찰라777 2004. 9. 13. 12:30







* 고대 올림픽 유적지에 들어서는 입구의 길 양쪽에는
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어....


□ 고대 올림픽 경기장으로 가는 길

올림피아 유스호스텔에는 많은 청소년들이 단체로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다소 소란스러워 잠을 설치기는 했지만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는 고대 올림픽이 열렸던 유적지로 향했다.

소변이 원활하게 배설되는 아내의 발검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나 하늘 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쏟아질것만 같은 날씨다.

올림피아는 고대 올림픽이 열렸던 화려함과는 달리 한적하고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는다. 거리에 관광객의 발길만 있을 뿐 매우 조용 하다. 버스가 서는 터미널도 없다. 그냥 정류장 같은데서 섰다가 승객이 내리고 오르면 바로 출발해 버린다.

선물가게, 귀금속점 등이 늘어 서 있는 메인 스트리트를 지나 15분정도 걸어가니 클라데오스 강이 나오고, 그 강 위를 지나는 다리를 지나면 바로 고대 올림픽 유적지가 나온다. 크로노스 산 아래를 흐르는 클라데오스 강물은 유유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고대 올림픽이 열렸던 2800 여 년 전에도 이 강물은 지금처럼 흘러갔겠지?”
“강물이 아니라 냇물처럼 보이내요.”



* 귐나시온과 레슬링 스쿨이었던 펠레스트라의 기둥들.
잿빛 하늘에 회색기둥이 더욱 고풍스러움을 자아내고 있어...


□ 올림픽의 기원이 된 '제우스와 크로노스의 레슬링' 대결

강 건너 편에는 크로노스 산 기슭에 고대 올림픽 유적지가 짓 푸른 올리브 나무숲에 가려 신성한 정적을 유지하고 있다. 어쩐지 마음 이 숙연해 진다.

크로노스 산은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와 대결을 벌려 아버지를 물리치고 신중의 신이 전설을 가진 산이다.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그의 누이 레아와 결혼하여 여러 자식을 낳았다. 그러나 크로노스는 자식을 낳기가 무섭게 그 자식들을 삼켜버렸다. 자식들이 장성하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예언 때문이었다.

제우스를 임심한 레아는 어머니의 신 가이아에게 도움을 청해 다음에 태어나는 아기만큼은 생명을 지켜달라고 도움을 청한다. 가이아는 레아에게 크레타 섬의 딕티 동굴로 가서 아이를 낳고, 대신 그 아이를 닮은 돌멩이를 크로노스에게 건네주라는 충고를 한 다. 그 충고대로 크레타 섬에서 태어난 제우스는 여러 신들의 보호를 받으며 동굴에서 자라나난다.

신들의 보살핌으로 장성한 제우스는 드디어 올림피아의 크로노스 산으로 향한다. 그곳에 있는 아버지 크로노스와 대결을 벌려 그동안 삼켜버린 형들과 누이를 구해내기 위해서였다.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레슬링 스쿨의 고풍스런 기둥.
바라보기가 곤혹스러울 정도로 짙은 향수가 젖어 있는 듯하여...


제우스와 크로노스 사이에 벌어진 희대의 레슬링 대결은 제우스의 승리로 끝난다. 크로노스가 쓰러지자 제우스는 아버지에게 약을 먹 여 형과 누이들을 토하게 한다. 크로노스가 토해낸 순서는 원래 레아에게서 태어난 순서와 반대로 태어난다.

크로노스의 입에서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제일먼저 나왔고, 다음으로 불의 여신 헤스티아, 제우스의 아내 헤라, 농업의 신 데메테르 순으로 토해내졌다. 이 역사적인 사건으로 순식간에 제우스의 형제들은 서열이 뒤 바꾸어져 버린다.

제일 막내인 제우스가 맏이가 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던 것. 하여간 아버지 크로노스와 대결에서 승리한 제우스로부터 생명을 건진 그들은 제우스를 형 또는 오빠라고 부르며 신들의 우두머리가 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올림피아 유적에 여기 저기 흐트러진 돌. 몇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들은 침묵하며 말하고 있다. 올림픽의 역사를....


□ 이마에 떨어지는 빗방울

아버지 크로노스와 아들 제우스의 싸움에서 제우스가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고대 올림픽 제전이 시작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 구니가 없다. 더구나 레슬링 경기의 우승자는 최고의 영웅으로 대접을 받았다고 하니 더욱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어쨌든 그 전설의 크로노스 산 아래 올림피아 유적지가 펼쳐지고 있다. 입구를 들어서니 그리스인들이 벌거벗고 체력을 단련하던 ‘귐 나시온(gymnasion)'이 나온다. 아마 제우스와 크로노스의 레슬링 싸움에서부터 벌거벗고 싸웠으리라.

하여간 그리스인들은 평소에 운동을 할 때도 옷을 벗고 벌거벗은 채 싸웠다고 한다. 그래서 ‘귐나시온’은 ‘벌거벗는 곳’이라고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 귐나시온을 지나니 ‘팔레스트라(Palaestra)’라고 하는 레슬링 연습장이 나왔다. 레슬링 스쿨이라고 불릴 정도로 모든 투기 종목 중에서 레슬링을 중시여기는 것 역시 제우스와 크로노스의 레슬링 시합과 무관하지 않는 듯 하다.

잿빛 하늘에 펼쳐진 회색빛 폐허와 회색빛 기둥 사이로 육체미를 과시하며 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환상이 보인다. 모두가 헤라클레스 같은 우람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어? 빗방울이 떨어져요!”

드디어 잿빛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져 이마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 빗방울 속으로 벌거벗은 헤라클레스의 후예들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 계속 -



* 올림피아 시내 약도(유스호스텔에서 얻은 자료임)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글/사진 찰라)






* Yanni:Rain Must F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