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Greece

[그리스21] 제우스 신전과 헤라신전(올림피아)

찰라777 2004. 9. 20. 09:31

● 제우스 신전과 헤라신전





- 허물어진 제우스 신전의 모습(올림피아)


□ 제우스 신전

도대체 왜 나는 이토록 허물어진 성터가 좋은지 모르겠다. 시간의 역사를 따라 고대인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 그럴까? 나는 도시 전체가 역사교실인 로마에서, 터키와 이집트에서, 그리고 인도의 산치와 엘로라 석굴 등을 여행하며 그곳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는 생각들을 늘 하곤 했다.

이곳 고대 올림피아 유적에 서 있는 느낌 역시 그렇다. 크로노스 언덕에 세워진 올림픽 제전의 현장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이번호에서는 글보다는 되도록 많은 사진을 싣도록 하겠다. 제우스 신전과 헤라의 신전이 동시에 있는 곳이기도 한 올림피아는 뭔가 특별한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감동을 독자여러분에게 생생한 사진으로 전달하고픈 생각에서이다.





개선문을 지나면 한단 높은 곳에 제우스 신전이 있다. 그곳에는 허물어진 기둥과 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뒹굴고 있다. 맷돌처럼 생긴 거대한 기둥들이 한 방향으로 쓰러져 있는데, 이는 지진으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이란다.

기원전 470~456년 사이에 완성된 제우스 신전은 고대 7대 불가사의 하나다. 길이 64m, 폭 27m, 높이 10m의 거대한 도리아식 기둥으로 지어진 신전은 올림피아 성역의 중심이었을 것이다.





부서지기전의 신전은 양옆에 13개씩, 양끝에 6개씩 장엄한 도리아식 기둥으로 세워졌으며, 완만하게 기울어진 지붕으로 덮여 있었다고 한다. 신전의 한가운데는 폭이 6.6m, 높이 90cm의 돌 받침대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 신성한 위엄과 너그러움을 거의 완벽하게 갖춘 제우스 상이 안치되었다.

그러나 제우스 신전은 로마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394년)가 올림픽 경기 금지 칙령을 내리고, 426년에 이교의 신전파괴령이 내려짐으 로서 파괴의 길로 치닫기 시작했다. 더욱이 522년과 551년의 지진으로 크로노스 언덕이 허물어지고, 강의 범람으로 신역 전체가 3~5미 터의 모래층으로 매몰되어 버렸다.





그 후 오랜 세월이 지난 1829년에 프랑스인 메도프(루브르 박물관장)가 기둥, 지붕 등의 파편 발견을 시발로 1875~1881년 사이에 그리 스 독립 정부에 의하여 본격적으로 발굴되어 제우스 상이 있었던 신전의 모습이 거의 드러나게 되었다. 그러나 신전 터는 아직도 발굴 과 복원을 계속하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복원작업을, 일부에서는 발굴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한순간에 지진이 덮쳐와 매몰되어 버렸을 신전을 상상해 본다. 아무리 인간들이 몇 백 년 동안 쌓아올린 보탑이라 할지라도 자연 은 일순간에 이를 파괴해 버린다. 실로 인간의 왜소함과 경이로운 자연의 힘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는 이렇게 오래되고 허물어진 유적 터에 서면 얼이 빠지고 말아버리니 말이다. 아마 이곳에 완벽한 복원을 한 제 우스 신전이 서 있다면 그런 느낌은 사라져 버릴 것이다. 나는 쓰러진 돌무더기 속에서 태고의 신비라도 캐낼 듯 눈여겨 바라보며 만 지고 사진을 찍어 댔다.

파괴의 아름다움! 그것이다!
나는 지금 파괴의 아름다운 현장에 취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인간은 잔인한 현장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는 묘한 심리를 가지고 있음 에 틀림업는 모양이다. 허지만 또한 인간 세상에 파괴의 아름다움이 없다면 창조력 또한 왕성하지 못하리라.









- 발국과 복원작업을 하고 있는 그리스의 고고학자들









□ 헤라신전


- 도리아식 기둥이 곤혹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헤라신전



제우스 신전 건너편에는 헤라 신전이 아직도 질투를 느끼게 할 정도로 아름다움을 간직 한 채 서 있다. 도리아식 기둥이 장열하게 도열해 있는 헤라신전은 기원전 7세기경에 세워진 것으로 그리스에 남아있는 신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이다. 이 신전에서 ‘갓난아기 디 오니소스를 달래는 헤르메스’가 발굴되었다. 이 헤르메스 상은 이곳 올림피아 박물관에 따로 보관되어 있다.

‘올림픽 성화’ 또한 이곳에서 채화된다. 태양광선에 의해서 채화된 성화. 고대 그리스 여사제의 복장을 한 여성들에 의하여 태양열에서 채화된 성화의 불씨는 첫 봉송 주자에게 전달된다.
부드러운과 힘! 그렇다! 모든 것은 부드러움에서 나온다. 힘과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 제전 역시 부드러운 여성의 성화 채화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질투의 여신 헤라여!
그대의 흔적은 간곳이 없고
그대가 서 있었던 자리에는
잡초만 무성하고나!
(계속)




- 성화가 채화되는 헤라 신전 터









- 성화를 채화 하는 그리스의 여사제들(중앙일보 사진 참조)






- 피아다스가 제작했다는 제우스 상의 복원도


(그리스 올림포스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