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Greece

[24]민중의 신 '디오니소스'

찰라777 2004. 10. 13. 14:23

□ 술의 신, 민중의 신


* 술잔을 들고 있는 바쿠스(디오니소스) 상. 미켈란젤로



디오니소스는 유명한 난봉꾼인 제우스가 실수로 세멜레라는 인간세계 여성과의 사이에서 튀어나온 자식입니다. 그러나 그는 질투의 여 신 헤라의 미움을 받아 미치광이기 되어 여러 나라를 방황하는 신세가 되어 힘든 방랑객의 생활을 합니다.

다섯 달은 인간 생모 세멜레의 뱃속에서, 나머지 다섯 달은 아버지 신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기구하게 자라난 그는 이미 미치광이 가 되어 태어났는지도 모르지요. 하여간 그는 언제나 술에 취해 날마다, 혹은 해마다 죽었다가 살아나기를 거듭했다고 하니 미처도 보통 미친 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이런 그를 두고 이승과 저승을 마음대로 '부활의 신'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래서 디오니소스를 신봉하는 그리스 사람들은 그를 '헤르메 스 크토니오스' 즉 , 저승의 헤르메스란 뜻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미친 자의 광기는 때로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술에 절어있을 때는 죽었다가, 술이 깨면 살아나는 디오니소스의 모습을 ‘부활의 신’으로 격상시키는 그리스인들도 대단하다고 생각 되지 않으세요? 그리스나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술에 취해 아스팔트 보도에 누워있는 알콜중독자들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미치광이가 되어 술에 취해 방황하는 디오니소스처럼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화가 카라바조가 그린 ‘병색이 완연한 디오니소스 상’은 디오니소스 이미지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한 그림이라고 생각 됩니다. 모두가 그를 아름다운 포도주의 신으로 미화시켜 그리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유독 카라바조 만큼은 알콜중독에 죽어가는 디어 니소스를 그려냈습니다.

술을 지나치게 가까이하는 자의 말로는 신이든 인간이든 술에 절어 온몸이 흑색으로 변해 죽어가고 있는 디오니소스처럼 된다고 암시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적당한 술은 약이 되겠지만, 술이 떡이 되도록 취한 자의 되풀이되는 잔소리는 정말로 죽기보다 싫은 소리입니 다.

되지도 않는 말로 자기합리화를 억지로 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아마 설어워 하리라 생각됩니다. 엇! 이러다 가 술취한 자에게 얻어맞아죽지나 않을지 모르겠군요...ㅋㅋㅋ

‘신은 죽었다’고 절규한 니체는 그리스 비극을 ‘아폴론 형’과 ‘디오니소스 형’으로 구분하고 디오니소스 형을 극구 찬양했다고 합니다. 말년에 정신착란증으로 미친 사람처럼 죽어간 니체야 당연히 술 취한 자의 편을 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인간적이면서도 신과 같은 초인적인 광기의 힘을 발휘하는 디오니소스를 니체는 동변상련의 입장에서 사랑하고 추종했으리라고 추측 해 봅니다. 신은 죽었지만 초인적인 인간의 존재는 살아있다고 생각을 했을까요?

그러나 하여간 디오니소스가 인도에서 테바이로 돌아올 때는 신통한 힘을 가진 신의 경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가 인도를 여행 하던중 어떤 요기로부터 몇가지 신통한 요기의 힘을 전수 받았을 것이라고 상상을 해 봅니다.

* 이른 새벽에 미친듯이 아크로폴리스 언덕으로 뛰어 올라갔던 또 하나의 미친 사람...

지금도 인도에 가면 시바신을 믿는 신통한 요술을 가진 요기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인도에서 돌아온 그는 그는 창조와 파괴의 신 시바의 상징인 ‘링감’이란 남근 상을 앞세우고 다니며 신통방통한 힘을 발휘하고 다닙 니다. 이윤기씨가 상상한대로 과연 그가 준 술과 술 자리가 술이 아니라 한 자루의 칼이라고 외치고 다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러나 나는 이런 모든 것들이 디오니소스를 지나치게 미화시켜 신격화 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허지만 민중은 또 그런 신을 좋아하게 미련이지요. 어쨌던 술의 신 우리의 디오니소스(로마의 '바쿠스':드링크 박하스는 여기에서 따옴)는 그리스 민중의 가슴에서 아폴론에 버금가는 신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하루 희로애락의 고달픈 삶을 술 한 잔으로 달래는 민중의 마음은 자연히 귀족적인 아폴론 보다는 술에 취에 찌들어 길바닥에 뒹구는 디오니소스에게서 당연히 동병상련의 정을 느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태어난 게 그리스의 비극이 아니겠습니까?

이제 나는 인류 최초의 ‘민중축제’ 연극의 첫 막을 올렸던 현장인 디오니소스 극장을 향하여 뛰어가고 있습니다. '신은 죽었다'라고 외친 니체의 말을 확인이라도 해볼듯이 말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