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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3] 네바 강은 우수에 젖어...

찰라777 2005. 3. 4. 08:42

 

네바 강은 우수에 젖어....


 


- 우수에 젖은 듯한 네바 강의 모습. 강 건너 보이는 건물은
 러시아 황제들의 궁전이었던 에르미타쥐 박물관인 '겨울궁전'이다.



네바 강!

회색 빛 하늘 아래 네바 강이 우수에 젖은 듯 흐느끼고 있다.

제정 러시아 시대 역대 황제들의 화려한 생활을 했던 에르미타쥐 궁전도 잿빛 하늘아래 한숨을 쉬고 있는듯 하다. 19세기 이후 농노제 폐지 혁명운동, '피의 일요일' 궁전광장의 러시아 2차혁명, 레닌을 지도자로 내 세웠던 볼세비키(다수파라는 의미) 혁명..... 네바 강은 이렇듯 혁명이 있을 때마다 피로 물들었던 곳이다. 그래서 네바 강은 우수에 젖어 보이는 것일까?

 

 네바 강은 뻬쩨르부르크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멋진 강이다.

그러나 우리가 뻬쩨르부르크에 도착하여 네바 강변 산책을 나갔을 때에는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다. 스산한 초겨울 날씨를 보여주는 네바 강은 길손들도 드물어 무언가 우수에 젖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뻬쩨르부르크는 핀란드만으로 흘러나오는 네바 강의 델타 지대 석호潟湖에 세워진 물의 도시다. 뻬쩨르부르크는 네바 강의 지류와 운하를 포함하면 65개의 강, 100개 이상의 섬, 365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러시아의 베니스’라고도 불리는 아름다운 도시다. 또한 화려한 궁전과 공원, 광장이 많아 ‘북쪽의 파르밀라’라고 불리는데도 전혀 손색이 없다.

다운타운으로 가기위해 지하철역으로 갔는데, 지하 몇 미터까지 내려갔는지 도저히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승강장이 깊다. 워낙 오래된 지하철은 석호의 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수몰되어 일부 통행이 안 되는 곳도 있다. 지하철의 문은 왜 그리 또 육중한지. 사람을 태고 철커덕! 하면 닫히는 문소리가 영영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을 조성할 정도로 육중한 철장 문이다.

그러나 천길 지하에서 나와 네프스키 대로로 고개를 내미니 만치 천국처럼 화려한 거리가 펼쳐진다. 18세기에 바로크양식과 클래식 양식으로 지어진 중후한 건물들이 제정 러시아시대의 영화 화려함을 그대로 반영시켜주고 있다. 도로엔 트램, 트롤리버스, 미니 벤들로 가득 매워져 있고, 거리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아니, 저건 LG마크가 아닌가요?”
“맞네!”

너무도 선명하게 LG브랜드 마크가 그려진 버스와 트램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어찌나 반갑던지!

과연 LG다!

LG는 삼성Samsung, 현대Haindai와 더불어 이제 대한민국의 최고의 애국기업이요, 외교관이다. 지구촌 가는 곳마다 이 회사들의 제품을 만나고, 굴러가는 자동차들을 볼 때면 눈을 다 의심할 정도다.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었는가! 월드컵을 치룬 직후라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최고조에 달해있었다.

사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부터 안개 속에 묻힌 듯한 러시아를 간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목이 움츠러들어갔다. 몇 년 전만 해도 그 동토의 땅을 어찌 가리라고 생각을 했겠는가? 강영숙 작가는 러시아 비자가 잘못되는 바람에 런던에서 모스크바까지 갔다가 입국을 하지도 못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고 한다. 마치 영화 ‘에어포트 맨’ 신세를 질 뻔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에 날짜를 계산하여 30일짜리 관광 비자를 안전하게 받아가기로 했던 것.



아직도 거주자 신고를 해야만 하는 답답한 나라


그러나 비자를 받으려고 하니 러시아의 여행사로부터 ‘초청장’을 받아 첨부를 해야 하고, 현지여행사로부터 ‘바우처’라고 하는 ‘접수확인서’를 발행받아야만 했다. 비자 비용도 한 달 전, 일주일전등 일수에 따라 비용이 다 달랐다. 나는 무려 13만원의 거금을 들여 러시아비자를 받아야 했다. 덕분에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러시아 글씨를 구경하게 되었지만…

또 러시아에 입국하여 3일 이내에 거주자 신고를 해야 하고, 입국 시 세관에 단돈 1달러까지 정확하게 신고를 하여 신고서 부본을 챙겨야 한다고 했다. 헬싱키의 핀란드 대사관 직원은 제발 배낭여행은 가지 않는 게 좋다고 하며 우리들의 러시아 행을 한사코 말렸다.

헬싱키에서 뻬쩨부르크로 가는 기차에서 세관원에게 소지한 돈을 전부 신고하고 외화반입신고서를 달라고 했더니 기어코 주지를 않아 어찌나 불안했던지… 신고서가 없으면 출 국시에 소지한 돈을 몽땅 뺐기는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 그러나 정작 확인을 해보니 소지한 금액이 3,000 달러 미만인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 이제도가 최근에 변경되었다고 한다.

거리엔 갱들이 즐비하고 특히 동양인을 상대로 ‘스켄헤드’(파시스트, 즉 정치적 집단들이 유색인종을 상대 펼치는 테러 행위의 일종)들이 판을 치고, 아직도 비밀경찰들이 거리에서 불신검문을 연행하고 뇌물을 공공연히 요구한다고 한다. 하여듣는 소리마다 다 겁을 주는 소리다.

우린 먼저 나타샤가 잘 아는 유학생의 도움을 받아 ‘거주자 등록’ 했다. 일인당 20달러를 내야 하는데 특별히 배낭여행을 떠나온 우리들을 위해 그 유학생은 이름도 모르는 어느 호텔에 가서 25달러에 신고 대행을 해주었다. 고마운 동포여! 복 받을 지고…^^

어쨌든…

네프스키 거리에서 LG마크를 단 버스들을 보고나니 마치 백만 원군을 만난 듯 힘이 솟아났다. 자, 그럼 거주자 등록도 했겠다… 오늘은 먼저 오전엔 이사크 성당을 보고, 오후엔 에르미타쥐인가 하는 무지막지한 박물관으로 가볼까?

 

 

 

※ 배낭여행자가  받기도 어렵고 말썽도 많은 러시아 초청장과 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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