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러시아7] 그제 네프스키!

찰라777 2005. 3. 9. 08:39


화려한 도시의 답답한 까막눈





“네프스키그제(네프스키 거리로 갑시다).”
“까라블예 스트로이쩰예이 그제(나타샤의 집 주소).”
“스빠시바(감사합니다).”

등등을 포스트잇에 모스크바어로 그리고 한글로 발음을 달고 나갔다. ‘여보, 어제가 아니고 그제야.’ 그제 그제 그제… 그제는 방향을 묻는 말이다. 나타샤는 또 친절하게도 자신의 모바일 폰을 나에게 주었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어디 어디로 전화를 하라고 하면서…

정말이지 그 모바일 폰이 없었더라면 우린 국제 미아가 될 뻔했다. 이 지면을 통하여 국제미아를 면케 해준 우리의 친절한 나타냐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 네프스키 거리의 맥도날드 가게

러시아에 와서 가장 답답한 것이 있다. 그것은 이 도시의 어디를 보아도 러시아어 외에는 전혀 이정표의 표시가 없다는 것.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전혀 모를 뿐 아니라, 심지어 국제 여행안내센터의 안내원들도 영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한 다는 것. 그래서 우린 화려한 도시에 외톨이 까막눈이 된 절대 고아 신세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우린 아침에 집을 나설 때면 마치 맹인이나 어린아이, 혹은 보호를 받는 장애인처럼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가야 했다. 하여간 모든 게 먹통으로 보이는 거리가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우린 정말로 무식한 여행자들이었다.

옛 해군성을 중심으로 부챗살처럼 퍼져있는 도로는 사이사이로 운하가 흐르고, 아름다운 다리로 연결되어 더욱 나그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한 운하와 도로 밑에는 매우 오래전에 건설된 지하철 4개 노선이 깊은 땅속에서 달리고 있다. 네프스키 대로는 1200년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알렉산더 네프스키 대왕에게 헌정된 4.6킬로미터의 번화한 길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무는 동안 우리를 돌보아준 나타냐에게 감사를 드리며...-cha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