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러시아8] 빵보다 음악과 예술을....

찰라777 2005. 3. 10. 07:20
-상트페테르부르크 나타샤님에게 감사를 드리며...


빵보다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의 야경



그 네프스키 대로 끝자락에는 네프스키 수도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수도원에는 러시아 음악계의 거장 차이코프스키를 비롯하여 무소르크스키, 림스키코르사코프, 글린카와 같은 러시아의 유명한 음악가들이 묻혀 있다.

아마 이 도시의 매력은 끝까지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마음에 있지 않을까? 러시아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이지만, 독일과의 제2차 대전이 한창이던 일화 한 토막은 애잔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몸을 후끈하게 달구기에 충분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 연주회 광경


독일 군에 의해 900일 동안 완전 포위당한 시민들은 하루에 겨우 초코파이 2개 분량의 빵 조각으로 목숨을 연명해야 했다. 도시에 쥐가 남아나지 않았고, 심지어는 인육까지 먹었다는 증언도 전해오고 있다.

그러나 사느냐, 죽느냐 하는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레닌그라드 필하모니 정기연주회를 보기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연주 홀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러시아인들이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은 과히 우리가 상상을 초월하는 경지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도착한 날 나는 나타샤에게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한 프로 보고 싶다고 말하며, 콘서트나 발레 표를 예약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그녀는 일주일 이후까지 볼만한 발레나 콘서트는 거의 매진되어버려 좌석을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마린스키 극장이나 무소르크스키 오페라 극장 같은 유명한 곳에서 러시아 발레의 진수를 느껴보고,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나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한 번쯤은 생음악으로 듣고 싶었던 것이 러시아까지 온 나그네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며칠이 지난 후 나타샤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 표를 3장을 어렵게 구했다고 말했다. 이 콘서트홀은 ‘쇼스타코비치 기념 대공연장'으로 차이코프스키가 사망하기 직전에 직접 지휘봉을 지고 그의 유명한 교향곡 6번 ’비창‘을 초연한 유명한 대공연장이다.

그러나 그날은 일본의 필하모니 악단(이름은 잊어먹었다)이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 300주년을 맞이하여 축하 방문 공연을 하는 날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좋았다.

제정러시아 시대에 귀족들의 집회와 사교 장소 시작하여 세계적인 콘서트홀로 변모된 공연장에 가 본다는 것만으로도 대 만족이니까....^^

그러나 우리는 그 많은 콘서트 중에서도 엉뚱하게 일본인이 연주하는 콘서트 공연을 300루블을 주고 관람했다.

아무리 꿩 대신 닭이라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애석한 마음이 든다. 허지만 가난과 고통 속에서도 음악을 사랑하는 러시아인들의 마음은 어느 음악을 막론하고 대단한 갈채를 보내주고 있었다.

그들의 갈채 속에 함께 호흡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느껴야 했던 날 밤. 나는 빵 보다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페테르부르크의 시민들의 정신이 이 도시에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콘서트홀은 네프스키 대로의 미하이로프 거리에 있는데, 러시아 귀족들의 무도장과 사교장 답게 매우 화려했다. 뛰어난 음향 효과 덕분인지 큰 북을 치며 공연을 하는 일본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대 호평을 받았다. 호화로운 샨데리아와 무대장치 또한 매우 돋보였다.

하여튼… 우린 러시아에 일주일간 머무르기로 한 기간 중에서 이틀간만 머물기로 했던 당초 생각을 바꾸고 무려 5일 동안이나 이 도시의 ‘그 무엇’에 끌려 머무르게 되었다. -challa-


※ 실내장식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서트 홀에 장식된 모습으로
[www.phiharmonia.spb.ru]를 참조함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서트홀의 Japan관현악단 연주회 이모 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