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아웃백의 엽기적인 밤

찰라777 2009. 1. 3. 07:54

아웃백의 엽기적인 밤

   

     ▲앨리스스프링스 Melanka's Bar의 엽기적인 뱀 쇼. 여행자들이 직접 뱀을 만지며 즐긴다.

 

디제리두(didgeridoo 동물 원음소리를 내는 애버리진들의 악기)의 음율에 따라 뱀이 서서히 꿈틀거린다. 느린 음율, 느린 율동... 동물들의 괴성소리 같은 디제리두의 묘한 음률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전혀 다른 환상의 세계로 몰아가게 한다. 젊은이들이 하나 둘 무대위로 올라가 큰 뱀을 어깨에 걸친다. 드디어 뱀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모두가 괴성을 지른다.

 

붕붕붕, 딩딩딩, 히야! 야호! 오~예! 뱀을 어깨에 걸친 젊은이들은 어떤 짜리한 쾌감(?)을 느끼며 저마다 한마다씩 괴성을 지른다. 디제리두의 음률은 마치 뱀의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낮고 느린 원음소리가 느리게 꿈틀거리는 뱀의 율동에 척 어울린다. 엽기적인 아웃백의 밤이다. 모두가 원시시대로 돌아간 기분이다. 먼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동물들과 한데 어울려 살지 않았을까?

 

2박 3일간의 부시맨 워킹에서 앨리스프링스로 돌아온 날 밤 멜랑카 바Melanka's Bar에서 피자파티가 있었다. 가이드 글렘이 소속한 여행사에서 주선하는 파티였다. Pioneer YHA에 짐을 풀고 어슬렁거리며 토드 몰Todd mall 거리로 걸어갔다.  이 파티에는 우리 일행만 오는 것이 아니라 아웃백의 부시맨 워킹에 참여했던 다른 여행사의 젊은 일행들도 많이 와 있었다.

  

여행자들은 피자 한판에 대여섯 명이 둘러앉아 호주 맥주나 콜라를 마셨다. 말하자면 부시워킹의 디플이인 셈이다. 홀에는 애버리진 전통음악인 디제리두 소리가 길고 낮게 울려 퍼진다. 디제리두는 원래 애버리진들이 전통의식을 거행 할 때에 야생동물의 소리를 흉내 내고 전설을 전하는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여행자들은 디제리두 음악에 취해 맥주를 마시면서 여행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그러나 이 피자 파티의 가장 볼거리는 엽기적인 뱀 쇼이다. 거대한 뱀을 무대에서 여행자들이 직접 만지며 특별한 체험을 하게 하는 것. 쇼 진행자가 거대한 뱀을 목에 감고 나오자 처음에는 모두 놀라며 그만 입을 벌리고 만다. 뱀을 보는 순간 더위가 확 달아나 버린다.

 

 

▲호기심이 동한 여행자들이 하나 둘 무대 위로 올라가 엽기적인 체험을 즐긴다.

  

처음에는 다들 움찔 놀라며 감히 뱀에게 다가갈 엄두를 내지못한다. 동물의 소리를 내는 디제리두의 음률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을까? 이윽고 호기심이 동한 여행자들이 하나 둘 무대 위로 올라가 뱀을 어깨에 맨다. 드디어 무대뒤에 줄을 설 정도로 많은 관중이 올라간다. 호주의 아웃백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초유의 엽기적인 추억을 놓지지 않겠다는 것.

 

뱀은 엄청 크다. 그러나 독이 없고 순하다. 목에 감고 입을 맞추고 만져도 뱀은 순순히 응해준다. 재미있는 것은 남자보다도 여자가 호기심이 더 많다는 것이다. 처음엔 징그럽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찌뿌리던 여자 여행객들이 남자 여행자들 보다 점점 더 많이 무대로 나가는 것이 그 증거이다.

 

"당신도 한 번 나가봐?"

"에고, 누구 죽는 꼴 보려고요."

 

아내는 뱀을 보는 것조차도 징그럽다며 얼굴을 돌린다. 그러나 무대에 선 젊은이들은 디제리두의 선율이 울려 퍼지는 무대에서 뱀을 만지고 입을 맞추고 괴성을 지르며 엽기적인 분위기를 만끽한다.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아웃백의 더위도 차가운 뱀의 육체가 살에 닿는 동안 잊어버리게 한다.  뱀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짜리한 순간을 보내는 동안 모든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 버린다.  아웃 백에서만 체험 할 수 있는 잊지못할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