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흰개미들의 바벨탑

찰라777 2009. 1. 5. 09:00

이게 정말 개미집인가?

  

▲카카두 국립공원의 흰개미집. 한 집에 몇 백만마리의 개미들이 사는 이 탑은 개미들의 거대한 도시다.

 

▲높이 4~5m의 흰개미집은 경이로운 건축술로 마치 개미들의 바벨탑처럼 보인다. 

 

개미들은 참으로 위대하다. 이렇게 높게 탑을 쌓다니! 저건 개미집이 아니라 개미들의 바벨탑이야. TV나 책에서 보긴 했지만 실제로 흰개미집 앞에 서 있는 나는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4~5미터 높이의 거대한 흰개미집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어떻게 저 작은 개미 들이 이렇게 거대한 탑을 쌓아 올릴 수 있을까?

 

"이 개미탑 안에는 왕과 여왕으로 불리는 수컷과 암컷 개미가 한 마리 씩 있어요. 녀석들은 유일한 '생식계급'으로 개미들을 생산해 내지요. 그 밑에는 왕개미들의 근위대인 '병정개미'들이 진을 치고 있는데, 턱이 강하고 머리 부분에 점액을 방출하여 외적을 물리치지요. 그 다음으로는 '일개미'들이 있어요. 이놈들은 먹이를 채취하고 운반하여 왕개미와 병정개미를 먹여 살리고 시중을 들며, 집짓기, 청소 등을 합니다. 흰개미 집단의 90%이상이 일개미들이지요."

 

가이드 톰은 거대한 흰 개미집 앞에서 열변을 토해냈다. 일개미들은 건축자재들을 물어와 자신의 입에서 점액을 방출하여 몇 년에 걸쳐 개미성을 짓는다고 한다. 개미성 안에는 여러 개의 통로를 만들어 환기와 적당한 온도, 습도유지를 한다는 것.

 

수백만 마리의 흰개미들이 살고 있는 이 개미성은 위계질서가 엄격한 하나의 거대한 도시나 국가에 비교되기도 한다. 정교하게 탑을 쌓아 올리는 건축술은 경이롭게만 보인다. 저렇게 작은 개미들이 어떻게 저리도 큰 탑을 무너지지 않게 쌓아 올릴 수 있을까?

 

▲리치필드국립공원의 마그네틱 털마이트 마운드. 모두가 흰개미집이다.

 

다음 날 리치필드 국립공원에 도착을 했는데 그 곳에는 흰개미집이 집단을 이루고 있었다. 리치필드 국립공원에는 마그네틱 털마이트 마운즈Magnetic Termite Mounds라고 불리는 흰개미집 고분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자석처럼 끝없이 늘어 서 있는 흰개미들의 토루. 어떻게 보면 공동묘지의 비석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게 정말 다 개미집이라니 정말 믿기지가 않는군요?"

"저건 개미들의 바벨탑이야!"

 

톰이 돌로 개미집을 톡톡 치니 흙이 떨어져 내리자 금방 개미들이 구멍에서 쏟아져 나왔다. 녀석들은 병정개미일 가능성이 많단다. 개미들의 위계질서와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들은 각자 맡은 일들을 열심히 하느라 불만 불평을 늘어놓을 시간이 없다.

 

 ▲흰개미집의 구멍. 개미들은 통풍, 습도 등을 조절하기위하여 통로를 만들어 놓는다.

 

호주 대륙의 톱 앤드(Top End)라 불리는 다윈에 도착하여 카카두 국립공원으로 야생의 악어를 만나러 갔던 것인데 운이 없어서인지 악어는 보지 못하고 대신 흰개미집만 실컷 구경했다. 야생의 악어를 다룬 영화 '크로커다일 던디'를 상상하며 찾아갔던 카카두 국립공원은 그날따라 악어들이 모두 낮잠을 자러 가버렸는지 한마리도 구경을 하지 못했다.

 

 카카두 국립공원은 지구상에서 가장 생태계 보존이 잘 되어 있는 보고다. 수백킬로미터에 달하는 공원은 갖가지 새들과 파충류, 곤충, 희귀식물들이 서식하는 세계문화유산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