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경상도

7일간의 여행[3]-희방폭포

찰라777 2009. 5. 27. 06:41

희망을 주는 폭포

 

 

반갑다!

기쁘다!

희방폭포야! 

 

하늘 끝이 보이지 않는 빽빽한 숲속 길을 걷다가 갑자기 땅이 갈라지는 듯 굉음을 내는 물소리를 듣는다. 계곡으로부터 시원한 소슬바람이 불어와 햇빛에 달구어진 육체를 식힌다. 희방폭포다! 높이 28미터의 절벽에서 직하강하는 폭포가 하얀 물보라를 내뿜으며 쏟아져 내린다. 낙동강 발원지다. 소리소리 녹음속에 물안개 휘날리며 폭포는 하염없이 쏟아져 내린다. 소복한 여인이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시원하다. 배속까지 시원하다. 속세의 모든 시름이 폭포의 물에 씻겨 내려간다. 송골송골 맺혔던 땀방울이 순식간에 사그라지고 만다. 낮은 곳으로만 내려가려고 하는 물길! 폭포는 사나운 소리를 내지만 물은 낮은 곳으로만 흘러흘러 자신을 낮추려고 한다. 물은 죽고 또 죽는다. 죽어서 극락정토 바다로 흘러간다. 세상사 물처럼 겸손하면 싸울일이 없을 텐데....

 

폭포의 물길을 타고 계곡 길은 폭포꼭대기로 이어진다. 폭포 머리에 올라서니 아래로 절구통 마냥 움푹 팬 소가 내려다보인다. 어찔~ 물길따라 내 영혼이 폭포속으로 떨어져 내린다. 나는 저 물처럼 겸손해져야 한다. 계곡 위로는 폭포 절벽에 단절되었던 계곡이 시원스레 뚫린다.

 

이윽고 희방사의 우아한 단청이 희끗하게 보인다. 울창한 수림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며 여행자의 발길을 유혹한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걸어올라 가니 두 개의 산자락이 만나는 지점에 녹음에 파묻힌 희방사가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희방사! 기쁨의 절이요, 희망을 주는 절이다. 1350여년전(643년) 신라시대 두운조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두운이 호랑이 목에 걸린 비녀를 빼주어 호랑이를 살려주는데서  희방사의 역사는 시작된다. 두운 덕분에 살아난 호랑이는 은혜를 갚고자 양가집 규수를 산에서 도를 닦고 있는 두운에게 물어다 준다.

 

 

경주호장은 호랑이에게 잡혀가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그 딸이 두운 덕분에 살아났으니 갑부 호장은  두운에게 큰 시주를 바친다. 호장의 시주를 받은 두운은 희방사를 창건한다. 그래서 절 이름도 은혜를 갚게 되어 기쁘다는 기쁠 '희喜'에 두운조사의 참선방을 상징하는 '방方'자를 붙여 희방사라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웅전의 단아한 모습과 지장전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아름답다. 대웅전 위로 소백산 국망봉이 아련히 보인다. 나는 그곳에서 도인복 차림에 머리를 긴 거사를 만났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는 우뚝한 콧날, 서글서글하면서도 날카로운 눈, 훤칠한 키에 죽 빠진 몸매가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사람이다.

 

"거사님, 이곳에 계십니까?"

"네."

"무엇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아무것도."

"............"

 

그러면서 그는 그저 빙그레 웃는다. 웃는 모습이 녹음속에 묻힌 함박꽃 같다. 그렇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도道가 아니겠는가?

"안녕히 계십시오."

"잘 가시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함박꽃나무와 팥배나무 꽃이 푸른 숲속에 소복을 입은 여인처럼 희디 휜 수를 놓고 있다. 하얀 꽃잎에 연지를 찍은 듯 분홍 꽃술을 간직한 함박꽃나무는 바라보기가 고혹스러울 정도로 아름답다. 산목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꽃! 김일성의 눈에 너무 아름답게 보여 북한의 나라꽃을 진달래꽃에서 함박꽃나무 바꿀정도였다니 과연 그럴만도 하다.

 

 

道는 나무에게 물어야 할 것 같다. 계절에 순응하여 싹을 돋우고, 꽃을 피워 지고나면, 잎을 떨구고 겨울잠으로 윤회하는 나무는 과연 神의 경지에 있는 위대한 스승이다.  

 

희망을 주는 폭포와 절 희방사!

희방 계곡은 소백산 자락에서 가장 크고, 수려한 폭포가 있는 계곡이다. 영주에서 옛 죽령 길을 따라 가다보면 우측에 계곡이 시작된다. 낙동강의 발원지이기도 한 영남 제일의 폭포가 있는 계곡이다. 그대의 마음이 답답하다면 희방폭포로 가라! 희방폭포는 그대의 답답한 마음을 씻겨 내려주고 한가닥 희망을 심어 줄 것이다.

 

최근 영주시는 희방폭포를 중심으로 희방계곡에 생태계복원작업을 추진키로 결정하고 복원작업을 할 계획이다. 복원 개발은 자칫 잘못하면 인간 본위로 추진되어 자연그대로의 환경을 파괴하기 쉽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연 그대로의 보존해야 할 것이다.

 

계곡을 내려오는 데 빙그레 웃으며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사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렇다! 아무것도 생각 하지 않는 것, 그 비워진 자리에 새로운 싹이 돋아나고, 죽어서 흘러간 곳에 극락정토 바다가 있다. 수직 폭포물은 소리를 내지 않는데 이를 받아치는 바위와 돌이 소리를 내고 있다. 폭포는 묵언 정진하며 그냥 흘러 내릴뿐이다. 

 

 

 

 


시인  정호승은 희방폭포를 노래한다.

 


이대로 당신 앞에 서서 죽으리


당신의 舍利로 밥을 해먹고


당신의 눈물로 술을 마신 뒤


희방사 앞마당에 수국으로 피었다가


꽃잎이 질 때까지 묵언정진하고 나서


이대로 서서 죽어 바다로 가리

 

 

-정호승, 희방폭포-

 

 

 

 

 

 어! 시원해! 나는 바다로 간다!

 

 난 물 그대로 인데, 너희들 바위와 돌들이 나를 어지럽게 하는구나.

그대들이 원하는데로 구비치며 내 고향으로 흘러가리...

 

 

(2009.5.19 소백산 희방사에서  찰라 글/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