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백두산대장정

오, 백두산 天地에 피는 아름다운 들꽃이여!

찰라777 2009. 9. 7. 11:57

 

들꽃이 있기에 천지는 더욱 아름답다!  

 

 ▲필름카메라로 찍은 백두산 천지. 거칠지만 투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천지가 아름다운 건 야생화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8월말인데도 천지는 눈이라도 내릴듯 추웠다. 아내는 사진 한방만 찍고 춥다고 내려가 버리고, 나는 안개가 벗어지기를 기다려가며 곱은 손으로 천지를 담았다. 천지주변에는 드문드문 야생화가 마지막 웃음을 짓고 있었다.

 

 

백두산 천지가 아름다운 건 역시 천지에 피는 들꽃, 부드러운 야생화들이 있기때문이 아닐까? 세상의 조화는 강한 것과 부드러운 것의 조합이다. 백두산 서파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야생화 천국이다. 여름이 오면 고산화원은 1800여종의 야생화가 전쟁을 하듯 다투어 피어난다.

 

그러나 8월 말에 찾은 고산화원은 야생화들이 거의 다 져버리고 천지에 가까운 지역에만 드문 드문 귀한 야생화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나는 가픈 숨을 몰아쉬며 야생화를 정신없이 담았다. 생명의 고귀함을 느끼는 순간들이다. 이제 머지않아 9월이 오면 이 들꽃들은 눈 속에 묻히고 말것이다. 그러나 윤회의 굴레 속에 야생화는 죽지않고 다음해에 다시 피어난다. 녀석들은 영원히 죽지않는다. 녀석들은 나의 애인이다. 

  

 

▲천지에 피는 야생화. 8월 말이라 야생화들은 올해의 생명을 다하고 사라져 가고 있다.

 

순간 일진광풍이 몰아오고 안개가 천지를 덮는다. 안개속에 묻혀있는 야생화들은 더욱 미묘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보일듯 말듯한 아름다움, 필듯말듯한 꽃들의 미소, 안개바람에 살랑이며 사라져 가는 들꽃들의 미소! 아, 나는 녀석들의 미소에 그만 빠지고 만다.

 

사라지는 것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꽃들의윤회! 영원히 죽지않는 꽃들의 마음! 꽃들은 그 오묘한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 누구도 물을 주거나 거름을 주거나 보살펴 주지도 않았을텐데, 저렇게 유연하게 생명을 피어 보이다니.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위대하다. 금방망이, 고분, 용담, 좁은입돌꽃, 화살곰취, 꽃바람, 껄껄이풀, 바위구절초, 산용담....  작은 들꽃들의 생명력은 나무보다 강하다. 나무가 자랄 수 없는 고산지역에도 들꽃은 피어난다.

 

빨.주.노.주.파.남.보.... 이 들꽃들에게 무슨 이름이 필요하랴. 인간이 제멋대로 붙여놓은 이름들을 들꽃들은 조롱한다. 그냥 꽃이면 꽃이다. 생명이면 생명이다. 보고 아름다우면 되는 것이다. 무지개처럼 피어나는 야생화는 대자유의 세상을 만끽하고 있다. 오색찬연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꽃들의 천국'은 글자그대로 유토피아다!

 

 

 ▲백두산 서파로 올라가는 계곡에 핀 들꽃들.

 

어찌 이 민족의 영산에 핀 들꽃들을 나 혼자만 독차지하고 볼 수 있을 것인가? 몸이 불편해서 가지 못하는 사람,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너무 늙어서 거동이 불편하여 가지 못하시는 분.... 이런저런 이유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나는 백두산의 들꽃을 무작위로 올린다.

 

사람들아, 바쁘다고만 하지 말고 은발을 날리며 헉헉대면서, 죽을둥 살둥 찍은 민족의 영산 들꽃들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시라! 들꽃의 생명이 영원한 것처럼 그대의 생명도 영원하다. 사람은 육체로 살지 않고 영혼, 즉 마음으로 살기 때문이다. 그 영원한 시간을 죽지않고 살아가는 마음을 바쁘다고만 할 것인가? 쉬어가라!  시간은 그대 마음에 영원히 죽지않고 면면히 흘러가고 있다. 백두산의 들꽃들이 영원의 시간을 살아가듯 시간은 죽지않는 그대 영혼의 것이다! 들꽃들의 세계는 감동의 연속이다!

 

 

 ▲화살곰취 샛노란 자태!

 

 ▲화살곰취가 마지막 기염을 토하고 있다!

 

 ▲흰 산용담의 고결한 용모1 나는 녀석의 순결함에 빠지고 말았다!

 

 ▲산용담의 무리들...

 

 ▲비로용담이 질새라 고개를 처들고 있다.

 

 ▲비로용담의 보라빛 고움, 이보다 더 고운색깔이 있을까?

 

 

 고분(?). 마타리 같은 데 식물도감을 보니 고분이란다.

 

 ▲바위구절초, 녀석들은 미녀삼총사처럼 활짝 웃고 있다. 귀여워!

 

 

 ▲좁은잎들꽃, 꼭 제비새끼들의 입처럼 앙증맞다!

 

 ▲좁은잎들꽃

 

▲(?) 

 

▲ 화살곰취

 

 ▲백두산 애기똥풀, 똥냄새는 나지 않고 향기만 그윽했다.

 

 ▲좁은잎들꽃, 화개하니 딸기처럼 빨강다. 저걸 그냥 한잎에 먹을까?

 

 ▲껄껄이풀, 조선산유국이라고도 하는데 안개를 배경으로 피어있는 노란 꽃이 신비롭다.

 

 ▲큰오이풀, 솜밤망이 수세미처럼 내밀고 있는 녀석이 댕댕하다.

 

 ▲천지부근에는 아직 큰오이풀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금방망이, 소임을 다하고 시들어 가고 있다.

 

 

백두산에서 자작나무 명상을...

 

또 하나, 백두산을 올라가며 감동을 받은 것은 자작나무다. 숲속의 여왕 자작나무는 백주에 미끈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길손을 반기고 있다. 하늘로 곧게 뻗은 다리는 영낙없는 미인의 다리다. 백두산 초입에서부터 줄줄이 늘어서서 터널을 이루며 남정내들을 유혹하고 있다.

 

서파 초입에서부터 시작된 자작나무는 버스를 타고 한시간 이상을 달려는데도 끝나지 않는다. 나는 자작나무와 연애라도 하고싶은 심정으로 그 하얀 다리를 만지고 찍고, 바라보았다. 그러나 자작나무는 수피에는 칸칸이 여인의 눈섭같은 상처가 나있다. 하얀 수피에 나는 상처는 수액을 흘러 내린다.

 

 

 ▲백두산 자작나무. 곧게 뻗어 올라간 기상이 보통이 아니다. 

 

자작나무야, 누굴 기다리느라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니?

자작자작 타는 자작나무야 너는 왜 그리도 다리가 하얗니?

하얀다리를 내놓고 있는너는 부끄러지도 않느냐?

남남북녀가 아니랄까봐 저렇게 허연 다리를 내보이고 있을까?

 

자작나무를 부여 잡고 잠시 명상에 든다. 자작나무 명상은 대립된 상황을 인지하고 감각을 깨어나게 한다. 자작나무는 병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에게 좋다. 나무가 자신을 인정해주고 주변의 모든 말과 행동을 너무 깊이 가슴에 담아두지 안ㅎ도록 도와 주기 때문이다. 자작나무는 우리의 느낌을 정확하고섬세학 해준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하는 생각으로 인해 두려움은 사라지고 행동력과 침착함이 동시에 성장하게 해준다.그러므로 자작나무 명상은 어떤 큰일을 행하기 전에 매우 유익하다.

 

일순간이지만 자작나무 에너지는 나를 느끼게 해주고, 내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버거운 짐을 덜어주는 듯 하다. 수피에 느끼는 미세한 진동파가 조급하게 서두루지말고 서서히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세상에 적응하라고 전해주는 듯하다.  자작나무는 보다 정직해지라고 말한다. 아, 고마운 자작나무여!

 

 

▲하얀다리에 눈섭처럼 상처를 달고 있는 자작나무

 

▲여인의 하얀 두 다리처럼 미끈한 자작나무의 곤혹스런 자태 

 

 

 ▲누군가 고약스럽게 상처를 낸 자작나무는 아픈듯 신음하고 있다.

 

 ▲사스레나무. 자작나무 숲이 끝나는 고지에는 백발을 한 할머니처럼 사스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자작나무 군락이 끝나는 마지막 고지에는 사스레나무가 백발을 한 할머니처럼 웅크리고 서 있다. 역시 할머니는 강하다. 헝클어진 가지에 영기를 발하고 있는 사스레나무는 자작나무보다 한 수 위에 있다. 사스레나무는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라는 낙엽활엽수다.  

 

▲해발 2000m 고지에는 더이상 나무가 자랄 수 없다. 융단 가튼 초지에 들꼴들이 피어난다.

 

 

백두산 원시림의 맨 위쪽 수목한계선(해발 1900-2000m)부근에 이 사스레나무들이 마지막 숲을 이루고 있다. 백두산 정상으로 다가갈수록 사스레나무는 거친 바람에 밀려 한쪽 방향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다. 사시사철 비바람이 거센 곳에서 흰 껍질이 거칠게 벗겨져 있고 그 굽은 가지는 아무렇게나 뻗어있었다. 자작나무에서 늘씬한 미인의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사스레나무에서는 시골 할머니 같은 포근함을 느낀다. 모진 풍파와 살을 깎는 한파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나는 사스레나무는 우리민족의 기상을 대변해 주는  듯 하다.

 

이번 백두산 여정에서 고구려의 기상 못지않게 들꽃과 나무들이 주는 영감을 잊을 수가 없다. 영산에 피어나는 들꽃과 자작나무 그리고 사스레나무가 주는 감동은 천지못지않게 크다.

그래! 사스레나무처럼 근성있게 살아가자!

힘! 힘을 기르자!   

 

 

▲자작나무로 지은 서파 입구 안내소. 서파는 지금 개발이 한창  이다.

  

 

 

▲백두산 천지의 식물분포(자료 한국브리태니커)

 

 

 

 

(2009.8.27 백두산 천지에서 찰라 글/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