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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학가산]공주님과 함께한 학가산 황금 융단 길

찰라777 2009. 11. 11. 21:47

황금 융단 길을 걷다

 

▲낙엽송 잎새가 떨어져 내려 황금 융단길로 변한 학가산자연휴양림 산책길 

 

 

사람이 학을 타고 노닌다는 학가산

 

산세가 소백산에서 날아온 학을 사람이 타고 노니는 모양이어서 학가산(鶴駕山)이란 이름이 붙은 산이란다. 학가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내성천에서 바라본 학가산은 과연 학이 나래를 펴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내성천에 발을 적시고 학이 비상을 하는 모습이다. 설탕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내성천은 학가산을 구비치며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그 하얀 은모래를 바라보노라면 인간도 저절로 발을 적시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사람이 학을 타고 노니는 듯한 학가산은 내성천을 끼고 인간의 손때가 전혀 묻지않는 곳에 위치한다.

 

"우리도 학을 타고 학가산에 오를까?"

"무슨 헛소리를 그렇게나."

"이젠 먹혀 들어가질 않네. 감정이 말랐나?"

"당신 지금 도대체 몇 살이이지요?"

"나? 9살. 영원한 소년. 난 나이를 까구러 먹거든. 핫핫!"

"내가 못살아.

 

그러 농담을 주고 받으며 우리는 내성천을 건너갔다.

내성천과 학가산은 인간의 손때를 거부하고 있는 듯 조용하다. 내성천에서 바라보면 우래리마을과 학가산자연휴양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우래교를 지나고 옥문처럼 굳게 닫힌 골 깊은 우래리 마을을 지나서야 여자의 은밀한 곳처럼 마을과 휴양림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학이 양다리를 걸친 듯한 산줄기 깊은 계곡으로 졸졸 흘러내리는 물을 만나면 여행자들은 그만 훌훌 옷을 벗어던지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고고한 학(鶴)의 품에  안기는 기분이랄까? 선녀와 나무꾼이 아무도 없는 선계(仙界)들어선 느낌이라고나 할까?

 

 

학의 품에 안긴듯한 조용한 휴양림

 

학가산자영휴양림은 42만평 규모의 사유림에 인적이 드문 오두막처럼 조용하게 자리잡고 있다. 휴양림입구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계곡을 치장하고 있고, 그 계곡을 건너가는 목조다리가 예쁘게 드리워져 있다. 작은 목조다리 건너에는 파레트 톤의 붉은 2층 벽돌집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학가산자연휴양림을 일구어 온 김옥동 사장. 그는 평생 산에서 살아온 산 사나이로 학가산

      입구에 사저를 짓고 아예 산에 눌러 앉아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다(좌측 집을 짓고 있을때

      2004년, 집은 완성후 2009년)

 

이 집은 처음부터 학가산휴양림을 설계하고 일구어 온 김옥동 사장의 사저이다. 김옥동 씨는 남부지방산림청장을 지낸 분으로 평생을 산에서 일을 하다가 산에서 살고파 학가산 입구에 아주 집을 짓고 눌러 앉은 산 사나이다.

 

그는 학가산을 설계할 때에 자연을 전혀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곡의 지형지물을 그대로 이용하여 통나무집을 지었다. 심지어는 지붕에 구멍을 뚫고 나무를 살린 통나무집도 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그의 고집이 엿보이는 단면이다. 곳곳에 계곡을 건너는 나무 다리를 설치하여 견우와 직녀 만나는 사랑의 다리를 보는 듯 하다.

 

"자, 공주님 이 집이 오늘 밤 우리가 잘 통나무집이라오. 어때요.  독일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보다 더 멋있지?"

"어찌 주먹만한 통나무 집을 노이슈반슈타인 성에 비교할까? 하지만 싫지는 않군요."

"숲 속의 요정들에게 이 오두막을 좀 빌려달라고 했지. 나의 사랑하는 공주님을 위하여.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하하하."

"아이고, 마음에 썩 들어요. 그러니 농담은 이제 제발 그만 그만."

  

▲나무와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위해 통나무집 지붕에 구멍을 뜷어서 지었다. 휴양림 하나하나가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김옥동 사장의 고집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베어 있다.

 

정문을 지나면 길은 양 갈래로 나누어진다. 오른 쪽으로 가는 길은 학가산을 휘어감은 임도이고,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계곡을 따라 드믄 드믄 통나무집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통나무집이 있는지 없는지 분간을 잘 하지 못할 정도로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계곡의 정비도 잘되어 있다. 군데군데 작은 못을 만들어 언제나 물이 흐르도록 설계를 해 놓았다. 마침 계곡의 물 위에는 낙엽송이 모자이크를 그린듯 떨어져 있고, 그 위로 참나무 낙엽이 자수 정물화처럼 아름답게 수를 놓고 있다. 

 

"이 모자이크는 공주님을 위해서 특별히 숲 속의 요정들이 밤새 모자이크를 한 그림이라오. 마음에 드오?"

"어머나! 저렇게 예쁘다니. 액자에 넣어두고 싶군요."

"그거 어려울것 없어요. 자 내가 금방 담아줄게요. 찰칵! 벌써 담았어요."

"에구구구머니나~ 알았어요."

 

▲계곡의 연못에는 낙엽송이 떨어져내려 모자이크를 이루고 있고, 그위로 참나무잎이 수를 놓고 있다.

 

중심에는 클럽하우스가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통나무집, 가족형 산장, 산막, 황토벽집, 방갈로, 야영데크가 숲 속 요소요소에 자리잡고 있다. 그밖에 캠프파이어장, 야외무대, 산책로, 등산로, 체력단련장, 어린이놀이터, 물놀이장 등이 자연과 잘 어울려 전혀 부담이 없는 모습으로 배치되어 있다. 가족단위로 조용하게 독서를 하며 휴식을 취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다.

 

클럽하우스를 지나 위쪽으로 올라가면 낙엽송이 하늘을 찌를 듯 우거져 있다. 우거진 낙엽송 나무 아래로 산책로가 잘 다음어져 있다. 때마침 늦가을인지라 낙엽송에서 황금빛 낙엽들이 금모래처럼 떨어져 내려 산책로는 마치 황금 융단을 깔아 놓은 듯 푹신푹신하다.

 

"어제 밤 밤새 공주님이 걸어가실 산책로를 황금 융단으로 까느라 숲 속의 난쟁이들이 작업을 했대요. 자, 공주님 사푼사푼 걸어보세요."

"와, 정말 환상적이네요!"

 

 ▲자연이 만들어 놓은 황금 융단 길. 사람의 인적이 드물어 쾌적한 낙엽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어느 누가 나그네 가는 길에 황금 융단을 깔아놓겠는가? 나는 마치 산속의 왕자라도 된 듯 황금 융단길을 유유히 걸어갔다. 상쾌하다. 쾌적한 숲 속은 낙엽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러나 이 좋은 길에 사람은 없다. 오직 우리 두 사람뿐. 우리는 환상적인 황금융단길을 손을 잡고 사부작 사부직 걸어갔다. 아직도 이렇게 한적한 오솔길이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어찌나 조용하고 숲이 울창하던지 문득 집이 그리워질 정도로 숲은 적막하다. 다람쥐들도 사람이 그리운듯 수시로 임도를 오고가며 손짓을 한다. "다람쥐야 이리 온." 다람쥐은 알아들은 듯 꼬리를 치며 슬금슬금 배회한다. 그렇게 황금융단 길과 갈색의 참나무 낙엽길을 3km정도 걸어 올라가면 학가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고개 길에 닿는다.

 

▲황금융단길이 끝나면 흙으로 된 참나무 낙엽길이 이어진다. 이 길로 계속 가면 느르티마을이 나온다.

 

"공주님, 이 미로는 마음에 드시나요?"

"아주 좋아요. 그런데 이 길로 쭉 가면 어디로 가지요?'

"느르티."

"느르티라니요?"

"느리게 사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오. 걱정이 없는 마을."

"호오!"

 

이 길을 계속 따라가면 산성리 마지막 마을인 느르티 마을로 이어진다. 학가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최근에 정비를 하여 나무로 만든 계단이 잘 정비되어 있다. 나는 왼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계속]

 

 

☞예천맛집 소개

●백수식당 육회비빕밥

 

 

여행을 떠날 때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역시 잠자리와 음식이다. 인터넷이나 멋자랑에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가 보면 맛이 형편없는 집이 많다. 특히 경상도로 여행을 따날때는 은근히 더 걱정이 된다. "전라도 음식은 못 먹어도 본전이고, 경상도 음식은 잘 먹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식이 짜고 맵다.  그러나 최근에는 냉장시설이 발달되면서 지방도 짠맛이 덜해지고 서울의 음식맛과 비슷해져 가는 경향이 있다. 학가산자연휴양림에 숙소를 정한다면 한번 정도는 먹어볼 만한 음식점이 백수식당의 육회비빔밥이다.

 

예천은 참우의 고장으로 예로부터 소고기가 유명하다. 그러나 홍보가 덜 되어 횡성한우나 안동 한우보다 인지도는 떨어진다. 예천의 백수식당은  소고기육회로 유명하다. 다른 메뉴도 있지만 이 집의 육회비빔밥은 감질난 맛이 있다. 메뉴를 보면 육회비빔밥 특 (12,000원), 보통(10,000원), 육회 400g(25,000원), 뭉탱이 육회( 25,000원) 등이 있다.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약 20~30%정도 슬그머니 올랐다.

 

백수식당은 육회비빔밥이 좋아 술을 먹지않으면 다른 메뉴를 시킬필요가 없다. '보통'은 2인분 이상을 시켜야 한다. 기본 반찬은 미역냉채, 마늘짱아치, 무말랭이짱아치, 천사채무침, 마늘쫑새우볶음, 김치, 간장 등이 깔끔하게 나온다. 

 

백수식당의 육회는 간장으로 간을 한다. 그리고 고명에 숙주나물이 들어가고 배를 썬채가 들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강한 고추장과 배를 쓰지않는 그런 메뉴가 가늘게 썰어진 육회맛을 더 깔끔하게 처리한다. 기름과 향도 강하지 않아 담백한 맛을 느끼게 한다.

 

백수식당의 영업시간은 특이하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로 점심과 저녁식사만 제공한다. 철저하게 중식과 저녁식사 위주로 운영하겠다는 주인의 영업정책이 돋보인다. 영업시간을 늘리지 않고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들어가 있다. 주인 김기수씨는 지역사회에 봉사도 앞장서서 열심히 한다고 한다. 

 

한 때 종업원의 불친절로 호된 질책을 받기도 했지만, 친절교육으로 좀 나아진 편이다. 그러나 경상도 음식점에서는 종업원들도 자존심(나쁘게 보면 불친절)이 강하여 서울이나 전라도에서처럼 종업원들의 친절을 아예 기대하지않는 것이 편하다.

 

*위치 : 예천군 예천읍 남본 2리 196-7

*전화 : 054-652-7777/653-4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