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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사]오래된 것이 더 아름답다! -봉정사 툇마루 곶감

찰라777 2009. 11. 16. 14:11

 

봉정사 툇마루에 걸린 곶감에 반한 프랑스인

 

"원더풀 코리아!"

프랑스에서왔다는 커플은 봉정사 툇마루에 걸린

고색찬연한 곶감을 보고 감탄해 마지않는다.

 

오래된 것이 더 아름답다! 우리는 사라져가는 오래된

문화재와 풍경을 소중하게 간직하도록 함써야 한다.

오래된 것으로부터 새로운 지혜를 터득하기 때문이다.

 

▲봉정사 요사 처마에 걸린 곶감과 툇마루에 널린 고추, 도토리 등을 프랑스에서 온 커플이 넋을 잃은 듯 바라보고 있다.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거기에는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 흔적에서 지난날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다. -법정-

 

봉정사 양지바른 요사(寮舍) 툇마루에는 붉은 곶감이 대롱대롱 달려 있다. 오래된 나무 서까래 밑에 대나무 간짓대를 걸고, 그 간짓대에 곶감을 일정한 간격으로 실로 꿰어서 매달아 놓은 모습이 마치 큰 주판고동을 보는 듯하다.

 

 

 ▲간짓대를 처마에 매달아 놓은 곶감이 주판고동처럼 질서정연하다.

오래된 나무 서까래와 흙벽, 그리고 한지를 바른 문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툇마루에는 고추와 도토리가 한자루의 색연필처럼 널려 있고, 그 옆에는 당근 잎처럼 생긴 파란 파슬리 이파리가 억새로 엮은 발위에 가지런히 널려져 있다. 자연석으로 쌓아놓은 토방이 보기에 부담이 없다. 툇마루와 처마는 흙벽과 1m정도 간격이 떨어져 있고, 확 터진 공간이 여유롭다. 나무 기둥사이에는 따뜻한 살색 황토벽과 창호지를 바른 문창살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툇마루에는 고추와 도토리, 그리고 파슬리 이파리가 가지런히 널려있어 고즈넉한 풍경이 한 폭의 정물화를 보는 것 같다 

 

 

보기에는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것 같지만 사물은 나름대로 질서가 정연하다. 마치 스님들이 면벽을 하고 참선을 하는 모습이랄까? 방아착! 들뜬 마음을 착 가라 앉히게 하는 풍경이다. 곶감과 고추, 도토리, 당근 잎, 그리고 나무서까래와 흙벽, 창호지 문틀이 어쩌면 이렇게 잘 어울릴까? 한 폭의 잘 그려진 정물화같다. 아니 이처럼 생동감 넘치고 고즈넉한 정물화는 아무리 훌륭한 화가라도 그리기 어려울 거다.

 

그 고즈넉한 풍경에 넋을 잃고 있는데, 한 쌍의 젊은 외국인 커플이 다가온다. 그들은 처마에 걸린 곶감을 보자마자 "원더풀! 코리아!"을 연발한다. 이어서 툇마루에 널어놓은 고추, 도토리 등을 번갈아 보더니 그만 입이 떡 벌어지고 만다. 이어서 그들은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했다는 천년고찰을 보고싶어 프랑스에서 왔다는 젊은 커플한국의

오래된  풍경에 흠뻑 빠져 있다고. 그들은 봉정사를 돌아 본 뒤 하회마을 거쳐 불국사로 간다고 했다.

 

 

"어디서 오셨지요?"

"저희들은 프랑스에서 왔어요."

"오, 아주 멀리서 오셨군요. 그런데 어떻게 이 산골 봉정사를 알고 여기까지 오셨지요?"

"아,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한 천년고찰이라고 친구가 소개를 해서 오게 되었어요."

"흠~ 그 먼데서 여기까지오다니. 반가워요."

"저는 오래된 한국의 풍경이 너무 좋아요!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들이거든요. 저희들은 하. 회. 마. 을을 거쳐 불. 국. 사까지 가려고 해요."

"아하, 아주 좋은 여행 코스입니다.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감. 사. 합. 니. 다."

 

그들은 한국말로 더듬거리며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곶감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르며 한동안 신비한 듯 눈앞에 펼쳐진 정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서울에서 렌터카로 손수 운전을 하여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오래된 것은 소중한 가치가 있다. 옛 것은 새로운 지혜를 터득해주기때문이다.  

 

 

역시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는 오래된 문화재와 풍경들은 매우 소중한 가치가 있다. 우리는 이 오래된 풍경들을 고이 간직하고 보존하도록 힘써야 한다. 저 프랑스인들이 멀리서  이 산골 오지까지 찾아온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봉정사!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자신의 73회 생일을 맞이하기 위해 1999년 4월에 방문을 했던 천년 고찰. 여왕은 세계의 여러나라 중에서, 그리고 내노라 할 그 많은 한국의 사찰을 마다하고 하필이면 봉정사를 찾았을까? 그것은 곧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 것을 익히어 새로운 지혜를 터득하게 되기 때문이리라

 

 

☞맛집 소개

하회마을 옥류정 헛제사밥(054-854-8844)

 

도대체 헛제사밥이란 무엇인가?

안동까지 와서 "헛제사밥"을 먹지 않으면 궁금증이 더해진다. 봉정사에서 924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학가산 온천에서 목욕재계(?)하고, 오후 3시부터 열리는 하회탈춤 공연도 구경할 겸 하회마을로 갔다. 헛제사밥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옥류정은 주차장을 지나 하회촌 내 박물관 건너편에 있다.

 

헛제삿밥이란 이름 그대로 가짜 제삿밥이다. 안동에서 떠도는 헛제삿밥의 유래는 이렇다. 어느 날 밤에 사대부 사랑채에 앉아 글을 읽다가 출출해지자 갑자기 제삿날 먹던 밤참이 떠올랐다. 제삿밥이 먹고싶은 사대부는 이런저런 궁리에 빠졌다. 안동 사대부집은 보통 1년에 20번을 제사를 지낸다. 그래서 주인도 제삿날이 헷갈릴때가 있다. 제삿밥이 지독히도 먹고 싶은 사대부는 궁리 끝에 헛제사를 지내더라도 하인이 이를 알턱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마침내 제사를 지낸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제삿밥을 만들어 먹기시작했다. 안동 헛제사밥은 이렇게 탄생되어 전수되어 왔다.

 

헛제삿밥은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고소하게 버무려진 콩나물, 무, 가지, 고사리, 취, 호박, 배추, 나물이 큰 그릇에 담겨 나온다. 여기에 산적과 탕국이 곁들여 나온다. 지방과 향불만 없지 영락없는 제사상이다. 허지만 헛제사밥은 나물이 담긴 그릇에 밥을 넣고 반찬을 이것저것 섞어 비벼먹는 비빔밥이나 다름없다.

 

조상님이 이미 맛을 본 음식이기 때문에 아무리 먹어도 체하지 않는다고는 하는데.... 글쎄...  먹어보니 제삿밥이란 선입견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여행자에겐 심심하고 덤덤하다. 그 맛이 오히려 "헛제사밥"의 묘미가 아닐까?

 

(안동 봉정사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