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epal

의사가 7명이나 되겠다는 12명 '희망의 씨앗'과의 만남

찰라777 2010. 11. 16. 10:14

네팔에 심은 희망의 씨앗 하나 ⑦

 

12명 중 7명이 의사, 공무원 1명, 파이롯트 1명, 선생님 1명 등

장래 소망을 밝히는 네팔 오지의 아이들과의 극적인 만남

 

 

▲장래 의사가되겠다고 포부를 밝히는 칸첸중가 오지마을의 어린이 차말레인 루파

 

논 가운데 있는 빠담의 집에서는 수시로 닭이 울었다. 방아착! 마음이 편안했다. 짜아차를 마시며 신선한 공기를 흠뻑 들이마셨다. 그렇게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버드라칼리 학교의 레워랄 스레스터 교장선생, 처드러퍼티 수베티 운영위원장, 깨섭 서르까 전문대학 학장과 함께 우리들이 학자금을 후원하고 있는 9명의 아이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우리들이 키우고 가꾸어 갈 "희망의 씨앗"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힘찬 박수로 맞이했다. 우리들이 환호를 하며 갈채를 보내자 그들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12명의 아이들과 만남의 시간을 별도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12명 중 3명이 거리가 멀어서 아직 도착을 하지 않고 있었다.

 

 

12명과 10명. 그 숫자가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영산 당시 부처 밑에는 10대 제자가 있었고, 예수는 12명의 제자가 있었다. 오호! 부처와 예수의 제자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 다오! 한 소녀가 우리들 모두의 이마에 신의 축복을 내리며 하나하나 티카(Tika)를 찍어 발라주었다.

 

소녀로부터 신성한 티카를 받은 일행은 얼굴이 한결 밝아보였다. 빨간 티카를 바른 일행은 모두가 갑자기 네팔리처럼 보였다. 네팔리가 따로 있남. 글로벌 시대에. 네팔리가 한국인이고, 한국인이 네팔리가 되는 순간이다. 일행도 아이들도 모두가 상기된 얼굴이다. 의식은 때로는 이처럼 때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마침 지금은 더사인(Dashain)축제기간이다. 티카는 축복인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신성함을 나타낸다. 특히 더사인 축제 기간 동안에는 '두르가' 여신이 악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여 이마에 티카를 찍어 바른 것이 중요한 의식으로 되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학자금을 후원하고 있는 12명 네팔 어린이들과의 만남의 시간

 

 

더사인 축제 기간 동안에는 모든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가 집안의 가장 웃어른으로부터 티카를 받는다. 티카를 받는 순서는 장남, 장남의 며느리, 손자 순으로 내림차순으로 받으며, 부귀장수를 의미하는 옥수수 풀을 귀나 머리에 꽂아준다. 그리고 티카를 받은 사람은 웃어른에게 존경의 뜻으로 발등에 입을 맞춘다.

 

10명의 아이들이 그들의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스레스터씨는 이이들을 하나 둘 소개를 하고 시토울나씨가 교장선생님의 말을 번역을 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밑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 어머니가 없는 결손 가정 등 대부분 아주 가난하고 가정적으로 불행한 아이들이었다. 부모가 죽고 할머니 혼자 5명의 아이들을 키우기도 했다.

 

아이들은 다소 주눅이 들어 얼얼한 표정으로 일어나 인사를 했다. 끌끌… 여기저기서 안쓰러운 표정으로 혀를 차는 소리가 들여왔다. 가정적으로는 너무나 불행한 그들이다. 그래도 씩씩하게 자라나온 그들이 대견하게 보였다.

 

 

 ▲아이들엑 책가방을 선물하는 자비공덕회 지상스님

 

아이들로부터 장래 희망을 들었다. 그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조금 더 확실하게 심어주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수줍어서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하나 그들의 희망을 또박또박 얘기를 했다. 의외로 의사가 되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일곱 명이나 되었다. 부모나 식구들이 병이 들어도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일까? 병든 생명을 살리겠다는 아이들의 소박한 꿈이 나타나고 있었다.

 

"아이들이 의사가 될 때까지 오래오래 살아서 아프면 네팔로 치료를 받으러 와야겠네요."

 

누군가 그런 익살을 부려서 모두가 폭소를 터트렸다. 선생님이 1명, 공무원 2명, 파이로트가 되겠다는 아이와 그냥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어린이도 있었다. 아이들의 포부를 듣고 나서 한국에서 준비해간 선물을 그들에게 나누 주었다. 가방과 추리닝, 그리고 볼펜을 선물을 하자 비로써 아이들의 굳었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흠, 선물은 역시 좋은 거다.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어린이들과 마을 주민들

 

 

아이들은 추리닝을 입고 가방을 등에 메 보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가방에는 "자비공덕회․향운사"라고 한국어와 네팔어로 표시를 했다. 새 옷을 입을 아이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아이들은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새 옷을 입고 의기양양해 하는 아이들과 이마에 티카를 바른 우리들의 표정이 절묘하게 어울려 보였다. 모두 친 자식이자 손자처럼 아이들을 앉고 모습이 한없이 다정해 보였다.

 

희망의 씨앗 하나! 그 희망의 씨앗들이 우리들에게 신의 축복을 듬뿍 내려주고 있었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우리는 그들보다 물질이 풍요롭지만 마음이 가난했으며, 그들은 가난하지만 마음이 풍요로웠다. 이제 지구촌은 국경을 초월해서 서로의 부족함을 나눔의 복덕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마스테!

 

 

▲ 작은 나눔으로 행복을 주고 받는 모습은 아름답게만 보인다. 네팔의 아이들과 함께

 

 

(2010.10.9 네팔 동부 쩌퍼러마리 오지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