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그대 버터차나 한잔 들게나?-라싸의 뒷골목에서

찰라777 2011. 7. 18. 19:13

마니차를 돌리며...

티베트 순례자들과 함께 코라를 돌다

 

 

 

그대, 순례를 떠나는가

짬빠나 한 잔 들게나

그대, 순례에서 돌아왔는가

버터차나 한 잔 들게나

 

 

 

▲조캉사원앞 광장에 운집한 순례자들(티베트 라싸)

 

 

나는 한동안 조캉사원의 옥상에 앉아 광장에 있는 수많은 순례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캉사원 순례길인 바코르를 돌아가는 순례자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나라를 잃은 사람들.... 달라이 라마 지도자가 인도에 망명을 하여 망명정부를 세우고 있는 상홯이 우리 나라가 일제 압제하에 상해에 임시정부를 두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조캉사원 바코르를 돌고 있는 순례자들(티베트 라싸)

 

 

세계는 왜 끊임없이 침략과 정복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무슨 권리로 남의 나라를 침략하여 자유를 억압하고 인권을 탄압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만약에 신이 있다면, 하나님이 있다면, 부처님이 계신다면, 그 많은 신들은 어찌하여 정당하지 못한 일을 수수방관 침묵을 하고 있단 말인가? 어찌하여 신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이름으로, 부처님의 이름으로, 저들을 징벌하여 바르게 살 수 있도록 처벌을 하지않는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풀 수 없는 화두다. 신무기가, 핵폭탄이, 물리적으로 강한 군대가 있어야만이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일까? 역사적으로 볼 때에 강한 나라는 성하고, 약한 나라는 먹혀왔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는 어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해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이론이 성립된다.

 

 

 

▲108염주를 들고 낭코르를 묵묵히  돌고 있는 순례자들. 나라를 잃은 그들의 모습이 슬프게만 보인다

 

 

▲조캉사원 내부에 있는 낭코르를 순례하고 있는 티베트 순례자들(라싸)

 

 

나는 풀 수없는 화두를 앉은 채 조캉사원의 옥사에서 내려와 낭코르를 돌고 있는 순례자들을 따라 돌았다. 낭코르는 조캉사원 안에 있는 코라다. 좁은 코라에는 마니차를 돌리는 사람, 오체투지를 하며 가는 순례자들로 가득 차 있다. 수미 막힐 것 같은 좁은 골목, 팽이처럼 돌아가는 거대한 마니차는 순례자들의 손때가 묻고 반질반질하게 달아 있다.

 

 

 

 ▲조캉사원 바코르에 앉아 구걸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굶어서 얼굴이 부어 보인다. 그냥 가만히 앉아있으면  순례자들이 적선을 한다.

 

 

▲걸인들에게 적선을 베푸는 순례자들

▲순례자들도 대부분 가난하다. 가난하지만 자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냥 지니치지 않고 적선을 베푼다.

 

 

조캉사원에서 나온 아내와 나는 우리는 다시 한 손에 바코르를 돌았다. 마니차를 돌리며 바코르를 도는 느낌은 또 달랐다. 바코르에는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구걸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인도의 거지들처럼 손을 벌리며 귀찮게 하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 그러면 순례자들은 구걸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1~10각(1위안=10각)씩 쥐어 준다. 티베트인들은 대부분 너무나 가난하다. 그래서 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순례자들도 매우 가난해 보인다. 가난하지만 자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보면 반듯 자비의 적선을 베푼다. 배고픈 사람들ㅇ 배고픈 심정을 알고 있듯이 그들은 구걸하는 사람들을 그냥 지니차는 법이 없다. 그 중에서 특히 어린아이들을 안고 있는 부녀자들이 많았다. 순례자들은 행색으로 보아 자신들도 매우 가난해 보이는 데 그냥 지나가지 않고 모두가 적선을 베풀었다. 길가에 앉아있는 부녀자들은 얼굴이 부은 것처럼 보였다.

 

 

"저 사람들은 얼굴이 부은 것 같아요."

"아마 굶주려서 그럴 거요."

"세상에나! 뭐니 뭐니 해도 배고픈 설움이 가장 크다는데…"

 

 

아마 제대로 먹지를 못하여 부황증(浮黃症)이 있는 것 같다. 가난한 티베트인들은 하루 두 끼니를 먹기도 힘들다고 했다. 세상은 왜 이리 공평하지 못할까? 아내는 1위안씩을 아이들 손에 쥐어 주었다. 기름때가 묻은 옷을 입은 그들은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 옷 한 벌로 사계절을 보낸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러나 표정은 매우 순박해 보이고 눈동자는 맑다. 그들은 인도의 거지들처럼 손을 벌리며 적선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조용히 앉아만 있다.

 

 

 

 

 

 

바코르를 돌다가 우리는 한국 학생 박형열 군을 만났다. 라싸가 너무나 마음에 끌려 한 달 째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그는 꼭 티베트인처럼 행동했다. 그는 골목골목 모르는 데가 없다.

 

 

"나는 전생에 티베트에 살았던 것 같아요. 그냥 좋고, 여기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기만 하니 말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얼마나 더 머물려고 하지?"

"비자 기간까지 머물 생각인데요. 그때까지 여행비용이 남아있을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제가 아주 좋은 곳을 안내해 드리지요. 사람들이 거의 모르는 곳인데요. 아주 재미있는 곳입니다."

 

 

▲조캉사원 뒷골목에 있는 작은 사원에서 사람들이 빽빽히 앉아 마니차를 돌리고 있다.

 

 

우리는 박 군을 따라 어느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는 걸음도 성큼성큼 걸어갔다. "박 군 천천히 좀 가요." 아내가 숨을 헐떡거리며 박 군에게 말했다. 아내뿐만 아니라 나와 양군도 마찬가지로 숨이 찼다.

 

 

좁은 골목을 지나니 제법 넓은 마당이 나오고, 마당에는 입추의 여지도 없이 모두가 마니차를 돌리면서 앉아 있었다. 오른 손엔 마니차, 왼손엔 108염주를 들고 그냥 바닥에 편안한 자세로 느긋이 앉아서 마니차와 108염주를 돌리고 있었다. 우리 손에도 마니차를 쥐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은 매우 친숙한 표정으로 대해주었다.

 

 

 

▲108염주와 마니차를 돌리며 버터차를 마시고 있는 티베트인들

 

 

창고에서는 큰 솥에 버터차와 짬빠를 끓이며 계속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부어 주었다. 우리도 뜨거운 버터차와 짬빠를 한 그릇씩 얻어먹었다. 점심 요기가 충분히 되었다. 계단을 타고 2층 옥상으로 올라가니 노인들이 벽에 기대고 앉아 편안하게 마니차를 돌리고 있었다. 우리가 마니차를 돌리며 다가가자 그들은 그저 지그시 미소를 지을 뿐이다. 우리는 마치 티베트 순례자가 된 기분이었다.

 

 

마음이 포근했다. 어느 아늑한 보금자리에 앉은 듯 편안했다. 여행지에 가서는 현지에 있는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그들과 친숙해지는 비결이다. 그들은 사진을 찍자고하면 기꺼이 포즈를 취해 주었다. 붸차도 마시고 짬빠도 먹고, 다리도 쉬니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하루종일 느긋하게 앉아 마니차를 돌리는 사람들

 

 

▲오래전에 만났던 고향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도 그들과 함께 마니차를 돌리다 보니 서로가 한 마음이 되었다.

 

 

▲타베트의 순진한 아이들

 

 

 

▲여유로운 미소가 포근하다 

 

▲노부부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마니차를 계속 돌리다 보니 지구도 돌고, 마음도 돌고, 사람도 돌고, 모든 것이 돌고 도는 것 같았다. 윤회의 고뇌가 돌아가는 마니차 속에 녹아나고 있었다. 번뇌의 강물이 마니차의 만다라 속으로 돌아나갔다.

 

 

그대, 순례를 떠나는가.

짬빠나 한 잔 들게나.

그대, 순례에서 돌아왔는가.

버터차나 한 잔 들게나.

 

 

그랬다. 오늘은 먼 길로 순례를 떠나,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만다라의 세계에 흘러들어온 듯 마음이 편안했다. 그렇게 한동안 그들과 어울려 마니차를 돌리다가 2시가 다 되어서 우리는 조캉사원 정문으로 갔다. 오후에는 신선생과 세라사원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