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볼 펜 한 자루의 행복-티베트 소녀의 행복한 미소

찰라777 2011. 12. 3. 07:36

볼펜 한 자루의 행복

 

 

 

▲볼펜 한 자루 목에 걸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티베트 소녀

 

 

포탈라 궁에서 내려온 우리는 다시 바코르를 돌기로 했다. 해발 3760미터의 포탈라 궁에서 내려오니 다소 숨이 진정된다. 불과 110미터를 내려왔는데도 말이다. 도로를 걸으니 평지 같은 기분이 든다. 말이 평지이지 당치도 않는 말이다. 라싸 시내는 전부가 해발 3650m의 고지이다. 국내에서는 지리산(1915), 한라산(1950), 백두산(2750)를 엄청 높다고 하는데 이 산들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높이를 평지라고 할 수 있겠는가? 3.7km의 높이를 상상해보면 안다. 그러니 무조건 천천히 걸어야 한다.

 

▲포탈라궁 바코르를 순례하는 티베트인들

 

 

우리는 다시 순례자들 속에 묻혀 포탈라 궁 코라를 천천히 돌기로 했다. 라싸의 매력은 포탈라 궁도, 조캉사원도 아닌 바코르에 있다. 사원안의 불상보다도 순례 길을 돌아가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사람냄새를 맞는 것이 라싸의 가장 큰 매력이다. 바코르를 돌다 보면 여행자들은 어느 듯 모두가 한 마음이 되고 만다.

 

 

"여보, 포탈라 궁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은 찍어야지요. 여긴 자주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

"허긴 그렇군."

 

 

▲포탈라 궁 앞에서

 

 

우리는 포탈라 궁전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포즈를 잡았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오겠는가? 라싸는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우리는 상기된 표정으로 포즈를 잡았다. 포탈라 궁전을 찍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착포리 언덕(Chakpori hill)이다. 착포리 언덕은 포탈라 궁 건너편에 있다.

 

"저 언덕을 올라가서 포탈라 궁을 찍고 싶은데."

"아이고, 저 높은 곳을 또 올라가요?"

"나만 잠시 올라갔다 올 터이니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요."

"하긴, 내가 말린다고 아니 갈 당신이 아니지요."

 

못 마땅해 하는 아내를 포탈라 궁 앞에 쉬고 있으라 하고 나는 기를 쓰고 착포리 언덕을 숨을 헐떡거리며 기어 올라갔다. 착포리 언덕 하얀 탑(초르텐) 앞에서 포탈라 궁을 바라보는 모습은 전체가 조망이 되어 좋았다.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찍는 것 아닌가? 이렇게 기가 막힌 날씨에 좋은 장소에서 포탈라 궁을 찍는 것도 큰 행운이다. 언덕 밑에 앉아 있는 아내의 모습이 개미처럼 보였다. 나는 아내를 향하여 손을 흔들었다. 아내도 나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포탈라 궁은 건너편 착포리 언덕에서 사진을 찍으면 전체를 잡을 수 있다. 

 

 

나는 언덕에서 내려와 아내의 손을 잡고 다시 순례자들 속에 묻혀 바코르를 돌았다. 포탈라 궁 바코르에는 수많은 순례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바코르를 양쪽에는 구걸을 하는 티베트인들도 순례자 못지않게 많다. 그러나 그들은 인도의 거지들처럼 노골적으로 돈을 달라고 손을 벌리거나 말을 하지는 않는다. 경전을 읽거나 옴마니반메훔을 중얼거리며 그저 앉아 있을 따름이다.

 

이상한 불구자들도 많다. 어떤 불구자는 왼쪽 발이 꼬여서 등 뒤로 올라가 있고 왼쪽 손은 발 밑 사타구니 속에 끼어 있다. 발과 손의 위치가 뒤바뀐 것처럼 보인다. 상의도 걸치지 않은 그는 찬 바닥에 배를 깔고 오른발로 밀며 기어갔다. 그의 오른 손 앞에는 돈을 적선하는 바구니가 놓여 있다. 사람들이 아무말도 하지 않고 돈을 바구니에 집어넣었다.

 

 

▲참으로 이상하게 생긴 불구자앞에서

가난한 순례자들은 모두 돈을 던져 주고 지나갔다.

 

 

"세상에 어쩌면 저렇게 생겼지요?"

"글쎄 말이요."

 

어쩌다가 저렇게 태어났을까? 윤회의 업이 존재한다면 저 사람은 과거 생에 어떤 업을 지었을까? 그를 바라보며 두 발로 땅을 짚고 양 팔을 흔들며 걸어 다닐 수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매우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내는 그에게 좀 더 많은 돈을 주었다. 라싸에서 며칠을 보내며 아내는 1위안짜리 잔돈을 미리 준비를 했다. 그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볼펜을 목에 걸어 주었다. 한국에서 끈이 달린 볼펜을 충분히 가져 왔기 때문이다.

 

 

 ▲길가에서 앉아 탁발을 하고 있는 스님들

 

 

남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아내의 마음은 매우 고결하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아내는 남을 위한 마음이 나보다 훨씬 뜨겁다. 아내는 적선을 복을 짓는데 나는 저 가여운 사람의 사진이나 찌고 있으니…

 

사실 사진을 찍기조차 미안하지만 어떤 새로운 풍경과 문화를 만나면 호기심을 떨치지 못하고 거의 직업의식처럼 사진을 찍어대는 내 꼴이 어떤 때는 저주스럽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언제나 카메라 없이 여행을 떠나지?

 

 

▲바코르(순례길)에는 순례자 반, 구걸자가 반이다.

말없이 앉아있는 구걸자들에게 순례자들은 말없이 적선을 한다.

 

 

가난한 순례자들은 거의 모두가 그냥 지나가지 않고 작은 돈을 쥐어 그에게 준다. 남을 돕는 마음은 부자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훨씬 적극적이다. 부자 동네에서 동냥을 하면 많이 들어 올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이다. 배가 고파 본 자가 배고픈 자의 심정을 더 알기 때문일 것이다.

 

수경스님과 도법스님이 탁발 순례를 하던 중 가난한 동네에서는 배불리 얻어 먹을 수가 있는데 부자동네에서는 문도 열어주지 않아 탁발을 하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부자동네에서 오히려 탁발을 하지 못해 배가 고팠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가난한 자들이여 복이 있나니…

 

 

 ▲이상한 차림으로 불경을 독경하고 있는 도인(?)

 

 

우리는 길가에 도열된 마니차를 돌리며 순례의 물결을 따라 걸었다. 세상은 이 마니차처럼 둥글고 둥글다. 언제 양지가 음지가 되고 음지가 양지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모두가 마니차를 돌리며 옴마니반메훔을 중얼거렸다. 우리도 저절로 옴마니반메훔을 중얼거리며 마니차를 돌렸다. 아니 모두가 이곳에 오면 그렇게 되고 만다.

 

도대체 <옴마니반메훔>란 무엇인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그들은 그토록 열정저그로 이 주문을 외우는가? 여기에 달라이 라마는 말한다. '옴(Om)'은 부처님의 청정한 몸, 말, 마으을 상징 한다고한다. '마니'는 보석을 의미하는 것으로, 깨달음과 자비, 사랑을 얻게되는 이타적인 뜻을 상징한다. '반메'는 연꽃을 의미하며 지혜를 상징한다. '훔'은 불리(不二)의 상태를 가르킨다. 지혜와 방편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것이다.

 

 

▲'옴마니반메훔' 육자주를 독송하며 마니차를 돌리는 티베트 순례자들

 

 

따라서 <옴마니반메훔> 육자주를 지극정성으로 독송을 하면 지혜와 방편이 하나라 되고 부정한 몸, 말, 마음이 청정 무결한 부처님의 몸, 말, 마음으로 바꾸어 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티베트인들은 윤회를 하다가 언젠가는 부처를 이루기 위해 이 주문을 그토록 열심히 독송을 한다고 한다.

 

 

▲우리도 저절로 옴마니반메훔을 독송하며 마니차를 돌렸다.

 

 

순례의 물결을 따라 걷다보니 호수가 나왔다. 용왕담이란 호수다. 용왕담 호수에 비친 포탈라 궁이 환상적이다. 용왕담을 바라보며 한 숨을 돌리고 있는데 배가 고팠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닌가? 우리는 포탈라 궁 옆에 있는 시장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시장에는 의외로 싱싱한 야채와 과일들이 많았다. 야채와 과일은 보기만 해도 입에서 군침이 나오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아내는 싱싱한 토마토를 샀다. 목마를 땐 하나씩 먹자는 것이다.

 

 

▲용왕담 호수에 비친 포탈라 궁의 환상적인 모습

 

 

▲라싸 시장에서 토마토를 사고...

 

 

시장에서 나온 우리는 다시 순례 길을 따라 걸었다. 우리는 오체투지를 하며 순례를 하는 소녀를 만났다. 작은 소녀는 온몸으로 오체투지를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부모도 없이 홀로 오체투지를 했다. 혹자는 누군가가 돈을 벌기위해 아이들을 시켜서 한다지만 설령 그러더라도 그런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시켜서 하든 스스로 하든 소녀의 오체투지는 매우 정성스러웠다. 머리를 예쁘게 따 매고, 작은 가방을 등에 업은 소녀의 얼굴은 예쁘기도 했다. 아내는 그 소녀에게도 돈을 쥐어 주었다. 소녀는 그저 말없이 미소를 짓더니 다시 오체투지를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오체투지를 하며 순례를 하는 소녀

 

 

우리는 또 다른 소녀를 만났다. 소녀는 어머니인 듯한 여인과 함께 길가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는 오른손으로는 마니차를 끊임없이 돌리고 왼손엔 지폐를 쥐고 있었다. 아내는 소녀의 어머니에게는 1위안짜리 지폐를 쥐어주고 소녀의 목에 끈이 달린 볼펜을 걸어주었다.

 

볼펜을 목에 건 소녀가 갑자기 하늘을 보고 웃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행복하게 보이던지! 너무나 순진하고 순박한 미소였다. 티 없이 웃는 소녀의 모습은 내가 티벳에서 본 가장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볼펜 한 자루를 목에 걸고 저렇게나 행복해 하다니! 소녀는 천하를 얻은 듯 하늘을 바라보며 웃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만족하고 행복한 미소였다. 아내와 나도 소녀를 바라보다가 덩달아 하늘을 보고 웃었다. 

 

 

 ▲포탈라궁을 향해 정성스럽게 '옴마니반메훔'주문을 외우며 절을 올리는 노파와 스님

 

 

행복은 이렇게 오는 모양이다. 소녀는 볼펜 한 자루를 선물 받고 우리에게 행복한 미소를 무한 리필로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오늘 고소증에 시달리며 힘들었던 순레길이 그 소녀를 만난 것으로 모든 피로가 씻은 듯이 풀리는 것 같았다. 볼펜 한 자루의 행복이 바이러스처럼 온몸에 퍼지고 있었다. 우리는 행복한 마음으로 바코르를 돌다가 저녁 무렵에 숙소인 저녁 늦게 야크 호텔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