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인도거지와 티벳 거지 - 드레풍사원으로 가는 길에서

찰라777 2011. 12. 9. 09:21

드레풍 사원으로 가는 길

인도의 거지와 티벳 거지의 차이

 

 

 

라싸에 머물러 있는 동안은 '머물음' 그 자체가 명상과 수행의 시간이다. 라싸는 도시 전체가 기도를 하며 순례를 하는 순례자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인지 도시 전체가 하나의 기도덩어리처럼 보인다. 그러니 자연히 여행자들도 그 분위기에 휩싸여 명상과 수행의 대열에 끼게 된다. 진정한 여행은 현지인들처럼 먹고, 자고, 행동하는 것이다. 패키지로 돌아보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다. 잠시 쓰윽 돌아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알았다고 할 것인가? 함께 자고 먹고 딩굴어 보아야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를 조금이라도 이해를 할 수 있다.

 

 

▲드레풍 사원 입구에 도열해 앉아 있는 티벳 걸인들.

인도의 거지들은 "원 달라"을 외치며 적극적으로 손을 벌리는 반면, 

티벳 걸인들은  그저 마니차를 돌리거나 주문을 외우며 젊잖데 앉아 있을 따름이다.

 

 

 

 

▲드레풍사원으로 가는 길

 

 

 

어제는 라싸에서 가장 높은 사원인 간덴사원(4200m)을 순례를 한 후 몸이 무척 피곤했지만 푹 자고 나니 다시 생기가 돈다. 선정에 들었다가 깨어난 순간이라고 할까? 오늘은 세계에서 가장 큰 드레풍 사원을 가기로 했다.

 

 

 

야크 호텔에 앞에 있는 뚱보네 음식점에서 따끈한 만두로 아침을 먹고 양군과 함께 드레풍 사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양군은 야크 호텔에서 만난 한국의 젊은 여행자이다. 우리는 라싸에 머무는 동안 홀로 여행을 떠나온 그와 함께 일행이 되어 여행을 하게되었다.

 

 

▲드레풍사원으로 가는 릭샤. 포장마차처럼 생긴 릭샤가 덜덜거리며 올라간다.

 

 

드레풍 사원은 라싸에서 서쪽으로 10km 정도 떨어진 게펠리 산 밑에 있는 거대한 사원이다. 택시를 타면 곧장 사원문앞까지 태워다주지만 우리는 301번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는 곧 드레풍 사원 밑 정류장에 도착을 했다. 버스 정류장에는 포장마차처럼 생긴 3륜차가 기다리고 있다. 경운기 엔진에 알록달록한 포장을 씌운 삼륜차는 소음이 작란이 아니다.

 

 

드레풍 사원까지는 이 3륜차를 타고 덜덜거리며 올라가다가 다시 걸어서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티벳 사람들은 걸어서 가거나 아니면 이렇게 릭샤를 타고 간다. 택시를 타고 가는 티벳인들은 없다. 이 자체가 수행이 아니겠는가? 내 앞에는 어린 소녀가 부모들과 함께 흔들리는 릭샤에 타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 순진하게 보인다.

 

 

▲경전을 읽고 있는 걸인

 

 

드레풍 사원 입구에 도착을 하니 걸인들이 죽 자리를 펴고 앉아있다. 걸인들의 모습도 다양하다. 마니차를 돌리는 사람, 주문을 외우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인도의 걸인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손을 내밀며 "원 달라"를 외치는데 비해 이곳 티벳의 걸인들은 매우 젊잖다.

 

 

티벳의 걸인들은 사뭇 종교적이다. 그저 젊잖게 앉아서 주문을 외거나 마니차를 돌리고 있을 뿐이다. 다만 사람이 지나가면 주문을 외는 소리가 더 커지고 마니차를 더 세게 돌린다. 걸인들 앞에는 소액의 지폐 함이 들어있는 통이나, 모자가 놓여 있다.

 

 

 

▲주문을 외우고 있는 소녀

 

 

 

어떤 걸인은 합장을 하며 주문을 외우기도 한다. 드레풍 사원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입구에서부터 절문 앞까지 걸인들이 좌우로 죽 앉아있다. 어찌 보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모습이 도인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순례자들은 대분분 몇 푼의 돈을 걸인들에게 적선을 한다. 아내도 이 걸인들에게 작은 돈이지만 일일히 적선을 한다. 저 작은 돈으로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걸인행각을 하지않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을 터 주어야 진정한 도움이 될 터인데....  

 

 

 

걸인행각을 하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서글퍼진다.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어떤 사람은 부귀영화를 누리고 어떤 사람들은 베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길가에서 걸인행각을 해야 할까? 지구상 어딜 가나 빈부의 격차는 있게 마련이다. 누구나 평등하게 잘 살 수는 세상은 없을까?

 

 

 

 

한편으로는 걸사들은 우리에게 복을 지을 적선의 기회를 주니 고마워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매일 하루에 한 번 탁발(밥을 빌으러 가는 것)을 하러 중생들의 집을 방문하지 않았던가. 부처님은 하루 일곱집을 방문하여 탁발로 음식을 얻어와 공양을 들었다. 중생들에게 골고루 복을 지을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저 걸인들은 우리에게 선업을 쌓을 복을 지을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린아이을 안고 있는 여인

 

 

만약 전지전능 하신 하느님이나 진정으로 평등하게 자비로우신 부처님이 계신다면 이런 문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종종 일어나곤 한다. 이 풀 수 없는 숙제를 불교에서는 윤회의 업보라고 한다. 전생에 지은 업이 금생에 나타나고 금생에 지은 업이 다음 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인생이란 공수래공수거가 아니다. 자기가 지은 업은 그대로 가지고 자신이 가는 것이다. 업이란 참으로 무서운 존재이다. 그래서 티벳인들은 금생에 선업을 쌓기 위해 저렇게 몸을 던져 순례를 하며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마침 여행을 했던 시기가 티벳력으로 부처님이 오신 날(4월 15일)이어서 사원을 찾는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입구에는 야크기름 덩어리를 부수어서 파는 사람, 경전을 인쇄하여 파는 사람들도 있다. 화덕에는 야크 기름이 타는 연기와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다.

 

"와, 여긴 건물이 모두 흰색이네요."

"드레풍은 원래 쌀 포대를 쌓아 놓은 모양을 의미한다고 하는군. "

 

 

▲쌀더미를 쌓아 놓은 모양을 하고 있는 드레풍 사원은 모두 흰색이다.

 

 

게펠리 산(5240m) 밑에 흰 쌀자루를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드레풍' 사원의 의미는 '쌀더미를 쌓아 놓은 모양'이라고 한다. 15세기경 세워진 이 사원은 일종의 승가대학으로 전성기에는 승려의 수가 1만 명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큰 사원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약 500명 정도가 수행을 하고 있다. 승려수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나이에 생산성 있는 일을 해야 할 텐데 전부 입산수도를 해 버리면 누가 농사를 짓고 일을 하겠는가?

 

 

거대한 성곽처럼 이어지는 드레풍 사원의 벽에는 다른 사원과는 달리 꽃이 핀 화분도 놓여 있다. 이곳에도 사원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예외없이 마니차가 늘어서 있는데, 유독 물레방아 힘으로 돌아가는 마니차가 눈길을 끈다. 우리는 마니차를 돌리며 어슬렁어슬렁 사원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