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라싸에서 네팔까지①- 뭐? 이름이 깡패라고?

찰라777 2012. 1. 10. 11:45

라싸에서 에베레스트를 넘어 네팔로...

랜드쿠루저를 렌트하여 라싸를 출발하다 

 

 

이제 라싸를 떠나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우리는 라싸에서 랜드 쿠루져를 렌트하여 네팔로 넘어가기로 했다. 바낙숄 호텔Banak Shol Hotel 에 있는 FIT(티베트관광국이 운영하는 중국국제여행사)에 가서 여행허가서와 랜드쿠루져 렌트를 상담하였다.

 

뚱보 여직원은 비교적 친절하게 상담을 하여주었다. 당초에는 15일짜리 카일라스(수미산) 성지순례를 상담하였으나 아무래도 아내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 할 때에 너무 무리일 것 같아 육로를 통해 네팔로 넘어가는 랜드쿠르져 여행으로 변경하였다.

 

이 육로 여행은 랜드쿠루져를 운전기사와 함께 렌트하여 라사에서 출발하여 얌드록쵸 호수-갼체-시가체-사캬-롱푸사-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팅그리-장무에서 코다리를 거쳐 네팔로 넘어가는 4박 5일 코스이다.

 

보통 랜트쿠루져 한 대에 4~5인의 여행자들이 합승을 해서 비용을 분담하므로 숫자가 많을수록 비용부담이 적다. 일단 상담을 마친 나는 함께 갈 여행자들을 모집하기고 하고 야크 호텔 게시판에 방을 붙여 안내문을 게시하였다. 연락처를 바낙숄 호텔 FIT와 야크 호텔 숙소 룸 넘버를 표기해 두었다. 안내문에는 한글로 <한국인 2명 확보>라는 표시를 해두었다.

 

 

 

▲라싸에서 네팔까지 4박 5일간의 랜드쿠루져 코스

 

 

물론 비행기를 타고 네팔로 넘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비행기로 에베레스트 산을 넘어간다는 것은 순례자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때문에 순례자들은 육로를 택한다. 그것도 티베트의 순례자들은 걸어서 가거나 심지어는 오체투지로 절을 하며 걸어서 간다.

 

비록 걸어서 가지는 못할지라도 랜드쿠루져를 타고서라도 육로로 가는 것이 우리부부의 소망이다. 우리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육로를 통해 이곳 라싸까지 힘든 여정을 걸어왔다. 라사에서 네팔까지 가는 길은 더욱 험난하고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해발 4000~5000m의 고도를 고산병에 시달리며 육로로 넘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에게는 목숨을 건 순례길이다.

 

 

▲라싸에서 네팔로 넘어가는 길과 고도

 

 

우리는 야크호텔에 방을 붙여놓고 좋은 파트너가 나타나기를 기원하였다. 우리의 기도가 헛되지 않았나보다. 이 안내문을 보고 한국인 세 사람이 찾아왔다. 맨 먼저 찾아온 사람은 사진작가 신 선생님이었고, 그 다음에는 양 군이,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대구에 살고 계시는 하 선생님이 찾아왔다. 그리고 말레시아인 2명이 나중에 찾아왔다. 신 선생은 한국인이 있다는 말에 반가워서 찾아왔고, 하 선생과 양군은 함께 여행을 할 의사가 있었다. 나중에 찾아온 말레시아인 2명까지 합치면 인원이 너무 많았다.

 

일단 여행자를 하선생과 양군 그리고 우리 부부로 확정을 하고 5월 24일 날을 D 데이로 잡고 FIT에 여행허가서를 신청하였다. FIT에서는 23일 날 허가서가 나오므로 그때 최종 미팅을 하자고 했다.

 

라싸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23일 날 함께 바낙숄 호텔 FIT 사무실로 갔다. 뚱보 여직원은 웃으며 중국 공안국 여행허가서와 여권을 내밀었다. 물론 여행계약서 함께 잔금도 지불했다. 티베트에서는 여행허가서가 있어야 한다. 렌트한 랜드쿠루져와 운전기사를 만나서 자동차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데,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라싸에서 가장 좋은 차를 렌트를 하였으니 안심하라고 하며 내일 아침 5시에 야크호텔 정문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라싸에서 네팔로 넘어가는 길은 워낙 험하기 때문에 자동차의 상태를 확인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기야 아무리 겉으로 확인을 한다고 해도 속 내용이 좋지않으면 별 소용이 없지만.

 

다음날 아침 5시 짐을 챙겨들고 야크호텔 정문에서 랜드쿠루져 기사를 기다렸다. 그런데 1시간이 넘도록 차가 오지를 않았다. 새벽이라 여행사에 전화를 할 수도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어제 기사와 자동차를 확인을 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이름을 '깡파' 라고 밝힌 티베트인 랜드쿠루져 운전기사는 진짜 깡패처럼 우락부락 했다.

 

 

6시가 넘어서야 낡은 도요타 차 한 대가 멈추어 섰다. 괴짜처럼 생긴 기사가 야크무늬가 새겨진 낡은 모자를 쓰고 차에서 내리더니 나를 보고는 "미스터 초이?"하고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했더니 그는 턱으로 차를 가리키며 타라고 했다. 미안한 기색도 전혀 없이.

 

"뭐, 이런 사람도 다 있어?"

 

잠을 자다가 일어난 것처럼 괴재재한 모습을 하고 있는 그는 우리 일행이 다 타자 엑셀을 밟았다. 다소 다혈질의 성격을 가진 하 선생님이 앞좌석에 앉고 우리 부부와 양군이 뒤에 앉았다. 앞좌석에 앉아있던 하 선생님이 화가 나서 그에게 물었다.

 

"당신 우리 기사가 맞나?"

 

그는 영어를 알아듣는지 모르는지 대답도 하지않고 운전만 했다. 그러자 더욱 화가 난 하 선생은 그의 팔을 붙들고 다시 물었다.

 

"당신 드라이브 라이선스를 좀 보자."

 

 

▲우리가 4박 5일 일정으로 렌트한 낡아빠진 도요타 랜드쿠루져

 

 

그는 드라이브 라이선스란 말은 알아들었는지 무뚝뚝한 표정으로 운전면허증을 하 선생에게 내어밀었다. 순간 운전기사의 얼굴도 얼굴이 험하게 일그러졌다. 하 선생은 면허증을 확인하며 다시 따져 물었다. 면허증을 보니 그의 이름은 '강파단증(强巴旦增)'라고 쓰여 있었다.

 

"늦은 것에 대하여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니야."

"하 선생 어차피 늦어버린 것 그냥 갑시다."

 

내가 중간을 가로막으며 두 사람을 말렸다. 그리고 나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에게 이름을 물었다.

 

"그런데 이름이 뭐지요?"

"깡파, 깡파."

"뭐? 깡패? 허허, 이거 순 깡패 아니야. 무슨 이름이 그래?"

"호호호. 깡패를 만났네요. 조심해야겠어요."

"하하하, 이름 한번 괴자네요. 생김새도 그렇지만."

 

우리는 '깡파' 발음을 '깡패'로 알아듣고 모드 까르르 웃고 말았다.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콧수염을 기른 그는 매우 강인하게 보였다. 게다가 야크뿔이 그려진 중절모자를 쓴 그는 진짜 깡패처럼 보이기도 했다.

 

 

▲라싸에서 네팔로 넘어가는 여정 중 들리게 될  유적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넘어간다.

 

 

"그래 깡파, 오늘 무슨 일이 있어나요? 왜 그리 늦었소?'

"디스 모닝 라싸 컴(지금 라싸에 도착했소)."

 

우리들의 웃음소리에 다소 누그러진 그가 더듬거리는 영어로 말했다. 깡파는 일을 나갔다가 오늘 새벽에야 도착하여 부랴부랴 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것 아닌가?

 

 

 ▲어둠속에 점점 멀어져 가는 라싸. 멀리 포탈라 궁이 보인다.

 

 

▲구름이 설산을 휘어감더니 서서히 여명이 밝아왔다.

 

▲라싸를 벗어나 양드록쵸 호수를 향해 달려 가는데 동이 환하게 터왔다.

 

 

"깡파, 슬로우 슬로우 드라이브. 알겠지?"

"오케이."

 

우리는 손짓 발짓을 해가며 바디랭기지로 서로 의사소통을 했다. 어쨌든 우리 네 사람의 생명이 깡파에게 달려 있지 않은가? 깡파를 살살 달래야 했다. 포탈라 궁이 점점 멀어져 갔다. 그동안 정이 들었던 라싸였다. 라싸여, 안녕!

 

라싸를 벗어나니 동이 훤하게 터왔다. 해발 4000m가 넘는 지역을 낡은 도요타는 털털 거리며 얌드록쵸 호수를 향해 달려갔다. 만년설위로 갑자기 구름이 휘어감다가 벗어졌다. 그런데 예기치 않는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