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녹아내리는 티베트 카롤라 빙하

찰라777 2012. 1. 21. 09:14

 

 

티벳 라싸에서 네팔까지③

이러다가 히말라야 빙하가 다 녹아버리는 거 아니야?

-급속히 녹아내리고 있는 티베트 카롤라 빙하

 

 

▲점점 녹아내리고 있는 카롤라 빙하(5560m). 지구온난화로 티베트지역의 빙하가 급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UN산하 기후변화전문위원회IPCC의 보고서에 의하면 히말라야의 빙하는 2035년 이전에 모두 녹아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을 하고 있다.

 

 

 

 

  ▲티베트 카롤라 빙하에서

 

우리는 낭가체 마을을 출발하여 간체 방향으로 호수를 따라 갔다. 낭가체는 간체(Gyantse)로 가는 여행자들이 잠시 쉬어가는 작은 마을이다. 풀 한 포기 없는 벌거벗은 갈색의 산허리 위에는 만년설을 인 봉오리들이 보인다. 마을입구를 빠져 나오는데 기이한 풍경을 목격하였다.

  

 

▲폴 한포기 없는 갈색 산 위에는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있다.

 

 

티벳인들이 집짓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모래와 시멘트를 섞는 작업을 하는데 삽에다가 끈을 매서 남자들은 삽질을, 여인들은 끈을 잡아 다니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며 일정한 리듬을 타고 삽질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남녀가 서로 마주보며 경쾌하게 삽질을 하는 모습은 꼭 무슨 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남녀가 네 명씩 한 팀이 되어 삽질을  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일을 해도 피곤하지 않게 하는 군."

"매우 경쾌하게 보이는 데요."

   

 

▲녹아내리는 카롤라 빙하

 

 

경쾌한 노래에 맞추어 일을 하는 풍경을 한참동안을 바라보다가 다시 산비탈을 향해 출발하였다. 자동차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비포장도로를 달려갔다. 깡파는 기분이 좋은지 계속 휘파람을 불며 운전을 했다. 야크와 양떼들이 메마른 들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반시간 정도를 달려가자 하늘을 찌를 듯한 설산 봉우리 들이 나타났다.

   

"히어, 노진 깡짱."

 

깡파가 손가락질을 하며 산 이름을 말했다. 가장 높은 봉우리가 노진 캉창산(Nojin Kangfsang-7191m)이라고 했다. 근처에는 장상 라모산(Mt Jangsang Lamo-6324m) 등 5000~6000m의 높은 봉우리들이 하늘을 가리며 버티고 있다. 산 주변에는 거대한 카롤라 빙하Kharola Glacier)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쵸르텐에 매달린 타르쵸가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깡파는 설산에서 녹아내리는 빙하의 장관을 보여주기 위해 잠시 차를 멈추었다. 하얀 구름과 흰 설산이 맞닿아 있다. 구름인지 설산인지 구분이 잘 안 간다. 카롤라 빙하는 해발 5560m 위치한 고지대이다. 숨이 턱턱 막히지만 풍경은 놀랍게 다가온다. 워낙 높은 지역이라 그런지 풀 한포기도 보이지 않았다.

 

 

강열한 햇볕에 빙하는 계속 녹아내리고 있지만 날씨는 매우 건조하다. 2007년도 작성된 UN산하 기후변화전문위원회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보고서에 의하면 히말라야의 빙하는 2035년 이전에 모두 녹아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을 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히말라야의 빙하가 사라져 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카롤라 빙하를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여행자들

 

 

티베트고원지대의 빙하는 아시아의 급수탑 역할을 하고 있다. 인더스강과 갠지스강, 메콩강, 양쯔강, 황하 등 인도와 중국, 인도차이나, 파키스탄 등 동남아시아를 흐르는 거대 하천들이 바로 티베트 빙하 지대에서 발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눈과 빙하가 급격하게 녹아내리며, 물이 흘러내리는 균형이 깨져 하류의 하천 유역에 살고 있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수십억명의 사람들에게도 삶의 균형이 깨질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

 

빙하가 계속 녹으면서 호수에 물이 가득 차 넘쳐 빙하호수가 붕괴될 위험이 있는 반면, 빙하가 녹아서 사라지면서 수자원이 고갈되어 강물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중국정부가 티베트 빙하지역 이곳 저곳에 댐건설을 하고 있어 환경파괴와 더불어 강 하류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줄기를 차단하게 되어 생존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급격히 녹아내리는 빙하는 홍수와 가뭄을 초래하여 강 하류 하천유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쪼이고 있어 고도는 높은 데, 추운 줄을 모르겠다. 빙하가 손에 집힐 듯 가까운 거리에 있다. 빙하 밑에는 오래된 쵸르텐이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쵸르덴의 탑 꼭대기와 기둥 사이에는 긴 끈에 매달린 타르쵸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빙하가 녹아 없어지는 날 이 쵸르텐과 타르쵸도 사라져버릴까?

 

 

쵸르텐 옆에는 오래된 간이음식점도 있다. 음식점 앞에는 야크똥을 말린 덩어리들이 널려 있다. 객점 옆에는 여행객들이 마시고 버린 맥주병이 무더기로 널려 있다. 이렇게 깊은 오지에도 인간들은 산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연료로 쓰이는 야크똥 덩어리

 

 

▲간이음식점

 

 

 

히말라야를 수차례 여행을 했던 고 박완서 소설가는 점점 오염되어가는 히말라야를 바라보며 "모독"이라는 기행집을 남겼다. 인간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고 산을 오염시키는 것은 신성한 히말라야에 대한 모독이라는 것이다.자연을 모독한 만큼 인간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어있다는 것.

 

   

우리는 카롤라 빙하를 출발하여 낭추(Nyang chu) 계곡으로 빠져 들어 갔다. 낭추계곡은 중국판 그랜드 캐년이라고나 할까? 깎아지른 협곡을 우리의 깡파는 거침없이 달려갔다. "깡파, 슬로우 슬로우!" 내가 깡파에게 외쳤지만 그는 막무가내다.

  

 

▲ 낭추계곡의 쪽빛 호수

 

 

 

 

 

 

 

 

 

 

 

▲낭추 계곡에서 

 

 

▲우리의 생명을 맡은 깡파 운전기사와 낡은 토요타 랜드로바

 

 

그렇게 1시간 정도를 달렸을까? 깡파는 좁은 호수 앞에서 갑자기 차를 세웠다. 마치 푸른 옥(玉)처럼 생긴 영롱한 호수가 그림처럼 나타났다. 이 호수는 인공호수라고 했다. 이 지방의 물 부족 해소를 위하여 바로 아랫동네인 간체에 댐을 막아 만들어진 호수다.

  

 

우리는 터키석처럼 짙푸른 호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포토타임을 가졌다. 황갈색의 계곡과 대조적인 색을 띠며 호수는 루비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호수 주변에는 풀 한포기 없다. 낭추계곡을 돌아 돌아 우리는 드디어 그 유명한 쿰붐 사원이 있는 간체에 도착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