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섬진강에서 보내온 산딸기와 채송화

찰라777 2012. 6. 23. 06:49

 

이렇게 맛있는 산딸기를 보내 오다니... 

 

6월 20일 밤 10시 경에 현관 초인종이 요란하게 울렸다. 이 밤중에 누구지? 문을 열어보니 택배회사에서 온 아저씨가 스티로폼 한 박스를 던져놓고 휭 가버렸다.

  

어? 이거 밤늦게 웬 택배지? 박스를 들고 들어와 발신처를 확인 해 보니 구례 섬진강변 수평리 마을에 살고 있는 혜경이 엄마가 보낸 택배였다. 또 뭘 보냈지? 아내와 나는 마주보며 박스를 뜯어보니 놀랍게도 산딸기 한 박스와 한 뭉치의 채송화가 들어있었다.

 

▲섬진 강 수평리 마을 혜경이 엄마가 보내온 산딸기

 

 

산딸기와 채송화를 받고 코끝이 시큰해졌다!  

 

“세상에나! 저 따기 힘든 산딸기와 채송화를 보내오다니…”

   

아내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빨간 산딸기와 채송화를 바라보며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무나 감격해서인지 눈물까지 그렁그렁해졌다. 나 역시 산딸기와 채송화를 보자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

 

 

▲싼딸기와 함께 보내온 채송화  

 

지난 주에 내가 동이리 집 근처에 산딸기나무가 돋아났다고 했더니, 아내는 혜경이 엄마와 전화를 하면서 수평리 마을 뒤에서 산딸기를 따 먹던 추억담을 이야기하며 혜경이 엄마랑 함께 지냈던 추억에 젖어 들었다. 그리고 수평리 집에서 받아온 채송화 씨가 돋아나지 않았다며 아쉬워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혜경이 엄마는 한 참 바쁜 농번기에 산딸기를 따고, 자기 집 앞마당에서 채송화 모종을 파서 보내온 것이다. 아내는 밤늦은 시간에 혜경이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아니, 이 더위에 산딸기는 언제 땄어? 채송화도 잔뜩 보내주고?”

“응, 좋아 하는 산딸기 먹고 언니 힘내서 빨리 나으라고 보냈어. 그런데 금년엔 너무 가물어인지 산딸기도 조금밖에 열리지 않았어. 채송화는 마당에 있는 것을 파서 보낸거야.”

“땡볕에 산딸기 따기가 너무 힘들었을 텐데.... 어쩌면 좋아?”

“언니, 그냥 맛이게 먹어.”

“그래 하여간 맛있게 먹고 채송화 잘 키울 게.”

 

 

▲싼딸기가 쳐지기 전에 잼을 만들었다. 

 

▲혜경이 엄마의 향기가 나는 산딸기 잼을 완성했다.

 

혜경이 엄마의 향기가 나는 산딸기 잼

 

아내는 박스에서 산딸기를 꺼내 잼을 만들고, 나는 그 귀한 채송화 모종을 베란다에 내놓고 물을 뿌려 주었다. 하도 더운 날씨인지라 산딸기가 다 일그러져 그대로 두면 물처럼 쳐지서 못 먹게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소중한 채송화 모종에 물을 주어 보관했다. 내일은 채송화를 심어야지... 

 

야밤에 차실이 떡이라고, 아내와 나는 산딸기로 만든 잼을 식빵에 발라 먹으며 잠시 섬진강변에서 살았던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섬진강은 봄이 오면 매화, 산수유, 동백, 벚꽃, 배꽃 등이 차례로 피어나고 열매를 맺으며 꽃들의 천국을 이룬다.

 

 

▲야밤에 차실이 떡이라고. 우리는 밤늦게 산딸기로 만든 잼을 식빵에 발라 먹었다.

 

그 중에서 6월이 오면 지천에 널려 있는 빨간 산딸기를 따 먹던 추억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었다. 산딸기를 따먹다가 뱀에게 쫓겨 혼 줄이 났던 기억도 새로웠다. 아침이면 갓 따온 산딸기를 후식으로 먹는 맛이란 그곳에서만 맛보는 별미중의 별미였다. 

 

▲섬진강 수평리 마을에는 6월이 오면 산딸기가 지천에 열린다.

 

채송화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인연

 

아내와 나는 수평리 빈농가를 세 들어 수리하며 살면서, 흙과 돌을 리어카로 실어와 세평 텃밭을 만들었다. 그 텃밭 돌담에 혜경이 엄마로부터 얻어온 채송화를 심었는데 꽃이 어찌나 곱게 피던지… 여름 한 철을 채송화 꽃을 바라보는 재미로 살았다. 채송화는 번식력이 강해 담장 전체를 보석 같은 색깔로 장식을 했다.  

 

▲우리는 수평리 마을 집에 세평 텃밭을 만들고 채송화를 심었다.

 

그 채송화 씨를 수평리 마을을 떠나오면서 받아 와 동이리 텃밭에 심었는데 웬일인지 발아가 되지 않고 말았다. 이곳 동이리 집에도 베란다 앞에 돌담이 있어 그곳에 심어 놓으면 아주 어울릴 것 같았다. 채송화 씨가 발아가 되지 않아 아쉬워하던 차에 혜경이 엄마로부터 채송화 모종이 도착한 것이다.

  

▲수평리 마을에서 아침에  맛있게 따먹던 산딸기

 

   

“여보, 이 고마움을 무엇으로 보답하지요?”

 “글쎄? 일단 산딸기 잼을 맛있게 먹고 당신이 빨리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큰 보답이 아니겠소?”

“그거야, 당연한 이야기고요. 돈을 보내면 난리를 치며 다시 되 보내 버릴 것이고, 뭘 보내지?”

“채송화를 잘 키워서 이담에 꽃이 피어나면 혜경이 엄마를 이곳으로 초대를 하면 어때요? DMZ 안보관광도 좀 시켜주고.”

“혜경이 엄마가 오면 좋겠지만 워낙 바쁜 사람이라서 시간을 낼 수 있겠어요?”

“흐음~. 그렇기도 하네.”

 

 

▲수평리 마을 텃밭에 아름답게 피어났던 채송화 그리고 채송화로 계속 이어지는 인연...

  

가시가 돋친 야생 산딸기를 따기란 결코 쉽지가 않은 일이다. 혜경이 엄마가 정성으로 산딸기를 따는 모습을 그리며 아내와 나는 가슴이 저며 오는 행복감을 느꼈다. 우리는 입에 묻은 산딸기 잼을 서로 가리키며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지었다. 혜경이 엄마와 끝없이 이어지는 채송화 같은 아름다운 인연!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