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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연-향운사와 두 비구니 스님

찰라777 2012. 7. 2. 09:51

 

작지만 정갈하고 향기나는 암자, 향운사

 

오늘은 향운사 자비공덕회(http://cafe.naver.com/buddhajb)를 창립한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아내가 다리를 다친 후로 향운사에 발걸음을 하지도 꽤 오래 되었다. 그러나 오늘은 연천 가는 길에 향운사에 들러 부처님께 참배를 하고 명조, 지상 두 스님을 뵙기로 했다. 아내가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으니 계단이 많은 법당으로 올라가기도 어렵고, 좁은 법당에 쪼그리고 앉아 있을 수도 없다.

 

 

 

 

 

이른 아침 향운사에 도착하니 먼저 포대화상이 넉넉한 미소를 지으며 환영을 해준다. 포대란 베로 만든 자루란 뜻이고, 화상이란 영원한 스승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스님은 중국 후량시대에 실존했던 인물로 큰 자루에 온갖 먹을 것과 선물을 담아 지고, 이 고을 저 고을 다니면서 항상 웃으며 춤추고 노래하면서, 특히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나누어 먹거리와 선물을 나우어 주었다고 한다. 빙그레 웃는 포대화상을 뵙게 되니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소나무와 편백나무가 도열해 있는 입구에는 낮은 담장에 아름다운 꽃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 계단 위에는 나무로 된 바구니에 노란꽃이 정갈하게 담겨있다. 담장 안에는 항아리를 엎어 그 위에 안개꽃, 베고니아 등 아름다운 꽃들이 싱싱하게 피어 있다.

 

 

 

 

 

작은 정원화단에는 달리아, 베고니아, 팬지 종류의 꽃들이 화들짝 웃음 짓고 있다. 앞뜰은 화단과 마당이 확연히 구분 된다. 작은 화단에는 꽃들이 정갈하게 피어 있고, 마당은 금방 쓸었는지 먼지하나, 쓰레기 하나 없다.

 

 

 

 

 

정원에 놓여 있는 예쁜 벤치는 화단과 잘 어울린다. 벤치 옆에는 하향 수련이 청조하게 피어 있다. 법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도레미파솔라시도… 키순으로 화병에 안개꽃과 팬지 종류의 꽃들이 도열해 있다. 분홍빛 초롱꽃들이 열심히 자비의 종을 울리고 있다. 향운사는 법당 안에 작은 종이 있지만 밖에는 종루가 없다. 대신 초롱꽃들이 천연의 종을 울려주고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지상스님은 묵언을 하시며 정원에 물을 주고 계셨다. 아내는 차에 앉은 채로 인사를 했다. 나는 스님께 선채로 합장 배례를 했다. 명조스님께서 나를 발견하고 웃으시며 나오셨다.

 

“이 선인장 꽃을 좀 봐요. 신기하지 않아요?”

“오, 그러네요!”

 

 

 

 

명조스님은 아기 손처럼 피어난 선인장 꽃을 가리키며 여전히 미소를 지으셨다. 두 스님께서 정성으로 피운 꽃이다! 수행으로 피우는 꽃들, 그 옆에는 3원색의 작은 꽃이 귀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커피가 좋겠지요?”

“네, 스님…”

 

 

 

 

내가 법당에 들어가 삼배를 하고 나오자 명조스님은 차를 한잔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마침 이 아름다운 정원에서 잠시 커피 향에 젖어 봄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심전심교외별전인가? 스님은 커피 두 잔을 들고 나오시더니, 한 잔은 나에게, 다른 한잔은 자동차 안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건네주었다. 이렇게 황송할 때가… 평상시 같으면 법당에 들어가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 아내가 걷지 못하니 이런 대접도 받게 되다니…

 

 

 

 

 

 

 

정원의 벤치에 앉아 잠시 꽃들의 향기에 둘러 싸여 커피 향을 음미했다. ‘극락이 따로 없네!’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커피를 맛나게 마셨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다가 화단아래 작고 노란 꽃들이 수없이 피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 왔다.

 

“스님, 저 꽃이 무슨 꽃이지요?”

“아, 저 작은 노란꽃? 애기해바라기라고 해요.”

 

자세히 보니 정말 애기 해바라기처럼 생겼다.

 

“스님, 저애기해바라기 한 포기만 연천으로 시집보내주세요.”

“그래요. 몇 포기 가져가세요.”

 

 

 

 

나는 염치불구하고 애기해바라기 3포기를 캐서 비닐봉지에 담았다. 이제 떠나갈 시간이다. 아내와 나는 스님께 합장하고 향운사를 떠났다. 자비공덕회 창립 3주년 법회 참석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두 스님은 포대화상처럼 넉넉한 미소를 지으시며 우리를 배웅해 주셨다.

 

연꽃처럼 아름다운 인연

 

우리가 명조, 지상 스님과 인연을 맺은 지는 4년 전의 일이다. 아내가 심장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아갈 때에 친구가 이 두 스님을 소개해 주셨다. 명조스님께서 8년 동안 심장병으로 고생을 하고 계시는데, 지상스님의 지극한 간병으로 이식을 하지 않고도 정상인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러니 한번 찾아가 보라는 것.

 

 

 

 

그런 인연으로 우리는 수유리의 작은 암자(그것도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를 찾아갔었다. 명조스님은 심장이식 대신 심장 박동기를 달고 계신다고 했다.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도반 스님이신 지상스님의 지극한 간병으로 이렇게 정상인처럼 살고 계신다고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아내가 사경에 해매일 때 두 분의 도움도 컸다. 지상스님은 몇 번이나 병원에 찾아와 아내를 전신 마사지를 해주셨다. 심장기능이 제대로 기능을 못해 아내는 대소변을 눕기가 어려웠고, 앉지도 일서지도 못하고 오직 장기기증자만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명조스님은 아내를 위하여 매일 기도를 하신다고 했다.

 

 

 

 

그 덕분인지 아내는 롯도 복권 당첨보다도 더 어려운 장기기증을 받게 되었고, 심장이식에 성공하여 지금까지 내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이후로 우리들의 아름다운 인연은 지속되고 있다. 인연이란 참으로 지중하고 묘한 것이다.

 

 

 

 

자비공덕회는 두 스님을 뵙게 된지 1년 후인 2009년 6월 27일, 명조, 지상 두 비구니 스님의 뜻에 의해 10여명이 뜻을 모아 "남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을 창립했다. 매일 남을 위해 기도를 하며, 하루에 500~1000원 이상 작은 성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모임이다.

 

그런데 어느덧 3년이 되다니 세월 참 빠르다. 그동안 회원도 150여명으로 늘고, 매월 모아진 성금으로 부처님이 태어나신 나라 네팔의 어려운 어린이들 학자금지원을 매년 50~100명 정도 후원하고 있다.

 

 

 

 

처음에는 성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도 많이 했다. 북한 어린이 돕기, 심장병 어린이 돕기, 무의탁 독고노인 돕기 등. 그러나 어디다 명암을 내밀 수 없을 정도로 워낙 작은 돈이어서 생각을 해낸 게 네팔어린이를 돕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명조, 지상 두 스님께서는 성금이 모아지는 데로 작지만 그때그때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뜻을 가지고 계신다. 언제 큰돈을 모아서 남을 듬뿍듬뿍 돕겠느냐는 취지에서다. 2010년도에는 우리가 후원하고 있는 네팔 동부 칸첸중가 오지마을 학교를 방문하여 후원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직접 만나보기도 했다.

 

 

 

 

네팔어린이 자신이 직접 돌을 깨거나 일을 하며 생계비를 버느라고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학비는 무료이지만 생활비가 없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것이다. 한 달에 1000루피(우리나라 돈 약 16,000원)이면 네팔어린이 한 어린이가 한 달을 살아갈 수 있다.

 

 

 

 

처음에는1년에 12명을 지원하다가 회원이 늘고 성금이 조금 더 많이 모아지자 20명, 30명, 50명, 어떨 때는 100명까지고 후원하기도 한다. 학자금 후원방식은 100% 1대1 방식으로 직접 네팔 어린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우리가 직접 보낸 송금은 학교명의 계좌로 입금하고 학교장은 매월 어린이들에게 학자금을 지급하고 지급 명세를 보내온다. 송금수수료를 제외하고 전액이 전달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으로 들어가는 어린이는 초중고 12년 동안 지원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의외로 네팔어린이를 돕겠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종교를 초월해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었다.

 

어려운 가운데 남을 위해 기도를 하며 자비의 손길을 뻗혀 주시는 명조, 지상 스님의 뜻이 너무 가상하다. 정작 두 분 스님께서 거주하시는 암자는 법당도 종루도 산신각도 없다. 마루를 법당으로 쓰고 있고. 부엌을 공양 간으로, 방 두 개는 스님들의 침실 겸 상담실이다.

 

 

 

 

작지만 정갈하고 향기 나는 암자, 향운사!

절을 짓거나 종루를 만들기 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아가자는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두 스님의 건강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