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orth America

첫날부터 길을 잃다-포틀랜드

찰라777 2012. 7. 29. 17:01

 

 

  폰티악 그랜드 AM

 

 

오후 2시에 포틀랜드에 도착 했다. 밴쿠버에서 6시간 이상을 달려온 셈. 포틀랜드의 버스 디포에 내리니 비도 말끔히 개고 도시도 너무 깨끗하게 느껴졌다.

버스 디포에서 택시를 타니 글리선 가에 위치한 포틀랜드 유스호스텔 까지는 채 10분도 안 걸렸다. 택시요금이 7달러가 나왔는데 팁을 합쳐 8불을 지불했다.

1층으로 된 소규모의 유스호스텔인데 무척 깨끗했고 천으로 침대사이에 막을 쳐 놓고 있어 분위기도 밴쿠버 보다는 훨씬 좋았다. 비록 천으로 된 칸막이였지만, 그 한 장의 얇은 칸막이가 주는 의미는 크다. 다른 침대와 구분을 해주고 안정감을 준다.

“밴쿠버에 비하면 여기 양반이내요.”

밴쿠버에 비하면 신방 같은 느낌. 하하, 여자는 늘 안정된 분위기를 좋아한다.

 

렌터카를 픽업하기위해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나왔는데 호스텔의 안내원이 정류장 을 잘못 가르쳐 주어 버스를 타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6시. 에이비스 렌터카 사무실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흑인 여사무원에게 한국에서 예약한 증서와 밴쿠버에서 변경한 번호를 알려주니 곧장 컴퓨터를 조회하고는 처리해 주었다.

폰티악 그랜드 에이엠(Grand AM)모델에 하늘색 미디엄 사이즈의 오토 기어, 연료는 풀 탱크, 프리마일리지. 1590마일 밖에 달린 새 차였다.

“산뜻한 색깔이군요!”

“누굴 모시는 차인데. 자, 공주님 타시지요?”

“여보, 조심해요!”

“그럼……. 자동차에 우리의 꿈을 싣고 미국 땅을 달려봅시다!”

 

 

 

▪ 첫 날부터 길을 잃다

 

사실 나도 미국에서 처음으로 자동차를 렌트를 해보고, 처음으로 운전을 해보는 모험이었다.

“여보, 괜찮겠어요?

“내가 누군데. 염려 놓으시게.”

아내에게 자신 있게 말은 했지만 키를 건너 받고 시동을 거는데 가벼운 흥분이 밀려왔다. 액셀을 밟으니 차는 앞으로 굴러갔고, 승차감이 일단 좋았다. 렌터카 출고 장을 빠져나오니 저녁 7시. 벌써 거리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호스텔이 있는 숙소인 글리선 스트리트로 갈려면 84번 공항하이웨이를 타다가 인터스테이트 5번 고속도로를 탄 다음 405번 내부 순환도로를 타고 글리선 IC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일단 84번 도로에서 5번 도로까지는 순탄한 주행. 5번 도로의 좌측엔 컬럼비아 강이 도심의 불빛을 받으며 풍만한 자태를 들어내 보이고 있었다. 눈앞에는 휘황한 오리곤 컨벤션센터의 쌍둥이 타워가 그림처럼 다가 왔다.

"우~ 와 ! 멋있어요. 강변에 비친 노을과 쌍둥이 건물!"

아내의 탄성. 그러나 나는 경치를 볼 여유가 없었다. 5번 국도는 미국 서부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대표적인 고속도로여서 쾌속으로 달리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바짝 긴장을 해야 했다.

10분쯤 달려가니 5번 고속도로와 405번 포틀랜드 순환 고속도로의 갈림길이 나왔다. 5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계속가면 시애틀 방향이고 나는 405번 도로로 빠져나와야 했다. 약간 주저 하는 사이에 뒤의 차가 위험신호를 보냈다. 미안! 나는 손을 흔드는 여유까지 부렸다.

405번 도로 역시 퇴근시간이라 도로는 차량의 행렬로 가득했다. 문제는 글리선 스트리트 IC에서 발생했다. 어두워서 이정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만 지나쳐버렸기 때문.

날이 어두워 진데다 초행길이라 우리는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아침에 일찍 출발하여 저녁 일직 도착해야 한다는 자동차여행의 원칙을 어겼으니 실수를 할 수밖에.

“여보 어떡하지요?”

“다음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나가 일단 지도를 보고 길을 다시 찾아봐야지.”

옆에서 아내는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405번 순환도로도 고속도로나 다름없다. 우리는 한 참을 달려 다음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왔다. 일단 차를 세우고 지도상에 있는 길을 찾으려고 하는데 아내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보, 저 가게에 가서 물어 봐요.”

그렇지, 길을 모를 땐 물어 보는 게 대수지. 하여간 그날 밤 우리는 숙소를 찾는데 무진 애를 먹어야 했다. 지도보기와 묻기를 계속하면서 저녁 9시가 다 되어 숙소에 겨우 도착했던 것. 공항에서 숙소까지 오는데 무려 2시간이나 걸려야 했으니…….

밤에 낯선 나라에서 복잡한 도시를 운전하는 것은 진땀나는 주행이다. 이방인의 자동차여행 제1원칙.

‘아침 일직 떠나 오후 일직 도착하는 것!’

이 원칙을 고수해야 고생을 덜 한다. 명심해야지…….

“휴우~ 나는 내일도 걱정이 되는군요.”

“내일 걱정은 내일 하시게.”

내일은 후드 산을 돌아 태평양의 오리건 코스트에 있는 시사이드(Seaside)까지 롱 드라이빙을 해야 했던 것. 그러나 자동차를 몰고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의 서부를 달려 본다는 기대감은 여전히 우리에게 가벼운 흥분과 함께 또 다른 여행의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