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orth America

스리 캐이프스 로드-새들의 영혼을 찍 노인들

찰라777 2012. 7. 29. 17:14

새들의 영혼을 찍 노인들

 

틸라묵을 출발하여 우리는 스리 케이프스 로드(Three Cafes Road)라고 표시된 길로 접어들었다. 이곳은 바다가 잡힐 듯한 꼬불꼬불한 해변의 길을 따라 3개의 곳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지형을 달려보는 멋진 포인트다. 약 40마일에 이르는 이 길은 오리건 코스트 드라이브에서 손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는 1차 관망대인 케이프 메어스에 차를 파킹시켰다. 태평양의 거친 파도가 절벽을 거세게 내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캠핑장에서 점심을 먹고 절벽 가까이로 다가 갔다.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이 지역은 야생조류를 관망하는 지역(Bird watching)이었다.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뚱뚱한 할아버지 한 사람이 받침대로 캠코더를 고정시켜놓고 뭔가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이! 지금 뭘 찍는 거지요?”

“이걸 좀 들여다 보시요. 젊은 사람.”

“아! 새들의 주동아리네!”

“어디? 나도 좀 봐요.”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새끼 새들이 어미새가 먹이를 물어다 주면 주동아리를 쫙 벌리고 먹이를 받아먹는 장면을 할아버지는 찍고 있었던 것.

“저 장면을 얼마 동안이나 찍는가요?”

“하루 종일, 혹은 일주일, 한 달 동안 찍을 때도 있다오. 저 새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갈 때까지 찍기도 하고요.”

“어떻게 저 장면을 포착하지요?”

“저기, 저쪽에 할머니 한 사람이 보이지요. 저 여인이 내 아내인데 망원경으로 새들을 찾고 있다오.”

“아하! 그래도 찾기가 어렵지 않아요?”

“쉽지는 않지. 그러나 우리들은 새들의 영혼들과 교감을 하기도 해요. 말하자면 새들의 영혼을 이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는 샘이지.”

새들의 영혼을 카메라에 담는다? 나는 놀라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미국의 전역을 돌며 새들의 영혼을 찾아다닌다는 이 노부부. 그들의 표정은 평온했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영혼의 힘이 풍겨 나오는 느낌이었다. 조류 학자인 그는 은퇴를 하고 오로지 새들을 촬영하기위해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

“자연에 가만히 귀를 기우려 보시요. 새들이 노래하는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오.”

“정말로요?”

아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기한 듯 물었다.

“그럼, 새들의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가벼운 마음이 되게 하여 욕심을 떠나게 해주지.”

“감사합니다. 좋은 장면 많이 담으세요.”

“잘 가시오. 젊은이.”

그는 나를 젊은이라고 불렀다. 할머니는 새들의 영혼을 찾고, 할아버지는 새들의 영혼을 찍어대고. 참을 멋진 부부였다. 우리는 새들의 영혼을 찍는다는 노부부를 떠나 케이프 룩 아웃, 케이프 키완다를 돌아 다시 101번 도로로 진입하여 계속 남쪽으로 내려갔다.

“그 할아버지와 그 할머니는 정말 선인들처럼 보이더군요.”

“우리도 좀 더 나이가 들면 새들의 영혼이나 찍으려 다닐까?”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못 할 것도 없지 않소.”

“허긴....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케이프 메어스부터는 아내가 핸들을 잡았다. 101번 도로는 계속 절벽과 파도, 울창한 숲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링컨시티를 지나 아름다운 등대가 보이는 언덕에 잠시차를 주차 시켰다.

앗! 불사! 차가 갑자기 덜커덩 소리를 냈다. 아내가 아름다운 등대의 풍경에 홀려 절벽의 뷰 포인트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것을 깜빡 잊었던 것. 다행이 절벽 앞에 자동차 범퍼 높이의 펜스가 있어 이를 들이 받고 차는 멈추기는 하였지만, 그 순간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큰 일 날 뻔 했군.”

“죄송해요. 아빠.”

“저 아름다운 푸른 바다에 떨어져 죽은 들 여한이 있겠소마는....”

“어찌 그런 끔직한 말을 할 수 있지요?”

“지금 그럴 뻔 했지 않소이까. 하하.”

말이 그렇지 정말 차에서 내려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했다. 흰 파도가 거품을 물고 넘실대고 있었다. 앞 범퍼가 상당히 으깨져 있었다.

어느 해변 가에는 길가에 갑자기 장 날 같이 물건을 팔고 있는 곳이 나왔다. 마을은 전혀 보이지를 않는데 화물차로 물건을 실어 온 사람들이 해변 가에 중고품을 늘어놓고 팔고 있었다.

“재미있을 것 같군요. 잠시 들려요.”

없는 물건이 없었다. 아내는 오뚝이 같은 조그마한 도자기 인형을 하나 샀고, 나는 컨트리 뮤직 테이프를 싼 값으로 몇 개 샀다.

“참 별게 다 있군요.”

“이동식 장 날 같아.”

우리는 다시 오리건 코스트를 남하를 하다가 플로렌스의 스트로베리 마케트에서 저녁거리와 과일 등 식료품을 쇼핑을 하고 저녁 8시에 반돈시티의 스타 유스호스텔에 여장을 풀었다.

200마일이 넘는 아름다운 오리건 코스트의 드라이브. 우리는 새처럼 태평양의 절벽을 날아서 온 기분이었다. 저녁을 가볍게 지어먹고 일출과 일몰 풍경으로 유명한 밴돈의 등대근처를 산책 한 뒤 우리는 밴돈의 유스 호스텔에 우리들의 둥지를 틀었다. 새들의 영혼이 노래하며 우리를 꿈나라로 보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