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orth America

레이톤 빌- 뜻밖에 만난 교통사고

찰라777 2012. 7. 29. 17:19

볼펜과 뜻밖에 만난 교통사고

 

레드우드의 숲 속에 취해 지체가 되어 우리는 밤 9시가 되어서야 어느 마을에 도착하였다. 클래마쓰 시티에서 숙박을 하려고 하다가 조금이라도 더 가서 숙소를 정한다는 게 그만 늦게 되었던 것.

유레카를 지나 샌프란시스코로 계속 남하를 하는데 한 참을 달려도 숙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딜 가나 숙소가 있으리라고 너무 방심을 했던 것. 그러나 미국의 땅은 워낙 넓기 때문에 사전에 정보 없이 밤이 되면 고생을 하게 된다.

포틀랜드에서 자동차를 렌트한 첫날 애를 먹은 경험이 있었는데도 레드우드의 경치에 취해 그만 망각을 했던 것. 우리는 겨우 레이톤 빌이라는 어느 조그마한 마을을 발견하여 38.5달러를 주고 방을 하나 얻었다. 마을이라고 해보아야 여인숙만 떨렁 두개가 있는 숲 속이었다.

인도인이 경영하는 모텔에서 하루 밤을 지낸 다음날 아침, 우리는 볼펜 사건으로 출발이 늦어지고 말았다. 내가 스코틀랜드의 스털링 캐슬에서 사온 볼펜을 모텔에 두고 왔던 것.

“여보, 그냥 가지요. 여기가지 왔는데.”

아내의 충고를 들었더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않았을까? 그냥 가버릴까 하고 생각도 했는데, 그대로 두고 가기에는 여행에서 사온 추억의 볼펜이 좀 아까운 생각이 들어 우리는 차를 다시 그 모텔로 가서 볼펜을 찾아들고 다시 길을 갔다. 그래보아야 20분정도 차이었으므로.

우리는 101번 도로에서 20번 도로로 빠져 나왔다. 클리어 레이크와 나파 시티로 가는 시골길이 너무 멋지다는 말을 어제 밤 모텔에서 인도인으로부터 들었기 때문.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

“도로가 점점 좁아 지내요.”

20번 도로의 사정이 썩 좋지를 않았다. ‘도로 공사 중’이라는 표시가 나오고, 도로 양쪽에는 가이드 콘이 세워져 있어 차를 조심조심 몰아야 했다.

도로공사 지점은 공사표시가 있는 뒤 고개를 넘어 한참 만에 나타났다. 고개를 넘어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가는데, 도로상에 가이드 마크를 한 콘이 넘어져 있었다.

“여보, 조심해!”

“저 마크를 치워야겠네요.”

아내는 차를 세웠고, 나는 그 콘을 들어 옆으로 세웠다. 우리 뒤를 따라오던 차들도 멈추어 섰다. 콘을 치우고 우리는 다시 차를 출발하였다. 그 때 아내가 말했다.

“여보, 저 뒤에 뒤에 차가 갑자기 언덕 아래로 굴러 가는 것 같아요!”

“정말?”

우리는 다시 차에서 내려 언덕 쪽으로 갔다. 소형 승용차 한대가 언덕 아래로 미끄러져 언덕아래 쳐 박혀 있었다.

“아이고, 어떻게 하다가 저렇게 되었지?”

“글쎄요. 공사 중이라 속력을 낼 수도 없었을 텐데요.”

“자, 갈 길이 바븐 우리는 이제 그만 가자고.”

“그냥 가도 될까요?”

“공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고, 하니 그들이 조치를 취하겠지.”

우리는 교통사고 현장을 떠나 다시 101번 도로를 타고 가는데 바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교통사고를 현장을 보아 신경이 예민해졌나?”

“도로 사정이 안 좋은 거 아닌가요?”

“일단 차를 한번 점검해보고 가는 것이 안전 할 것 같아.”

우리는 다음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어느 카 센터로 들어갔다.

“차가 달릴 때 바퀴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은 데 체크를 좀 해 주시지요.”

“오케이, 자 차를 좀 들어 올려 볼까요?”

 

▪ 귀신같은 캘리포니아의 경찰

내가 카센터의 화장실을 다녀 올 때였다. 갑자기 권총을 찬 경찰 두 사람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상당히 험악한 표정이었다.

“혹시 여기오기 직전에 교통사고를 목격하지 않았나요?”

“네, 공사구간에서 본 적이 있는데요. 왜 그러지요?”

“누가 운전을 하였지요?”

“저의 아내가 운전을 하였습니다만. 무슨 잘 못이라도 있나요?”

“잠간 당신들의 차를 조사해야 갰소.”

우리에게 잘 못은 없었지만 괜히 겁이 났다. 아내도 갑작스런 그들의 행동에 겁에 질려 있었다. 이럴수록 침착해야 해. 그들은 우리들을 카센터 밖으로 나가 있으라고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자동차를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아마 우리가 무언가 교통사고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는지 자동차의 상태를 점검하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급정거를 했다든지 무언가를 받은 자국이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사고 원인을 제공한 걸로 교통법에 위반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한 참 뒤에 그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들의 표정이 좀 누그러져 있었다.

“우리가 무슨 잘 못이라도 있나요?”

“우리도 잘 모르오. 당신들은 하이웨이 순찰대가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하오. 우린 로칼 경찰이라 당신들을 참고인으로 잠시 홀딩하고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을 뿐이오.”

“우린 내일 한국으로 떠나야 합니다. 그러니 오늘 샌프란시스코까지 가야 합니다.”

“하여간 순찰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럼 내가 교통사고 현장에 가서 상황을 설명하면 아니 되겠소?”

“아니요. 그가 곧 온다고 했으니 기다리시오.”

참으로 미국 경찰들의 기동력은 알아주어야 했다. 우리가 사고 현장을 떠나 20여분을 달려와서 도로에서 빠져나와 시골의 어느 조그마한 카센터에 있는 것을 귀신처럼 찾아내고 있으니 죄 짓고는 살지 못할 세상이다.

무려 3시간여를 기다리자 하이웨이 순찰대가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건장한 체격에 선글라스를 쓴 그는 아무리 보아도 한 때 우리나라에도 인기를 글었던 드라마 ‘칩스( Chips)’의 주연배우처럼 멋이 있어 보였다.

“참고로 단신들에게 진술을 받는 겁니다. 묻는 말에 답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여러 가지를 물었다. 한국에서의 직업, 교통사고 유무, 운전 경력, 여행 목적, 현장 상황 등.

“우리에게 어떤 잘 못이 있습니까? 우린 공사현장이라서 아내가 아주 멀리서부터 매우 저속으로 운전을 해 오다가 콘이 넘어져 있어서 자동차를 세웠고, 우리 뒤에 바로 따라오는 차도 몇 대가 멈추어 서 있는 데요.”

“아니요. 별문제는 없소. 다만 참고인 진술로 받는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오.”

“아, 그래요. 그런데 사고 당사자는 괜찮나요?”

“다행이 크게 다친 데는 없소. 자, 이제 그만 가 보아도 됩니다. 오랫동안 수고 하셨소.”

무려 5시간 동안 우리는 그곳에 잡혀 있었다. 자동차의 점검상태도 다행이 이상이 없고 특별히 고장난데도 없었다.

“하~ 그놈의 볼펜이 여러 가지를 어렵게 하는 군.”

“볼펜이라니요?”

“아, 모든 것은 순간인데 아침에 그 볼펜만 가지러 가지 않았더라도 몇 백만분의 1에 해당하는 그 사고의 순간을 면했을 거 아닌가.”

“그렇군요. 다 운수소관 아니겠어요. 그래도 별 탈 없이 이렇게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를 해야지요.”

“허긴 그래. 호사다마! 레드우드의 숲 속이 너무 좋아 방심한 탓이야.”

허지만 운전을 하면서도 뭔가 찝찝했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나파 시티를 거쳐 80번 도로를 타고 다시 580번 도로를 거쳐 금문교에 도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