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첫눈

찰라777 2012. 11. 19. 09:36

어제는 하얀 서리가 눈처럼 내리더니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하얀 눈이 대지를 덮고 있습니다.

 

밤새 눈이 내렸나 봅니다.

금년들어 처음 내리는 첫눈입니다.

작년에는 12월 초에 눈을 본 것 같은데

금년에는 조금 일찍 첫눈이 내렸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늘 보는 눈이지만

텃밭을 하얗게 뒤덮은 눈이 신비스럽게 보이기만 합니다.

봄에 파종을 하고 

여름날 가뭄을 버터내며 

수확을 안겨준 가을까지

텃밭의 땅은 묵묵히 새생명과 열매를 맺어주며

우리식구들에게 기쁨을 안겨 주었습니다.

 

 

 

 

 

 

이제 텃밭도 숨을 고르며 긴 겨울잠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텃밭은 흰눈을 이불삼아 영원의 긴잠이라도 잘듯 고요하기만 합니다.

그 텃밭 위로 아내와 나를 재워주는 보금자리인 하얀 금가락지가  

오늘따라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금굴산 자락에 하얀새처럼 내려앉은 금가락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부부의 영혼을 재워주는 보금자리입니다.

 

 

 

 

모두가 동면에 들어가고 있는데

흰눈을 잔뜩 머금은 연분홍 국화는

아직 잠을 잘때가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고고히 피어 있습니다.

눈속에서 처절하게 피어난 국화의  자태가

바라보기조차 곤혹스러울 정도로 아름답기만 합니다. 

 

 

 

눈속에 묻힌 시금치와 파가 유일하게

파란손을 내밀며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눈속에서도 생명의 맹렬한 꿈틀거림이

돋보이는 순간입니다.

 

  

 

 

 

장독대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이

흰모자를 쓰고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어제 장독대가 얼어 붙어 추울까봐

그위에 모두 모자를 씌어주었는데

오늘은 모델처럼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군요.

 

 

  

푸른 소나무와 눈덮인 정자가

주상절리 풍경과 어울리며

한폭의 수묵화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주상절리 병풍위로 앙상한 나뭇가지가

수백년을 지나온 화석처럼

태곳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위로 기러기떼들이

'V'자를 그으며

끼룩끼룩 노래를 부르면서 날아가고 있습니다.

인간이 쌓아올린 바벨탑(사장교 다리)에

기러기들이

부딪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자연은

참으로 오묘합니다.

첫눈이 내린 아침

자연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주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교향곡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2012.11.19 첫눈 내리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