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인도네시아·발리

뒤바껴진 여행가방

찰라777 2012. 11. 28. 07:02

그 쪽 바뀐 가방은 공항에 있어요

 

 

“이거 야단났네. 무슨 수로 가방을 찾지?”

“거 봐요. 내가 그랬잖아요. 가방이 좀 이상하다고.”

“하여간 공항으로 가 보아야겠어요.”

 

처제는 눈이 똥그래져 사색이 되어 있고, 아내는 나를 질책을 한다. 이거야, 다 내 탓이네. 흑흑. 일단 공항 배기지 클레임(Baggage Claim)으로 전화를 해보아야 할 것 같아 스마트 폰을 열고 전화를 하려고 하니 문자가 하나 와 있다.

 

“가방 잘 못 들고 가신 것 같은데 짐 전 공항인데 빨리 연락주세요(11/2 오후 6:59). “

“가방 잘 못 들고 가셨습니다. 연락주세요(11/2 오후 7:00).”

 

이렇게 두 개의 문자가 와 있다. 내가 스마트폰을 열어본 시간은 오후 7시 56분이다. 그러니 한 시간이나 지난 것이다. 나는 즉시 그 쪽으로 문자를 보냈다.

 

“네 바뀌었네요.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지금 쿠타 호텔에 있습니다.”

 

참으로 천만 다행이다. 여행가방이 바뀐 상대방이 한국 여행자였고, 처제의 가방에 내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던 것. 그 쪽으로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그 쪽에서 다시 문자가 왔다.

 

“공항에 그 쪽 분 가방 있거든요. 글로 바로 가셔 제 가방주시면 되요. 그 쪽 공항에서 보내줘야 할 텐데, 혹시 요금 드는지 알고 싶습니다.”

 

문자의 느낌으로 보아 여성인 것 같았다. “그 쪽 이 쪽…” 하하, 무슨 연속극 대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는 일단 그 쪽으로 전화를 해서 정중히 사과를 드렸다. 그리고 여행가방을 공항으로 가지고 가서 바꾸어 전달을 해주기로 했다.  예상대로 그 쪽은 소녀 같은 느낌이 드는 목소리를 가진 여성이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호텔이 어느 지역이신가요? 저희들은 쿠타지역에 머물고 있거든요. 가까우면 제가 그 쪽 호텔로 직접 갔다드리려고 하는데요?”

“아니요, 저는 짐발론 지역에 머물고 있어요. 공항에서 기다리다가 벌써 호텔에 도착을 했답니다. 공항 배기지 클레임에 그 쪽 가방을 두고 왔으니 내 가방을 보내주시고 그 쪽 가방을 거기서 찾아가세요.

“네, 알았습니다. 제가 공항으로 가서 그 쪽 가방을 보내드리고, 이 쪽 가방을 찾아오지요. 공항에 도착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 쪽, 이 쪽… 이거 무슨 드라마 같네! 이거야 정말, 이쪽의 실수로 피해를 끼쳐드리게 되어 너무 미안하게 되었다. 나는 J선생님과 함께 택시를 불러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여행 중에 가방이 도착을 하지 않거나 바뀌면 참으로 황당하고 불안하다. 이 번 경우는 완전히 이쪽이 잘못했으니 바뀐 가방을 그 쪽 호텔까지 보내주어야 한다.

 

'baggage'는 ‘짐’이라는 물질적인 것 이외에 심리적인 ‘짐’이란 뜻도 있다. 여행 중에 가방을 잃어버리면 물건을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마음의 짐을 크게 느끼게 된다. 

 

여행중에 가방이 다른 공항으로 가서 도착을 하지 않거나 늦게 도착한 경우는 몇 번 있었는데 이번처럼 가방을 바꾸어 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인도 뭄바이공항에서는 짐이 다른 나라 공항으로 잘 못 실려가 3일 만에 짐이 도착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여 배기지 클레임 장소를 물어보니 ‘로스트 존(lost zone)’으로 가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 말을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대부분 공항은 'baggage claim'으로 표시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발리는 로스트 존이란 말을 대신 쓰고 있었다. 발리 공항은 제대로 된 안내소가 없다. 그래서 택시 서비스 직원에게 물으니 국내선 쪽 방향을 가르쳐 준다.

 

“이거 이상한데… 배기지 클레임은 한곳에 있나보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국내선 공항은 한참 걸어가야 한다. 열기로 가득 찬 공항은 전 세계에서 온 여행객들로 여전히 붐비고 있어싸. 밤에도 무더운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국내선 로스트 존에 가서 물으니 국제선 로스트 존으로 가라고 한다.

 

다시 국제선 로스트 존으로 가서 보니 이쪽 짐이 그곳에 있었다. 직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짐발론에 있는 그 쪽 분 호텔로 배달을 하여 줄 수 없느냐고 요청을 했더니, 이 건 이 쪽 실수라서 그럴 수 없단다. 다만 그 쪽으로 가는 택시비 20만 루피를 주면 보내주겠다고 한다.

 

“그건 너무 비싸요. 나는 이곳 지리도 잘 모르고 하니 당신 나라 고객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배달을 좀 해 줄 수 없나요?”

“할 수 없어요. 택시요금을 낼 수 없다면 댁이 직접 호텔로 배달을 하세요.”

 

나는 다시 그 쪽 가방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짐발론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직접 그 쪽으로 가방을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고 했더니, 직원을 바꾸어 달라고 했다. 그녀는 공항직원에게 배달서비스를 해달라고 한참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어이쿠, 이거 국제 통화료가 택시 값보다 더 나왔겠네. 이야기가 잘 안 되어 가는 것 같았다. 직원이 다시 나에게 전화를 건네주었다.

 

“제가 실수를 했으니 그 쪽 호텔로 가방을 가지고 가지요.”

“미안하지만 할 수 없네요. 그리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다행히 그 쪽 호텔 벨보이를 만나다

 

호텔 룸 넘버를 묻고 가방을 들고 나오는데 여행가방의 색깔, 크기, 모양이 똑 같아 혼동을 하게도 되어 있었다. 가방 두 개 중 그 쪽 가방은 내가 끌고, 이 쪽 가방은 J선생님이 끌고 택시를 타러 가는데, 갑자기 공항직원이 뛰어나오며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바뀐 여행가방을 전달해주겠다는 그 쪽 호텔 벨보이가 염려 말라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그 쪽 호텔 직원이 마침 손님을 픽업하기위에 공항에 나와 있네요. 호텔직원에게 그 가방을 전달해주도록 부탁을 드려보지요.”

“아, 그래요! 그렇게 해주시면 너무 고맙겠습니다.”

 

가방을 끌고 밖으로 나가니 마침 호텔 벨 보이 복장을 한 직원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스트 존 직원이 인도네시아 말로 뭐라고 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분이 그 쪽 손님에게 이 여행 가방을 전달해주기로 했으니 그냥 가셔도 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이 가방을 잘 좀 전달해 주십시오.”

“염려 마세요.”

 

나는 여행가방을 그 쪽 벨보이에게 전달을 하고 그 쪽으로 문자를 날렸다.

 

“(그 쪽) 호텔직원이 (여행가방) 가지고 갔어요. Have a nice trip!"

 

그 쪽에서 곧 답장이 왔다.

 

“네 (그 쪽도) 즐거운 여행 되세요.”

 

이거야 정말, 이렇게 해피하게 끝났으니 망정이지 여행 가방이 오리무중으로 미아가 되어 버렸다면… 이건 단순한 물리적인 짐이 아니라, 여행기간 내내 ‘마음의 짐’이 되어 여행을 망치고 말았으리라는 것을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끔직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