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차마고도기행

베트남 라오카이에서 걸어서 중국 국경을 넘다

찰라777 2013. 1. 2. 17:18

걸어서 홍강을 건너다

- 베트남 라오카이에서 중국 윈난성 허커우로 국경넘기

 

▲베트남 라오카이에서 중국 허커우로 건너가는 홍강 다리. 걸어서 가는 국경은 한가롭다. 

 

 

사파에서 미니버스로 라오카이에 도착을 하니 오후 1시 30분이다. 미니버스 기사가 라오카이 베트남 출입국관리 사무소까지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Have a good trip!" 하며 손을 흔든다. 웃는 모습이 참으로 순박하다. 고마운 마음이 절로 난다.

 

 

라오카이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은 내 여권에 찍혀 있는 스탬프를 재미있다는 듯 요리저리 넘겨본다. 아마 스탬프가 너무 많이 찍혀서 일게다. 세계 일주를 하며 찍힌 스탬프가 여권에 빼꼭히 들어 차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이곳 라오카이에서 중국 허커우로 걸어서 국경을 통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인이거나 베트남 사람들이 뿐이니 우리 여권처럼 스탬프를 많이 찍힌 여권을 구경하기도 힘들게다.

 

 

출입국관리는 "철커덕" 스탬프를 찍고 나서는 싱긋 웃으며 여권을 건네준다. 드디어 중국국경을 향해 걸어간다. 날씨는 우라질 나게 덥다. 땀이 등에 괴인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티베트로 향하는 길이 시작된다. 하롱베이 바다에 느긋하게 발을 담그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낸 때가 언제인가? 이제부터 티베트를 향한 본격적인 고생길이 시작된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 해남 땅 끝 마을 바다에 발을 담그고 국토대장정에 오르는 심정과 비슷하다.

  

 ▲베트남과 중국 국경 사이를 흘러나는 홍강. 강물이 붉다.

 

 

베트남 라오카이와 중국 허커우 사이에는 홍강(홍허)이 흐른다. 그 홍강에 다리가 하나가 놓여있다. 다리 밑으로 홍강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 홍강은 윈난성 북단에서 베트남 통킹만으로 흘러가는 1,125km에 이르는 붉은 강이다. 홍강이라는 유래는 강유역의 토양이 부서지며 대량으로 생산되는 실트(silt-붉은 침적토)가 홍토지대를 생성하여 강물이 붉게 보이는데서 비롯된다. 큰 배낭을 등에 메고 작은 배낭을 질질 끌고 가는 아내의 작은 배낭이 오늘따라 더 무거워 보인다. 어쩌자고 저 여인은 이 고생을 하며 걸어갈까? 아직도 내 상식으로는 완전히 풀 수 없는 숙제다.

 

 

국경을 통과하는 다리는 한가롭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바구니를 들고 가는 사람, 우산을 받치고 걸어가는 사람… 우리처럼 배낭을 지고 끙끙거리며 다리를 건너는 사람은 없다. 다리를 건너가는 데 5분도 안 걸린다. 중국 측 국경에 도착하니 중국 이민국 경찰이 의외로 매우 친절하게 입국카드 작성 방법과 국경통과를 친절하게 도와준다. 간단한 짐 검사만 받고 무사통과다.

  

▲허커우에서 쿤밍으로 가는 2층 침대버스 

 

 

사파는 고도가 높아 날씨가 서늘했는데, 고도가 낮아지니 날씨가 너무 덥다. 아내와 나는 번갈아 가면서 화장실에 들어가 반바지와 얇은 티셔츠로 옷을 갈아입는다. 삐기처럼 보이는 중국인이 괜히 다가와 질문을 한다. 어디서 왔느냐 어디로 가느냐는 둥. 내가 쿤밍으로 가는 버스표를 이미 사두었다고 하니 그는 매우 비싸게 샀을 거라고 하며 사라진다.

 

 

쿤밍으로 가는 허커우 버스 정류장은 출입국관리 사무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국경도시 허커우의 버스터미널은 한적하다. 쿤밍으로 가는 버스가 오후 6시 30분, 7시, 8시 연달아 있다. 우리가 탈 버스는 7시 출발 버스다. 1층과 2층 침대로 되어 있는 버스는 낡아 보인다. 중국으로 건너오니 화장실부터 돈을 받는다. 중국은 어디를 가나 입장료를 받는다. 

 

 

터미널에 있는 가게에서 중국라면을 두 개 주문하여 뜨거운 물을 부어 저녁을 식사을 했다. 그러나 중국라면은 스프가 너무 기름이 많아서 느끼하다. 참고로 다음에 중국라면을 먹을 때에는 스프를 절반만 넣어야 할 것 같다. 버스시간이 남아있어서 허커우 시내를 잠시 걸어 다녔지만 별로 볼거리가 없다. 강 하나를 두고 베트남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곳은 두 나라를 통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물건을 사고파는 국경도시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쿤밍으로 가는 2층 침대 버스, 말이 침대지 매우좁다 

 

 

버스는 꾸물거리다가 30분이나 지연 하며 7시 30분에 출발한다. 중국인들의 만만디 습관일까? 그러나 아무도 불평을 하는 사람은 없다. 대여섯 명의 남자 승객들이 웃통을 벗은 채 매우 시끄럽게 떠든다. 아마 같은 일행인 모양인데 떼 지어 다니는 중국인은 언제나 시끄럽다. 드디어 버스가 출발한다. 중국의 야간 버스는 2층 침대로 되어 있다. 말이 침대지 자리는 비좁고 2층은 천장이 낮아 자칫 잘못하면 일어나다가 이마를 천장에 부딪치기 쉽다. 버스는 만원이어서 버스 복도 사이에도 사람이 아무렇게나 누워서 탄다.

 

 

이윽고 버스가 출발한다. 버스는 꾸불꾸불한 길을 슬슬 기어간다. 다행이 보름달이 떠올라 밖은 생각보다 어둡지는 않다. 피로가 몰려온다. 전쟁으로 얼룩진 베트남의 역사. 보트피플 재미 베트남인 라이, 가난한 몽족 소녀 쇼, 풍선을 든 아이, 국제결혼을 하러 하노이에 온 한국의 청년들… 마음이 산란하고 무언가 헝클어져 무엇 하나 정리가 안 되는 날이다. 험난한 티베트로 가는 길에 대한 부담때문일까? 어쩐지 하롱베이 바닷물에 느긋하게 발을 담글 때가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세계의 지붕,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땅 티베트까지 무시히 도착을 할 수 있을까? 에이, 잠이나 청해보자.

 

‘잠은 헝클어진 마음의 괴로움을 다스려 주는 것이다.’

(셰익스피어 맥베스 2막 2장)

  

차창에 어리는 달빛이 고고하다. 그래, 잠으로 헝클어진 마음을 달래보자.

 

 

 ◆중국 윈난성 허커우 시내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