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인도네시아·발리

먹고, 기도하고, 발리에서 사랑하라?

찰라777 2013. 4. 5. 05:49

 

발리를 여행하다보면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와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이 저절로 연상이 된다. 지상 최후의 파라다이스라는 닉네임이 붙은 발리여행도 이제 끝나가고 있다. 누사두아 해변과 울루와뚜 사원을 마지막으로 발리를 떠난다.

 

특히 발리를 여행하는 동안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홀로 여행을 떠나 발리에서 균형과 사랑을 찾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영화 장면들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힐링의 시작이다.

 

산호초로 둘러싸인 누사두아 해변 

 

덴파사르를 출발하여 누사두아 해변에 도착하니 별천지다. 두 개의 섬이라는 뜻을 가진 누사두아는 발리 속의 또 다른 발리를 느끼게 한다. 우선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대나무와 코코넛 잎으로 만든 펜조르(penjor, 용이라는 뜻을 가짐)가 누사두아를 유토피아처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그 호화스러움이 우리나라 제주도 중문해변을 연상케 하지만,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천혜의 환경은 누사두아를 따라 갈 수가 없다.

 

 

▲ 발리 누사두아 해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펜조르가 휘날리고 있다. 
 

누사두아 해변은 코티지 타입의 객실에 묵으면서 자연에 파묻힌 듯한 느낌을 만끽 할 수 있는 곳이다. 산호초로 둘러싸인 은모래 해변, 야자수 그늘, 잠잠한 파도……. 호텔과 연결된 해변에서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누사두아 리조트 단지에는 국제회의 시설부터 골프코스, 고급 쇼핑가, 카페, 스빠, 초대형 뷔페 레스토랑, 초호화 풀빌라… 모든 향락시설을 다 갖추고 있다. 호화로운 리조트들이 맞닿아 있는 해변에는 야자나무 그늘아래 오두막이 엷은 베일에 가려 환상적으로 들어서 있다. 여행자들은 그곳에서 거의 알몸을 내 놓고 발리 전통마사지를 받는다.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누사두아는 그런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해변이다.

 

 

 

 

 

 

 

 

 

▲야자수 그늘아래 움막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먹고, 마시고, 휴식을 취하며 발리 전통 마사지를 받는다.  

 


<발리에서 생긴일>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또한 발리는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2004, SBS)을 떠오르게 하는 곳이다. 10년 전 절찬리에 상영된 '발리에서 생긴 일'은 정재민(조인성 분), 강인욱(소지섭 분), 이수정(하지원 분) 사이에 숨 막히는 사랑의 삼각관계가 전개되는 드라마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곳 누사 두아 해변 어느 호화 풀빌라에서 재민이 권총으로 인욱과 수정을 죽이고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흐느끼면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지상최후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휴양지에서 너무나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이 드라마는 아무래도 너무 잔인하게 끝나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풍요와 쾌락의 극치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름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발리 누사두아 해변을 걷고 있는 커플

 

행복은 오히려 부족한 데서 더 오래 존재할 수도 있다. 내 눈에 비추이는 누사두아 비치는 자연스러움이 고갈되고 인공적인 쾌락을 즐기게 하는 공허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발리까지 와서 이런 호사스러운 풀빌라와 리조트에만 머문다면 그게 바로 비극적인 여행의 최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밖으로 드러난 진실은 속으로는 허실로 텅 비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보다는, 오히려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진실한 사랑을 찾아 홀로 발리로 온 줄리아 로버트가 주연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라는 영화의 장면들이 훨씬 인상깊게 다가온다. 이 영화는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의 시작과 끝을 보여 주는 멋진 영화이다.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리즈(줄리아 로버트 분)는 인기작가에 번듯한 남편, 뉴욕의 맨허탄에 고급 아파트까지,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졌음에도 언제부터인가 덮쳐온 혼란과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 떠난 여행 이야기이다. 어찌보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사치스러운 일 같지만 심한 우울증으로 시달리는 리즈에게 이 여행은 힐링의 시작이었다.

 

 

 

 

서른 한 살의 저널리스트 리즈는 겉으로 보기엔 완벽해 보이는 인생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진짜 자신을 찾아 무작정 1년간의 긴 여행을 떠난다. 혹독한 이혼과정과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명예와 부를 모두 잃고 빈털터리가 되어버린 리즈는 이탈리아로 가서 먹고 싶은 것을 신나게 먹고, 인도에 가서 뜨겁게 기도하고, 발리에서 사랑을 찾겠다는 삼색 여정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녀는 정말로 이태리 로마에서 마음껏 먹고, 인도의 아쉬람에서 밤낮으로 기도하고, 발리로 와서 사랑을 찾아 헤맨다. 

 

▲ 주인공 리즈(줄리아 로버트)가 발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전에 발리에 와서 주술사로부터 자신의 운명에 대한 예언을 받은 대로 행동하게 된다. 다분히 주술적인 이야기 같지만 그러나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것이다! 리즈는 호화로운 호텔이나 해변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발리의 시골길을 달리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적인 사랑의 대상을 찾게 된다.

 

인생은 균형을 잡아야 비로소 평화와 행복을 찾는 것일까? 발리에서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지고 뉴욕에 돌아가려고 할 때 리즈와 주술사 할아버지 간에 나눈 명대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카투 : 리즈, 간으로 웃으라는 말 잘 지키고 있지요?

-리즈 : 네.

-카투 : 남자친구는 사랑하고요?"

-리즈 : 제가 끝냈어요...

-카투 : 이해 할 수가 없네요.

-리즈 : 균형을 유지할 수가 없었어요

-카투 : 리즈, 때로는 사랑때문에 균형을 깨는 것도, 균형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살아가는 과정이예요.  

 


▲ 자연의 법칙에 따라 본성의 힘이 이끄는대로 사랑을 찾은 리즈의 해피엔딩 장면  

 

 

힐링의 시작, 홀로 떠나는 여행

 

주술사의 카투의 충고에 리즈는 자연으 법칙이라 부르던 것을 믿을 수 있게 된다. 본성의 힘은 중력의 법칙처럼 실재한다는 것을 믿게 된다. 그녀가 깨달은 자연의 법칙은 이렇다.

 

편안하고 익숙한 모든 것으루부터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 때, 진리를 찾아 여행을 떠나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깨달음의 과정으로 여기고, 마주치는 모든 이들이게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인정하기 힘든 자신의 모습을 용서 할 준비가 되었다면, 진리는 자신에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것. 

 

마침내 리즈는 뉴욕으로 가는 것을 멈추고 사랑을 찾아 펠리프의 품에 안긴다. 브라질리언 신사 펠리프 역시 상처를 받은 사람이다. 상처를 받은 사람끼리 서로 마음을 다독거리며 다시 시작하는 인생 길. 그 이후의 삶의 독자들의 상상 속에 있다.

 

 

 

 이렇게 세상은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것들도 속으로 공허한 것이 숨어 있다. 최근에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란 책을 쓴 이근후 박사의 말이 생각난다. 평생을 정신과 의사로 살아 온 그는 말한다.

 

"<재미있다>는 말 뒤에는 <공허하다>는 것이 숨겨져 있지요. 사람이 어찌 마냥 재미있게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다만 인생이 공허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뿐이지요."

 

화려함 속에는 공허함이 늘 존재하고 있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도 그런 내용이 곳곳에 숨어 있다. 재민과 영주는 부를 누리고 있지만 사랑에 목말라 하고, 인욱과 수정은 돈과 계급의 벽을 넘으려고 몸부림치면서 역시 사랑에 목말라 한다. 이 네 사람의 이면에는 항상 공허함이 존재한다.  

 

▲ 발리 누사두아 해변의 모래사장을 산책하고 있는 청춘 남녀  

 

"이렇게 사느니 죽을 때 죽더라도 마지막으로 파라다이스 구경이나 해보자. 그런 심정으로 발리에 갔어요. 근데 파라다이스도 돈이 있어야지 파라다이스더라고요."

 

수정이 인욱에게 한 말이다. 지상 최후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발리도 돈 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지옥이 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산호초로 둘러싸인 누사두아 해변.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여행자들  

 

사실 이번 인도네시아 여행의 테마는 불교 성지 족자카르타를 찾아 떠난 여행이다. 그러나 나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와 '발리에서 생긴 일'이라는 이 두 개의 드라마에 끌려 족자카르타에 가기 전에 발리에 먼저 착륙을 하게 되었다. 발리에서 머문 5일간의 짧은 일정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발리에 가기 전에 적어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영화 한편 정도는 보고 갈 것을 권하고 싶다. 

 

 

▲은모래가 깔려 있는 해변 

 

누사 두아 해변에는 수많은 청춘 남녀가 해변에 뒹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겉으로 보이는 만큼 과연 행복할까? 진정한 행복은 각자 마음속에 있다고 했다. 과거는 이미 떠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고 있다. 결국 찰나의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이 될 테인데 그게 쉽지가 않다.

  

 

 

 

 

 

 

 

 

 

 

 

 

 

 

▲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행자들  
 

여행은 일상을 떠나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을 하는 의미도 크다. 그러나 패키지로 떠나는 여행은 판에 박은 바쁜 일정과 쇼핑 등으로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힐링의 시작이다. 홀로 떠나기 어려우면 커플끼리, 혹은 마음에 맞는 사람과 둘이서 떠나도 좋다.

 

어느 시인은 '여행은 길을 잃어야 진짜여행이다'라고 했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길위에서 마음을 치유하고 그곳에서 만난 모든 것들로부터 깨달음을 터득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수 없으리라. 우리는 해변의 어느 카페에서 주스를 한잔씩 마시고 울루와뚜 사원으로 향했다.